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설립된 틸트프로(TILTPRO)는 굴착기용 어태치먼트(attachment) 전문 제조사다. 국내 제조 스타트업이 활성화되는 가운데,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혁신 제품과 서비스로 빠르게 성장하는 강자가 등장했다
▎굴착기 어태치먼트 핵심 부품인 웜기어 뒤에 선 민병규 틸트프로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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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태치먼트는 성능을 높이거나 필요한 작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기계 본체에 부착하는 부가장치를 말한다. 틸트프로가 개발·생산하는 제품은 굴착기용 어태치먼트다. 굴착기 끝에 달린 버킷(바가지) 대신 어떤 어태치먼트를 다느냐에 따라 땅을 파거나 나무를 자르고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돌도 깬다. 심지어 풀도 벨 수 있다. 유압으로 작동하는 굴착기가 단순히 땅을 파거나 흙을 나르는 기능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셈이다.틸트프로는 그동안 국내 건설기계 제조업종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기술과 서비스로 국산 어태치먼트 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굴착기용 회전링크, 틸트링크, 틸트로테이터, 그랩 등을 선보인 틸트프로는 이미 굴착기 기사들 사이에선 ‘명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창업자 민병규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어태치먼트 영업에 발을 디딘 전문가다. 20여 년간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국산 명품 어태치먼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어태치먼트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어떤 제품인가.굴착기는 땅을 파는 용도로 개발된 건설 장비다. 최근에는 도시화 작업이 많아지면서 작업 환경과 목적이 복잡해졌고, 이를 해결할 어태치먼트 시장이 활성화됐다. 버킷을 떼고 어떤 부가장치(어태치먼트)를 장착하느냐에 따라 나무도 자르고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돌도 깬다. 풀도 벨 수 있다. 유럽에서 특히 활성화됐는데, 한국 시장도 엄청 커졌다. 유압으로 움직이는 굴착기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는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
틸트프로의 대표 제품은.다양한 작업 목적을 위해 사용하다 보니, 어태치먼트 역시 굉장히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다. 틸트프로의 주력제품은 회전링크인 ‘로토퀵’이다. 이 제품을 설치하면 굴착기 버킷을 360도 회전할 수 있다. ‘틸트링크’도 있다. 버킷을 좌우로 회전하는 장치다. 두 부품의 기능과 장점을 합친 ‘틸트로테이터’도 있다. 회전링크와 틸트링크를 결합해 두 기능을 동시에 구현한다. 굴착기 버킷을 상하좌우 원하는 방향 어디로든 활용할 수 있게 변신시킨다.
굴착기용 어태치먼트 개발은 어떻게 시작했나.전공은 본래 체육 쪽이다. 2007년 대학 졸업 후 뉴질랜드에서 어학연수를 마쳤다. 이후 무역협회의 무역마스터 코스를 이수했고, 해외영업으로 진로를 틀었다. 2010년 무렵 취업했는데, 마침 그 회사가 중장비 어태치먼트 수출 기업이었다. 5년 정도 해외영업을 경험한 후 2014년 독립했다. 직장 다닐 때나 사업할 때나 모두 중장비 어태치먼트 무역이 기본이었다. 한국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유럽 등으로 수출하는 이른바 오퍼상이다. 해외 판로가 부족한 제품의 수출처를 확보하는 일인데, 일반적인 오퍼상과 달리 우리는 철저히 중장비 어태치먼트만 소싱했다. 첫 직장부터 지금까지 줄곧 어태치먼트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 제품을 파는 것과 개발하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 아닌가.사업을 시작하면서 제품 개발에 나섰다. 처음에는 혼자 해보려 했다. 제조사에 제품 콘셉트를 전달해 제작을 의뢰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의도대로 잘 안 되더라. 직장 생활을 하면서부터 쌓아온 업계 네트워크가 탄탄하니,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을 수소문해 머릿속 구상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공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기술영업의 특성상 제품 구조와 작동, 특성을 완벽히 꿰고 있어 엔지니어 정도의 이해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판매고가 늘면서 2021년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미 국내 제조사도 있고, 해외에도 큰 기업이 있는 레드오션 아니었나.회전링크는 이미 유럽에선 30년 넘게 사용해온 제품이다. 직장 생활 때 해외 박람회를 가보니 국산과 외국산의 가격차가 너무 크더라. 이 가격이 국내에서 통할까 싶었다. 결국 국산화를 계획했는데, 회사 입장에선 수요가 불확실한 사업에 투자하기를 꺼렸다. 무역업으로 독립한 후에도 회전링크를 잊고 지냈는데, 2017년 무렵부터 국내에서도 회전링크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20년 넘게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장 기회가 너무도 빨리 찾아왔음을 직감했다.
제품 개발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물론이다. 당시 다른 국내 업체들은 외국 제품을 들여와 그대로 카피했다. 하지만 흉내만 냈을 뿐 하자가 너무 많아 시장에서 외면받기 일쑤였다. 고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느는 상황에서 내구성만 잡으면 내 공간이 생길 거라 확신했다. 여러 해외 자료를 참조하고 연구한 끝에 구동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가 섬광처럼 떠올랐다. 머릿속에 그린 아이디어를 시행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2021년 5월에 내놓은 회전링크인 로토퀵이다.
경쟁사와 차별화한 틸트프로의 강점은 무엇인가.우리나 경쟁사나 해외 제품이나 기본적인 구동 방식은 똑같다. 모터에서 웜기어를 타고 웜휠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웜기어인데, 일반 산업에 적용되는 웜기어는 기어 틈만 맞추면 된다. 하지만 굴착기는 건설현장 특성상 충격이 크다. 윔기어 하부와 어태치먼트 사이가 벌어지는 유격이 항상 큰 문제였다. 국산 제품은 6개월만 써도 유격이 생겨 너덜너덜해졌고, 수리한다 해도 몇 개월 못 버텼다. 반면 외국 제품은 3년 이상 써도 유격이 발생하지 않아, 우리도 그 정도 하면 성공하겠구나 생각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복잡한 기계 구조를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쉽게 말해 웜기어를 고정하는 방식이 우리와 경쟁사가 완전히 다르다. 중앙과 하단, 상부에서 모두 잡아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유격 문제를 완벽히 해결했다. 특허등록도 완료했다. 이미 틸트프로의 작동 방식과 구조는 물론 내부 구성품까지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완전히 공개돼 있다. 왜 우리 제품이 경쟁력 있는지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제품 구조를 공개하면 경쟁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 아닌가.벌써 카피캣이 많다.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은 외국 제품을 들여와 베끼는 걸 관행처럼 당연시해왔다. 싸고 기본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었다. 시장에서도 어떤 제품을 카피하든 성능만 비슷하면 팔렸다. 이런 상황에서 틸트프로가 시장의 메기가 됐다. 처음에는 작은 회사라며 거들떠보지도 않더니, 이제는 우리 제품을 그대로 베낀다. 하지만 내구성과 기술력이라는 DNA를 쉽게 베낄 수는 없다. 실제로 우리 제품을 사용해본 고객 중에는 유사 제품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영업 방식도 기존과는 다르다고 들었다.판매를 위한 홍보, 마케팅도 세련되게 바꾸려 노력한다. 중장비 소유자들도 점점 젊은 층으로 바뀌고 있다. 그런 면에서 틸트프로의 디자인이 큰 역할을 한다. 중장비답지 않게 세련되고 심플하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에 시장 호응이 엄청나다. 현재 국산품 중 우리 제품 사이즈가 가장 가볍고 낮고 좁다. 25% 이상 경량화에 성공한 결과다. 어태치먼트는 높이가 클수록 굴착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또 하나, 한국 건설업계의 특징인데 중장비 소유자가 대부분 개인사업자다. 수억원을 들여 산 ‘내 장비’니 어태치먼트도 고급 제품을 달겠다는 욕구가 강하다. 값비싼 외산 덤프트럭을 구매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우리 제품이 그분들께 최고급 옵션 대접을 받는다. 게다가 작업 효율까지 끌어올리니 한 번 써보고 계속 틸트프로만 찾는 분들이 늘고 있다.
직접 B2C로 판매하나.대리점 운영이 원칙이다. 현재 전국에 25개 대리점이 있다. 초기 소규모일 때는 직거래도 했다. 대리점 운영도 관행을 넘어서려 노력 중이다. 외국계 한국지사 총판 담당자를 영입해 대리점 관리와 운영을 맡겼다. 판매와 수금 등을 철저하게 법률과 메뉴얼대로 관리하니 ‘틸트프로 대리점은 신뢰할 만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대리점 개설 요청이 몰리고 있다. 요즘은 제품뿐 아니라 대리점 운영까지 카피캣이 등장할 정도다. 이 부분도 관행을 깨고 부정행위방지법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으니 베끼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게 국내 현실이다. 우리는 철저하게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으로 승부한다. 2023년 시장 전체가 침체했음에도 불구하고 틸트프로만 2배 넘게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재 월 250대가 최대 생산량인데, 1월 들어서만 재고까지 380대가 팔렸다. 상반기 안에 월 400대까지 생산량을 올리려 한다.-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 _ 사진 지미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