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신상진 성남시장 

첨단산업 메카 된 최고 자족도시 

장진원 기자
성남시가 올해 시 승격 50주년을 맞았다. 과거 산업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지역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 산업의 메카로 완벽히 거듭났다. 지역의 4선 의원에서 행정가로 변신한 신상진 시장을 만나 성남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성남시는 수도권에서 가장 먼저 인위적으로 개발된 위성도시로 출발했다. 1973년 독립적인 시로 승격한 이래 50주년을 맞은 현재, 성남시의 위상은 과거 위성도시나 베드타운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완연히 달라졌다. 2023년 현재 인구수만 봐도 경기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자,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시민들이 살고 있는 거대 지자체로 성장했다. 1기 신도시의 상징 격인 분당구를 비롯해, 판교테크노밸리 등 생활과 산업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지자체로 손꼽히기도 한다.

지난 2022년 7월 민선 8기 시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신상진 시장은 성남시 중원구에서만 4선 의원을 지낸 지역 일꾼이다. 성남서 나고 자란 건 아니지만, 1984년 성남과 인연을 맺은 이후, 한 번도 지역을 떠난 적이 없으니 성남 토박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4선 국회의원이 지역 행정을 관장하는 지자체장으로 변신한 이유는 오롯이 주민 삶의 개선과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목표 때문이었다. “성남시는 물론, 나아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행정가로서의 다짐을 신 시장을 직접 만나 들어보았다.

국회 4선 중진이 지자체장으로 변신했다. 계기가 뭔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1984년 성남으로 온 이래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40년 가까이 살면서 이젠 성남이 더없이 소중한 고향이 됐다. 최근 성남시는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며, 진위와 관계없이 이미지가 실추됐다. 시민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자라는 걸 보면서, 40년간 살아온 정치적 고향의 불명예를 더는 묵과하기 어려웠다.

정치적 이유만으로 지자체장 선거에 뛰어들기는 어렵지 않나.

물론이다. 지역에서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20여 년간 현장에서 주민들과 소통해왔다. 시민들의 니즈와 지역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잡월드(직업체험관), 성남종합스포츠센터, 중원어린이도서관 등을 유치했고, 원도심에 지역난방 확대 보급을 추진했다. 정책과 예산으로 지역발전을 지원했지만, 실제 행정은 지자체 단위로 실행되다 보니 항상 아쉬움이 컸다. 결국 시민들의 응원과 선택을 받아 민선 8기 시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다.

본업이 의사로 알고 있다. 정치 입문 계기는.

서울대 의대에 입학하자마자 서울 사당동에서 야학 교사로 활동했다.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당시 17살 소년이 공사장에서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꽃도 못 피우고 죽는 비참한 사람이 없는 사회를 만들자’며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1982년 1월 서울대 학생회 활동에 대한 대규모 수사에 연루돼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1년여간 옥고도 치렀다. 현실 정치는 아니었지만 일찍부터 정치사회운동에 뛰어들었던 셈이다. 이후 2000년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맡아 의약분업 시행에 반대하며 삭발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2005년 4월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여러 지역구 중 하필 왜 성남이었나.

학교에서 제적당한 후 1984년 3월 지인의 부탁으로 성남에 왔다. 지금의 하이테크밸리, 당시 상대원공단에 있는 동양특수기공에 취업해 낮에는 노동운동을, 밤에는 소년공들을 가르치는 야학 교사로 일하며 성남과 인연을 맺었다. 수배령이 해제된 후 1989년 의대에 복학했고, 졸업과 1년여 수련 기간을 마친 후 상대원시장에 ‘성남의원’을 열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성남시 최대 현안 중 하나가 1기 신도시 재정비다.

분당구 아파트는 1992~1996년에 입주했다. 이미 30년을 훌쩍 넘겼다. 주택과 기반시설이 노후화돼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여러 위험에도 노출된 상태다. 과거엔 낙후돼 있던 원도심이 개발되면서 분당구가 오히려 상대적으로 생활 여건이 떨어져 주민들의 박탈감과 사업 열망도 크다. 시장 취임 전부터 용적률 상향과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재정비를 공약했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와의 협력과 1기 신도시 연대를 활발히 추진 중이다. 지난 2월에는 고양·안양·부천·군포시장과 함께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방문해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노후신도시 특별법안이 상임위 심사를 앞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는 1기 신도시 중 처음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도시정비·미래도시 공간 재창조를 위한 기본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규모 이주민 발생 문제도 있는데 대안이 있나.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9만7600세대가 입주했다. 그만큼 대규모 인구 이동이 예상된다. 취임 전 주택 4만 호 건설을 공약했는데, 신규주택 건설과 공공개발, 재개발·재건축·리모델링 증가분 등을 통해 2026년까지 4만800여 세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재입주를 제외한 순 공급 2만2000여 세대를 재정비 이주단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남시는 전체 면적의 73%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어 이주단지 부지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월 국토부 방문에서 보전 가치가 낮은 그린벨트를 이주단지로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2030 성남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 계획 타당성 검토’ 용역이 완료되면 세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성남은 한국을 대표하는 첨단산업 도시다. 취임하면서 ‘4차산업 특별도시’를 선언했다.

성남은 시 전체가 거대한 첨단산업 클러스터다. 서울 경계의 위례 비즈니스밸리부터 하이테크밸리, 판교테크노밸리, 분당벤처밸리 등 모든 영역의 인프라가 완비돼 있다. 특히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에는 1642개 기업이 입주해 연 121조원 상당의 매출을 올린다. 상시 고용인구만 7만7000여 명에 달한다. 특히 게임산업은 전국 매출의 45.5%가 판교에서 나온다.

4차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

20대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바로 4차 산업을 주관하는 상임위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나라의 생존과 번영은 4차 산업의 성공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시장 선거 때도 판교 등 훌륭한 인프라와 여건을 극대화해 국가와 경제산업 발전을 성남이 이끌겠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앞서 소개한 게임산업뿐 아니라 시스텐반도체와 드론, 분자진단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각 산업의 특성화를 지원해 ‘4차산업 특별도시’를 구축하겠다.

말씀하신 시스템반도체가 산업계 화두로 부상했다.

국내 팹리스 110개 업체 중 44개사가 성남에 있다. 성남시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최고 인프라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 밖에도 기타 반도체 관련 기업 163개사와 국내 최고 연구기관인 한국전자기술원(KETI) 등도 우리 시에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조성 예정인 제3 판교테크노밸리 내 약 3만3000㎡(약 1만 평)를 반도체 전용 공간으로 개발해 팹리스와 파운드리, 소부장 기업을 유치하려 한다. 또 제2 판교테크노밸리에도 약 1만6000㎡를 반도체 우선 입주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올해가 시 승격 50주년이다. 의미를 짚어달라.

50년 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성남시가 지금의 발전을 이룬 과정은 대한민국 발전사의 축소판이자 미래상이다. 시 승격 50주년 슬로건으로 ‘우리가 원하는 미래, 성남이 만듭니다’를 선정했다. 지난 50년의 성장을 넘어 시민이 바라는 도시의 미래상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무너진 시민의 자존심을 살리는 행정, 첨단산업의 메카로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는 도시를 이루기 위해 성남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객원기자

202306호 (2023.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