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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43) 김재원 엘리스그룹 대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실습 중심 교육 

노유선 기자
디지털전환(DX) 트렌드에 힘입어 산업별 맞춤형 DX 교육 플랫폼·솔루션을 제공하는 엘리스의 시선이 해외로 향하고 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엘리스는 실습이 가능한 DX 교육 솔루션으로 국내 기업·기관 1000여 곳과 여러 정부 부처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김재원 대표는 “이제는 글로벌 인재를 육성해 국내 기업으로 모셔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유공표창, 교육부 이러닝(e-learning) 우수기업 대상, 해군참모총장ICT(정보통신기술) 혁신기업 감사장, 신용보증기금 혁신아이콘 선정서 등 20여 개에 달하는 상장·상패로 가득한 라운지. 지난 5월 24일 서울 강남에 있는 엘리스그룹(elice)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한 단어로 자부심이었다. 디지털전환에 중점을 두고 산업별 맞춤형 교육 플랫폼·솔루션을 제공하는 차별성이 에듀테크 기업 엘리스만의 무기다.

2015년 11월 김재원(37) 대표가 설립한 엘리스는 창업 1개월 만에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승하고 2018년 AWS(아마존웹서비스) AI(인공지능)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우수상을 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엘리스는 각종 기업·기관, 정부 부처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은 데다 사업성까지 겸비해, 스타트업 혹한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실질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2017년 약 4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19년 20억원으로 퀀텀점프를 한 뒤 2021년에는 110억원을 기록했다.


엘리스 서비스를 이용 중인 기업·기관은 총 1100여 곳, 누적 이용자 수는 91만 명에 이른다. 현대자동차, KT, CJ올리브네트웍스, SK네트웍스, 국방부 등이 주요 고객사며 고용노동부, 과기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 추진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고속 성장의 비결을 묻자 김 대표는 “개발직뿐 아니라 일반 사무직도 디지털전환에 관심을 가지면서 교육 수요가 급증했다”며 “엘리스는 기업·기관 전 직원의 디지털 지식 습득을 돕기 위해 교육 플랫폼에 실습 과정을 접목하고 산업별·기업별 맞춤형 교육으로 업계 경쟁력을 높였다”고 답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에서 산업공학을 공부한 김 대표는 미국 반도체기업 AMD와 엔비디아 등에서 인턴으로 일한 뒤 3년간 캐나다 3대 이동통신사 중 하나인 텔러스(Telus)에서 디벨로퍼 애널리스트로 근무했다. 이후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를 마치고 전산학과에서 AI 자연어처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캐나다 대학 전자공학과 교수인 부친을 따라 김 대표도 자연스럽게 공학도가 됐다는 설명이다.

AI는 교육을 대체할 수 없다


▎김재원 엘리스 대표(좌)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산업별 맞춤형 디지털전환 솔루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학도가 어떻게 창업가가 됐나.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조교로 일할 때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고 느꼈다. 조교 활동을 편하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당시 대학원 시험이 오후 7시쯤 끝나면 채점하는 데만 조교 50명이 동원됐다. 오후 8시에 작업에 착수하면 이튿날 새벽 3시에 끝났다. 그래서 채점에 AI 기술을 적용했더니 시험 종료 후 수초 만에 채점 결과가 나왔다. 이후 2015년 뜻을 같이하는 조교 2명과 엘리스를 설립했다. AI를 활용해 교육을 혁신하자는 취지였다. 교육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꿔 학습자와 교육자, 운영자 모두에게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엘리스의 목표다. 창업에 성공한 비결은 적절한 역할 분담이었다. 창립 멤버는 각자 플랫폼·AI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는 CTO(최고기술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와 전반적인 인프라를 관리하는 CRPO(Cheif Research Product Officer)를 맡고 있다.

연구개발과 경영의 간극은 어떻게 메꿨나.

설립 후 2년간 매출액이 거의 없었다. 사업 이해도도 낮았다. 디지털전환을 원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기업용 B2B 플랫폼과 일반인용 B2C 플랫폼, 두 종류를 개발했다. 일반인용은 이용자의 학습과정 완수율이 0%에 가까웠다. 반면 기업용은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관리자의 지도 덕분에 완수율이 90%가 넘었다. 이후 교육적 가치가 창출되는 기업용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2015년과 2016년 네이버 D2스타트업팩토리(D2SF)와 대전 KITE 창업가재단, 카이스트 청년창업지주로부터 2억원가량 받은 투자금으로 버텼다. 운 좋게도 좋은 투자자를 만나 사업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배웠다. 기업 성장을 위해선 명확한 사업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투자자와의 만남은 견문을 넓히는 데 매우 중요하다.

기업·기관, 학교, 정부 등 고객사가 다양하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AI 딥러닝 기술 활용 방안을 연구했으며, 군 장병을 위한 디지털전환 교육은 3년 차에 접어들었다. 기업의 경우, 산업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발했다. 고객사를 면밀하게 파악한 뒤 기업 운영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개발해 솔루션에 적용했다. 이후 초중고 디지털전환 교육과 취업을 위한 부트 캠프를 운영하는 ‘엘리스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더 나아가 평가 서비스인 ‘엘리스 테스트’, 채용 플랫폼 ‘엘리스웍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교육에 AI를 접목한 사례를 소개해달라.

엘리스는 대부분의 교육 콘텐트를 직접 제작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질문을 만들 때 AI의 도움을 받는다. 디지털전환 교육의 경우, 실습 과정을 마이크로러닝 방식으로 단계를 세분화한 뒤 생성형 AI 질의응답 시스템 ‘AI 헬피’를 도입했다. 또 질문을 체계화해 답변 자동화 시스템을 마련했다. 학습자는 AI 헬피의 도움을 받아 정답을 스스로 찾아간다. 실습 중 궁금한 점을 AI 헬피에 적으면 자세한 개념 설명과 문제 해설을 제공받는다. 현재는 이용자의 학습 패턴을 분석해 같은 질문이라도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답변을 제시하는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I가 교육자를 대신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교육은 사람만 할 수 있다. 학습 동기부여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기초 지식이 없으면 생성형 AI에 적절한 질문을 내놓을 수 없다. 교육자만이 현재 학습 수준에서 무엇을 질문해야 적합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엘리스는 교육자가 AI 솔루션을 이용해 더욱 수월하게 일하는 데 이바지한다. 교육자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엘리스의 임무다. 엘리스는 교육 주체가 아니며 보조 역할을 담당한다.

업계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뭔가.

온라인상에서 실습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플랫폼 안에 화상 강의실과 채팅창이 구축돼 있어 교육자가 학습자의 문제 풀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원격으로 1대1 코딩 교육을 수행할 수 있다. 실습교육 과정은 200개가 넘는다. 또 학업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는 AI 대시보드를 마련해 학습자의 학습 패턴을 12가지로 세분화했다.

경쟁업체가 유사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미 다량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 엘리스는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고 있다. 현재 엘리스 플랫폼 내 코드 실행 이력은 9038만 건이 넘는다. 엘리스는 상세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교육, 개인화된 교육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교육업체와 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육 콘텐트를 다양화하고 콘텐트의 질을 높이려는 시도다. 고객사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엘리스는 고객사 니즈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기업별 콘텐트를 제작하고 솔루션을 변형하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향후 비즈니스 기회를 어떻게 전망하나.

디지털전환 트렌드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술이 계속 재편되면서 디지털전환 교육 수요는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챗GPT 열풍 전부터 디지털전환 추세는 이미 시작됐다. 2016년 AI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사건은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미지 중심이던 AI 딥러닝 기술은 점차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자연어 처리 기술 등으로 확대·발전했다. 디지털전환 필요성이 산업 전반에 퍼지면서 관련 교육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챗GPT의 등장으로 디지털전환 교육은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

AI 인프라, 특히 생성형 AI 인프라인 ‘GPU 클러스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는 퍼블릭 클라우드가 대세지만 향후 AI 전용 클라우드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엘리스는 지난해부터 AI 클라우드데이터센터를 위한 GPU 클러스터 개발에 착수했다. 테스트 단계지만 이미 100억원 넘게 투자했다. AI 특화 데이터센터는 기존 데이터센터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하며 사업 방향성을 잡는 중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국민 데이터를 활용해 정부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때 데이터 주권을 보호하면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해외 진출 계획과 최종 지향점은.

이미 미국 법인을 설립했으며 향후 동남아시아와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엘리스 플랫폼·솔루션은 처음 개발 단계부터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보안, 교육 방법 등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왔다. 베트남 하노이대학에서 엘리스 솔루션을 시범 운영한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에듀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엘리스 솔루션을 이용해 양질의 교육 콘텐트를 학습한 글로벌 인재들이 엘리스 채용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길 바란다. 전 세계에 분포한 인재들이 국내 기업의 본사나 해외 지사에서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그야말로 교육과 채용의 선순환이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지난해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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