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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50)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 

좋은 습관을 스마트하게 

노유선 기자
다짐이 다 ‘짐’이 되지 않도록, 좋은 습관 형성을 돕는 스타트업 화이트큐브가 첫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화이트큐브는 누구나 건강한 습관을 들이기 쉽도록 효과적인 로드맵을 안내하고 실천을 독려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혁준 대표는 “인생을 바꾸는 건 결심보다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는 “세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과정을 마친 뒤 떠난 세계 배낭여행. 대기업에 보란 듯이 사표를 던진 뒤 책 1000여 권과 함께한 침잠의 시간. 여행과 독서는 그를 거친 세상에서 버틸 수 있도록 단련해주었고 세상 보는 눈을 트이게 했다. 그는 이 기간에 대해 “세상을 업그레이드했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다녔던 때”라고 설명했다. 그에게 ‘업그레이드’란 무엇이고 그가 만난 역사 속 인물은 누구일까.

자기관리 서비스 플랫폼 챌린저스를 운영하는 최혁준(39) 화이트큐브 대표는 대학 때부터 창업을 꿈꿨다. 최 대표는 “사회의 발전 양상은 온갖 비효율적 믿음을 깨뜨려온 역사”라며 “의학 기술의 발달과 사회 통념의 변화 덕분에 세상은 편견에서 자유로워졌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의술 덕분에 질병을 신의 벌로 단정하지 않고 의사의 치료가 필요한 영역으로 인정하게 됐으며, 노예제도를 비롯한 계급 간 불평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권리장전이 탄생했다.

최 대표는 미국 워싱턴DC의 국립 문서보관소 박물관(National Archives Museum)을 찾아 권리장전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에서는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의 발자취를 따라가봤다. 최 대표는 “세상의 업그레이드는 색다른 생각으로 비효율적 믿음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방식을 구축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색다른 생각으로 세상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한 사람들의 흔적을 돌아보며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들처럼 다르게 생각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현재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단편적 지식은 없는지 스스로를 점검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봤습니다.”

그 생각의 결과물이 2018년 설립한 화이트큐브다. 화이트큐브는 신진 작가를 육성하는 갤러리를 뜻하는데, 최 대표는 사명에 걸맞게 유저가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화이트큐브는 유익한 습관을 들이려는 유저를 모아 자기관리 서비스를 소개하는 플랫폼 ‘챌린저스’를 운영한다. ‘일찍 기상하기’나 ‘운동하기’, ‘책 읽기’, ‘홈 요가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효율적으로 습관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가령 ‘오전 6시에 일어나기’라는 도전 과제의 경우, 기상 후 욕실에서 손을 씻는 장면을 앱 내 카메라로 촬영해야 한다. 욕실로 이동해 손을 씻고 인증 사진을 찍다 보면 잠이 달아난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또 챌린저스의 특이점은 돈을 건다는 데 있다. 유저는 도전 과제에 참가비 최소 10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도전 과제 성취율만큼 상금이 주어지는 쏠쏠한 재미는 덤이다. 현재 챌린저스의 누적 가입자 수는 170만 명이고 누적 참여건수는 1000만 건, 누적 거래액은 5000억원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매출 56억원을 돌파해 2018년 설립 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5일 서울 강남에 있는 화이트큐브 사무실에서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최 대표가 만나 세상을 업그레이드하는 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좋은 습관을 효율적으로 내재화


창업 아이템인 ‘습관 형성’은 다독에서 비롯됐나.

퇴사 후 읽었던 1000여 권 중 자기계발서가 100권 정도였다. 당시 ‘행동경제학’에 심취했는데 습관 형성에는 환경 변화와 금전 투자가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행동경제학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일련의 행동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과정을 강조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넛지'와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을 읽으며 효율적인 자기관리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연구했다. 또 '돈 버는 심리 돈 새는 심리'에서는 손실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성향을 습관 형성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을 텐데 어땠나.

도전 과제에 적합한 참여 기간을 두고 여러 테스트를 거쳤다. 좋은 습관에 도전하는 심리적 허들을 낮추되 실질적으로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기간은 2주였다. 1주, 3주, 100일 등 여러 기간을 테스트해본 결과다. 또 창업 초반에는 영어 공부나 독서 등 교육 분야에 전념했다. 하지만 자기계발이 학습에만 국한된 건 아니지 않나. 교육 이외에 헬스케어, 뷰티, 자산관리 등 자기 관리의 다양한 분야에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마련된 도전 과제는 500여 개에 달한다.

동종업계에서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기존 자기 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습관 1.0’이라고 명명한다면 습관 1.0은 유저가 습관을 계획하는 데 집중했다. 즉, 유저가 스스로 고민해서 계획안을 작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습관 형성은 계획 세우기보다 실천하기가 더 중요하다. 계획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한 번이라도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이트큐브는 실행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른바 ‘습관 2.0’이다. 계획은 화이트큐브가 만들고 유저는 실행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화이트큐브는 구체적이면서도 측정할 수 있고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한다. 가령 ‘2주 동안 일주일에 5일 최소 10분간 독서하기’라는 목표는 매우 구체적이지 않나.

상금을 주는 것도 특이점이다.

돈을 거는 만큼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환급과 상금, 혜택은 유저의 흥미와 편의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습관을 들이면서 혜택도 받아간다고 생각하면 참여 동기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주어진 기간에 도전과제를 완수하면 참가비를 100% 환급해주고 85% 미만 달성자의 미환급금으로 마련한 상금도 제공한다. 화이트큐브는 이렇게 허들을 낮게, 시작을 쉽게 만들어 유저의 참여율을 높이고자 했다. 챌린저스가 설정한 도전 과제는 모두 ‘시작만 하라’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운동을 1분만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하면 막상 좀 더 하게 되지 않나. 시작이 반이다.

경쟁사는 구글의 ‘유튜브’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최혁준 화이트큐브 대표가 만나 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인증 사진을 남기는 방식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창업 전 자기계발 커뮤니티 ‘Being & Doing’을 운영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목표 달성은 상당히 외로운 과정이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하면 반드시 해내겠다는 목표 의식이 생기면서 다 함께 윈윈하는 환경이 형성된다. 동질감이 외로움을 희석하면서 좋은 습관 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다만 오프라인 커뮤니티 기능이 없기 때문에 연대가 느슨할 수 있다. 이를 인증 사진으로 보완해 과제 참가자들은 서로를 점검하며 자정작용을 하게 된다. 유저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며 취업준비생과 사회초년생, 직장인 등이 다수를 차지한다.

자기계발 트렌드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설명해달라.

스스로를 돌보고 챙기는 ‘셀프 케어’에 주목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더욱 강조되는 현상은 1인가구의 급증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셀프 케어를 중요시하는 트렌드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화이트큐브가 매년 매출액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는 점은 이 같은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올해 1월 매출이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20% 늘었다. 연초가 되면 사람들이 신년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다짐을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경쟁사로 여긴다고 들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습관 앞에서 늘 갈등한다. 평소처럼 유튜브를 보고 누워 있을지 아니면 나가서 운동을 할지 고민한다. 소셜미디어의 유혹에 못 이겨 몇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화이트큐브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경쟁사로 삼고 사람들이 건강한 습관을 들이는 데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임무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든 이에게 의미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을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포부다. 화이트큐브는 현재보다 더욱 임팩트 있는 서비스로 챌린저스 유저에게 다가갈 방침이다. ‘습관 3.0’으로 진화하는 작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습관 3.0의 청사진을 설명해달라.

다양한 기업과 제휴해 도전 과제를 기획하는 것이다. 가령 ‘때 맞춰 영양제 먹기’ 과제를 수행할 때 특정 기업의 건강기능식품을 활용하면 챌린저스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된다. 운동 습관의 경우에는 스포츠용품을 간접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현재 교육과 뷰티, F&B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제휴해 도전 과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브랜드 마케팅과 동시에 유저 피드백으로 상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챌린저스 유저가 이른바 ‘체리피커’가 아니기 때문에 신제품 리뷰에 진정성이 담겨 있다는 평이다. 유저에게는 양질의 제품·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좋은 습관 형성에 보탬이 되고 기업에는 효과적인 브랜드 마케팅으로 수익 증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챌린저스가 잠재적 고객과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참신한 기획을 소개해달라.

지난해 1월부터 ‘랜선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걷기나 달리기, 등산, 자전거 등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경쟁 시스템을 적용한 것이다. 가령 걷기 대회는 참가자들이 누적 걸음 수를 실시간으로 서로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걷기 동기부여에 탁월하다는 평이다. 이때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한 기업은 후원사로 참가해 유저의 꾸준한 참가를 독려할 수 있다. 이같이 기업 제휴를 늘려 매출액 1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등극하고 싶다. 기업과 제휴한 다양한 도전 과제를 늘려나가면서 향후 광고업체 인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3호 (202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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