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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타 하덴 미국유제품수출협회(USDEC) 대표 

미국 유제품 시장의 핵심 고객이 된 한국 

신윤애 기자
미국에서 생산한 유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하는 기관인 USDEC에는 팬데믹 시기가 매우 특별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부터 오히려 수출 실적을 매년 경신 중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기록을 세운 배경 중 하나로 한국 시장의 급성장이 꼽힌다. ‘큰 시장’ 한국을 직접 보기 위해 방한한 크리스타 하덴 USDEC 대표를 만났다.

▎한국의 유제품 시장을 직접 돌아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크리스타 하덴 USDEC 대표.
“한국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시장입니다. 지난해 치즈, 유청, 유당 등 미국산 유제품의 수출 물량은 3년 연속, 수출 금액은 2년 연속으로 신기록을 세웠어요. 이 기록엔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해 한국에 수출한 미국산 유제품 금액은 5억6900만 달러로 전년대비 34%나 증가했으니까요. 우리에게 중요한 이 시장을 직접 돌아보고 분석해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방한했습니다. 더 빨리 왔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늦어져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지난 6월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난 크리스타 하덴 USDEC(U.S. Dairy Export Council, 미국유제품수출협의회) 대표가 말했다. 하덴 대표의 말처럼 한국의 수입 유제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유제품 수입량은 2017년 29만2321톤에서 2019년 33만2149톤, 지난해 40만3034톤까지 증가했다. 수입량만 놓고 보면 5년 만에 38%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성장하는 한국의 유제품 수입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해외 유제품 업계의 관심과 경쟁 또한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여러 유제품 강국 중에서도 미국은 한국이 치즈를 가장 많이 수입해 오는 국가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미국산 치즈 물량은 7만5000톤으로 집계됐는데, 미국 내에서도 이를 의미 있는 수치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지금까지 한국에 수출한 규모 중 가장 큰 데다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이기 때문이다. 하덴 대표는 “멕시코와 달리 한국은 미국과 거리도 멀고 치즈를 전통적으로는 주로 섭취하지 않았던 국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덴 대표는 정책 수립 등을 통해 최전선에서 미국 농업의 발전에 힘써온 농업 전문가다. 미국의 다국적 화학회사인 듀폰에서 농업 부문인 코르테바 애그리사이언스(Corteva Agriscience)에서 3년간 대외업무담당 수석부사장 겸 지속가능성 최고책임자를 역임했으며, 이후 5년간 전국보전지역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Conservation Districts) CEO로 재직했다. 그 후 미국 농무부(USDA)에서 2년 7개월 동안 차관을 지냈는데, 2014년 농업법(Farm Bill)의 시행을 주도하면서 농업 정책 형성을 도운 바 있다. 이후 2021년부터 USDEC의 대표이자 CEO로서 협회를 이끌고 있다.

USDEC 대표로 임명되기 전 그는 9개월 동안 당시 대표 겸 CEO였던 톰 빌색(Tom Vilsack) 현 농무부 장관과 함께 조직을 진두지휘했다. 이때(2020년) 미국은 처음으로 200만 톤이 넘는 유제품을 수출하며 USDEC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후 지휘봉을 넘겨받은 하덴 대표는 팬데믹 시대에도 계속해서 미국의 많은 유제품을 전 세계로 수출 지원을 하며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 미국산 유제품의 차별점 등을 자세히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USDEC가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1995년 설립된 USDEC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유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국산 치즈, 유청 및 우유 단백질, 기타 유제품 원료에 대한 소개와 교육을 통해 다양한 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고품질 고영양인 미국산 유제품의 수요를 촉진하는 활동을 한다. 형태는 유제품 생산업체, 가공업체, 협동조합, 생산조합, 무역 관련 기관 등 유제품 원료 공급업체 등이 회원사로 있는 독립적인 비영리 기관이다.

팬데믹으로 바닷길과 하늘길이 모두 막혔었다. USDEC도 어렵긴 마찬가지였을 텐데.

팬데믹과 더불어 2021년과 2022년은 전례 없는 공급망 문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도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가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산 유제품 수요가 여전히 컸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비즈니스에 어려움을 줬지만 한편으론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으려는 사람이 늘며 몸에 좋은 유제품을 찾는 수요가 덩달아 늘었다. 이때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던 미국 유제품이 그 수요를 채워줬다고 생각한다. 공급업체들의 공도 컸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미국산 유제품 수요가 많이 늘었다.


고령화 사회가 된 한국은 건강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에겐 성장 기회가 큰 매력적인 시장이다. 실제로 매년 한국으로 수출하는 유제품의 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유청 제품 중에서도 유청 단백질(WPC80+)을 4743톤 이상 수출했는데, 이는 한국이 WPC80+를 수입하는 물량에서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안다. 수입된 유청 단백질은 주로 스낵, 크래커, 빵, 뉴트리션 바, 음료 등 단백질을 주요 영양소로 하는 웰빙 제품에 사용된다. 이 외 우유, 버터, 치즈 같은 완제품은 한국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미국산 유제품을 찾는 수요의 배경은 뭔가.

최고의 품질, 지속가능성, 안전성 등 세 가지를 꼽고 싶다. 다시 말해 고객이 기대하는 품질의 제품을 언제나 제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고객들이 미국산 제품을 꾸준히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품질 좋은 유제품을 생산하려면 우유의 생산과정도 중요한데.

미국은 드넓은 땅덩어리만큼이나 우유와 그로부터 생산되는 유제품이 다양하다. 미국 내 모든 주에서 젖소를 키우는 데다 소의 품종이나 키우는 방식, 원유 생산 노하우가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낙농가에서는 고유의 농법을 가지고 있어서 생산과정은 각기 다르겠지만 미국 낙농가들은 젖소들이 좋은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 쓴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지역마다 종류는 다르지만) 목화씨, 카놀라씨 등 영양소가 풍부한 곡물을 사료에 다량 배합하는 것이 미국의 특징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하기 위해 동물 영양사, 수의사와 협력해 토양과 기후 조건에 맞는 사료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한다. 기후, 환경, 사료 모두 중요한 조건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은 소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 소가 맛 좋은 우유를 만든다’는 말은 광고 문구 같지만 불변의 진리다. 모든 낙농가에서 소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

수입 유제품 중에서 미국산 치즈의 점유율이 독보적이다. 미국산 치즈의 인기 비결은 뭔가.

치즈의 경우 한국에는 미국이 최대 수입국이고, 미국에는 한국이 두 번째로 큰 수출국이다. 많은 사람이 치즈의 원산지가 유럽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산 치즈 또한 유럽 이민자들에게서 시작된 만큼 유서가 깊다. 여러 세대에 걸쳐 전 세계에서 온 이민자들은 각자의 치즈 제조법을 미국으로 가져와 미국적인 감각을 더해 새로운 고품질 치즈를 만들어냈다. 서부 해안선부터 중서부 평원, 동부의 푸른 농지에 이르기까지 50개 주에서 치즈를 생산하는데, 주마다 독특한 기후 등 자연 조건으로 인해 고유한 풍미와 향을 지닌다. 공식적으로 집계한 종류만 1000종이 넘는다. 이처럼 미국산 치즈 하면 떠오르는 모차렐라 치즈, 체다치즈, 크림치즈 같은 대중적인 제품 외에도 치즈 메이커들이 장인정신으로 만든 고급 치즈가 많다. 미국산 치즈 일부는 세계치즈대회 및 국제유제품대회에서 지속적으로 수상하며 그 맛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무엇보다 치즈만 단독으로 즐기기에도 부담이 없다. 한국에서 팬데믹 이후 집에서 소규모로 고급 술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했다고 들었다. 와인이나 맥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로 치즈가 덩달아 인기를 끈 것 같다.

방한 기간에 얻고 싶은 인사이트는.

한국을 직접 방문한 건 체험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지사를 통해 한국 시장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누고 나만의 관점으로 상황을 파악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후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어 건강, 웰빙에 대한 높은 관심과 배송 문화 등이 일시적인 트렌드인지 장기적으로 지속될 변화인지 말이다. 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의 고령층이 특별히 선호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가 무엇인지도 파악해보려고 한다.

[박스기사] 크리스타 하덴 USDEC 대표가 추천하는 미국산 치즈

“집에서 와인 한 잔에 샤프체다치즈를 페어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또 피자에 빠질 수 없는 모차렐라 치즈, 버거에 생동감 있는 매콤함을 추가해주는 페퍼잭도 좋아하죠. 마지막으로 한국산 배와 함께 먹는 미국산 블루치즈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특별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체다치즈: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치즈. 살짝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맛으로 고소함이 특징이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체다치즈도 많지만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소량 생산되는 미국 아르티장 체다치즈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샤프체다치즈는 6~12개월 숙성한 것으로 좀 더 짧게 숙성한 마일드, 미디엄 체다보다 풍부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와인에 곁들이기 적합한 맛이다.

페퍼잭: 스페인에서 온 선교사가 캘리포니아에서 머물며 만들었던 치즈 몬테레이 잭에 고추를 넣어 만든 미국 오리지널 치즈다. 몬테레이 잭의 부드러운 맛과 고추의 매콤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할라페뇨를 넣어 만든 할라페뇨 잭 등 다양한 맵기로 출시된다. 햄버거에 넣어 먹으면 맛있다.

블루치즈: 2019년 세계치즈대회(2019 World Cheese Awards)에서 로그 크리머리(Rogue Cremery)의 로그 리버 블루(Rogue River Blue)가 최고의 치즈로 선정되기도 했다. 달콤한 배에 곁들여 먹으면 좋은 환상의 짝꿍이다.

-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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