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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 게임체인저] 2030년에 상용화 될까 

 

장봄이 기자
글로벌 치료용 암 백신 시장은 mRNA 기술을 보유한 모더나, 바이오엔테크 등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백신 성공으로 안전성을 입증받았지만 암 백신으로 개발할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 과정이 남은 상황이다. 국내에서도 DNA 기반 암 백신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국내외 보건당국 허가 시점은 2030년 전후로 예측하고 있다.

▎바이오 연구소에서 신약 개발하는 모습.
치료용 암 백신 개발 선두에는 모더나와 바이오엔테크가 있다. 국내에선 애스톤사이언스와 제넥신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고, 한미약품도 자체 플랫폼을 활용한 mRNA 암 백신 전임상 단계에 있다. 향후 암 백신 시장의 형성은 모더나의 개발 속도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모더나는 암 백신 상용화 시기를 7년 후인 2030년으로 제시했다.


모더나는 지난 6월 2일부터 6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서 mRNA 암 백신의 임상 2b상 최신 데이터를 발표했다. ASCO는 세계 3대 암 학회 중 하나다. 연구 발표에 따르면 mRNA 암 백신(mRNA-4157)과 기존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병용 투여한 임상 결과, 키트루다 단독 치료와 비교했을 때 원격 전이 또는 사망 위험이 65%나 낮아졌다. 특히 2차 평가 변수인 원격 무전이 생존 (DMFS)에서 통계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희수 모더나코리아 의학부 부사장은 mRNA 기술 활용과 관련, “모더나는 면역 종양학 프로그램을 가지고 머크(MSD)와 수년 동안 협력해 환자의 면역체계가 암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이전인) 2017년 9월 첫 환자를 시작으로 2020년 1월까지 맞춤형 암 백신 수십 개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투여했다”고 말했다.

향후 FDA 허가 계획에 대해 김 부사장은 “현재 규제 당국과 임상 결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흑색종 관련 암 백신 3상 연구 시작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 FDA 허가와 국내 도입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기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 치료는 연구개발(R&D) 프로그램이 핵심인데 mRNA 플랫폼을 이용해 설계한 최초 치료법 중 하나다. 개인 맞춤형 항암 백신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주목받고 있는 또 다른 글로벌 바이오기업은 화이자와 코로나19 mRNA 백신을 만든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다. 바이오엔테크도 mRNA 기술을 이용한 암 백신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두경부암 치료용 암 백신의 후보물질(BNT113)의 초기 임상을 호주와 대만에서 진행한다. 여러 개 파이프라인 가운데 이 치료제는 첫 번째 신약 후보물질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시장과 비교하면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암 백신 개발 속도는 조금 뒤처진 편이다. 치료용 암 백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회사는 5곳이 채 되지 않는다.

우선 애스톤사이언스가 암 치료 백신을 주력 치료제로 개발 중인데, 유방암과 위암을 대상으로 허투(HER-2) 항원을 겨냥한 DNA 기반 암 백신(AST-301)이다. 애스톤사이언스는 유방암과 위암으로 나눠 각각 임상을 진행 중인데 대만, 호주에서 위암 임상 2상을 이어가고 있고, 미국, 호주, 대만에서 유방암 임상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난소암을 대상으로 하는 암 백신(AST-201)의 2상을 준비하고 있다. 펩타이드 기반의 전립선암 등 고형암 대상 백신인 AST-021p도 임상 1상 단계에 있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DNA 치료 백신인 ‘GX-188E’를 개발 중이다. DNA 치료용 백신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속처리대상(FTD)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지정돼 조건부 허가 신청 자격을 확보한 상태다. 제넥신은 6월 열린 ASCO에서 GX-188E와 림프구감소증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X-17’, 키트루다의 삼중 병용요법에 대한 두경부암 환자 대상 임상 2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병용 요법으로 GX-188E의 적응증을 자궁경부암뿐만 아니라 두경부암으로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서 성공적으로 확보한 mRNA 기술을 암 백신 개발에 적극 활용한 것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기존 방식인 플라스미드 DNA 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제넥신의 DNA 백신은 DNA 유전 정보를 플라스미드 벡터에 넣어 인체에 주사하는 원리다. 전기천공 방식으로 투약해 DNA가 변형 없이 세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한미약품은 자체 mRNA 플랫폼을 항암제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 mRNA 기반의 암 백신 후보물질이 케이라스(K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폐암 마우스 모델에서 종양의 성장 억제에 우수한 효력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종양에서 세포독성 T세포의 침투가 유의성 있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암 백신 후보 물질은 전 임상 단계로, mRNA 기반 기술로 항암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렇게 암 백신 시장에 바이오 회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암 백신을 개발하는 주요 회사는 모더나 외에 바이오엔테크, 큐어백, 그리스톤바이오 등이 있고 지난해까지 임상 35건이 진행됐다. 다만 모더나 결과를 제외하면 임상적 치료 효과는 매우 낮은 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암 치료용 백신에서도 트렌드 기술은 mRNA다. mRNA 활용 치료제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mRNA가 단백질 생성 억제가 아니라 생성 기능을 활용한다는 점, DNA에 직접 작용하는 유전자 치료제와 달리 RNA에 작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며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 등이 꼽힌다. 그만큼 시장성이 크다는 것이다.

IBK투자증권의 mRNA 시장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mRNA 치료제는 체내 안정성을 높여야 하고, 특정 조직이나 장기, 특정 세포로 전달이 가능해야 한다. 외부에서 주입된 mRNA가 내재 면역을 작동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mRNA 암 백신에 대한 임상은 2009년부터 시도됐다. 암 백신은 근육주사로 피하조직에 존재하는 수지상 세포를 활용해 작용할 수 있다. 2010년 설립된 모더나는 mRNA 치료제 개발을 시도했으나 수없이 많은 실패를 반복해왔다.

모더나가 개발하고 있는 mRNA 암 백신은 환자에게서 선별한 항원을 mRNA 코딩 시퀀스로 만들어 지질나노입자(LNP)로 포장해서 근육 밑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3주마다 1회, 1년간 투여했는데 임상 2상에서 암 재발률 44% 감소 효과를 얻으면서 업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문제점도 분명하다. 일단 개인 맞춤형 치료제이기 때문에 고가의 치료 비용이 든다. 환자 개개인의 맞춤 치료제 생산에서 투여까지 걸리는 시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치료제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mRNA가 코로나19 예방 백신용으로서 안전성은 입증됐으나, 암 치료 백신으로서 효과나 안전성은 입증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도 치료용 암 백신 개발을 위한 몇 가지 기술적 과제를 꼽았다. △백신에 의해 유도된 면역세포(T셀) 품질 △T셀의 다양한 안티젠 반응성과 노쇠화 억제 △백신의 암 조직, 암 조직 투과 전달 강화, 안티젠 발현의 이질성, 소실 혹은 주조직적합복합체(MHC) 기능상실 등이다.

앞으로는 치료 백신이 암 백신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암 치료법인 방사선치료, 화학요법 등과 비교하면 치료 백신은 독성이 낮고 상태가 악화된 암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010년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첫 번째 암 치료 백신인 ‘프로벤지’ 이후에 허가받은 약물이 없다. 주요 의약품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수요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암 치료용 백신은 예방용 백신에 비해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대가 가능해 선도 제품이 시장점유율을 차지해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치료 백신 중에서도 관건은 개인 맞춤형 백신의 미래다.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암환자의 특이적 항원을 분석해 암 유래 항원을 발현하는 DNA, RNA, 펩타이드 등 다양한 형태의 항원을 겨낭해 생산한다. 환자 개개인에 따른 항원을 대상으로 제작하는 셈이다.

지난 5월 발간된 ‘개인 맞춤형 암 백신 현재와 미래’ 보고서에서 남진우 한양대 교수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의 첫 단계는 면역을 형성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한 항원을 암환자의 유전체·전사체 정보에서 찾는다. 암세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돌연변이는 암세포 자신의 새로운 항원 인식을 생성하고 신생항원으로서 가능성을 갖게 된다”면서 “빠르고 정확하게 암환자의 암세포에서 네오항원을 만들 가능성 있는 돌연변이를 탐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차세대 서열 분석이 도입돼 암환자의 특이 돌연변이와 네오항원(신생항원) 후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남 교수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은 신생항원(약물 과정에서 형성된 항원)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돌연변이를 포함해 자가조직 신생항원을 발현할 수 있는 자가조직 DNA 또는 RNA 형태로 만들 수 있다. 또 자가조직 신생항원 펩타이드나 단백질을 생산해 암 백신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암 백신을 개발할 때 중요한 요소는 암 백신으로 사용할 항원이 결정됐는지에 대한 부분”이라며 “항원 결정은 암환자 개인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암 유래 변이가 신생항원으로 규명되는 경우다. 여러 암환자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경우는 범용 암 백신으로, 특정한 환자나 특정한 암세포에서만 발견된 경우는 개인 맞춤형 암 백신으로 개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장봄이 기자 jang.bomyi@joongang.co.kr

202307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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