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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진출 모색하는 테슬라의 강력한 라이벌 

 

지난해 허사오펑은 테슬라가 시작한 인정사정없는 가격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이제 그는 자신의 전기차 브랜드 샤오펑의 성공을 위해 해외 성장에 명운을 걸고 있다.

▎ 사진:FANG YI FEI FOR FORBES ASIA
중국 광저우에 자리한 중국 자동차 제조사 샤오펑은 국내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높은 곳을 목표로 한다. 말 그대로 높은 곳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이 회사의 자회사는 비행 자동차 모델을 전시해 2025년 말 중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특히 중국에는 비행 자동차를 허가할 만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가 그런 차를 탈 일이 없다고 하더라도, 라스베이거스에서의 홍보는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고급 브랜드로서 샤오펑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동 설립자 허샤오펑(47)은 샤오펑을 중국의 선도적인 전기차 제조업체 중 하나로 만들었다.

샤오펑의 회장이자 CEO인 억만장자 허는 CES에 참석하지 않았고 현재 언론에서 비행 자동차를 언급하지도 않는다. 다른 할 일이 많아서다. 중국 내 전기차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홍콩과 뉴욕 증시에 상장된 샤오펑은 해외로 진출하여 고급 전기차 제조업체로 입지를 굳히고, 적자를 끝내고, 2030년까지 중국 3대 전기차 제조사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다. 출하량을 기준으로 샤오펑은 2023년 10대 업체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샤오펑은 테슬라가 시작한 인정사정없는 가격 전쟁에서 살아남았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자사 차량 가격을 미국 대비 40% 인하했다. 허는 판매를 강화하기 위해 테슬라 모델 Y와 경쟁할 SUV G6를 공개하고 폭스바겐을 투자자로 유치했다. 지난 7월 폭스바겐은 7억 달러를 투자해 샤오펑의 지분 4.99%를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샤오펑의 1년 전체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장 최신 자료인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한 85억 위안(1조5719억원)이었지만 손실도 39억 위안으로 증가했다.

저가 아닌 중고가 포지셔닝

지난 12월 베이징에서 단독 인터뷰에 응한 허는 “위기는 곧 기회”라며 “위기가 없었다면 그토록 결연하게 변화를 추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연구개발 예산을 2023년 대비 40% 확대한 52억 위안으로 늘리고 4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에도 경쟁은 치열할 전망이다. 특히 테슬라가 지난 1월 중국의 여러 시장에서 가격을 인하했다. 상하이 소재 86리서치의 애널리스트인 왕한양은 “올해 경쟁은 대단히 치열할 것”이라며 샤오펑이 2023년 말에 큰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만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광저우에 있는 화남이공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허는 폭발적 성장과 급격한 쇠락의 주기에 대해 잘 안다. 후베이성에서 나고 자란 그의 첫 벤처는 자동차기업이 아니었다. 홍콩에 상장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아시아 인포에서 일하다가 2004년 UC 웹이라는 모바일 브라우저 운영사를 설립했다. 10년 뒤 회사를 알리바바에 43억 달러에 매각했다. 당시 초창기였던 전기차 부문에서 기회를 감지한 알리바바는 이후 허가 2014년 공동 설립한 샤오펑의 투자사가 됐다.

그러나 회사가 2018년 첫 모델 G3 SUV의 양산 준비를 마쳤을 때 중국 정부가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삭감하면서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었다. 샤오펑은 자신의 개인 자금과 사모펀드 등 투자사들로부터 확보한 투자금 4억 달러로 살아남았다. 2020년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15억 달러를 유치했다. 두 번째 모델인 P7 세단이 출시되자마자 성공을 거두면서 중국 전기차 제조사가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커지자 주가가 급등해 시가총액은 570억 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나 경쟁사가 새 모델을 출시하고 코로나19 봉쇄로 인해 회사 공급망이 타격을 받으면서 최근 수년간 주가가 급락했다.

2024년 첫날, 허는 고급 시장을 겨냥한 7인승 MPV인 X9을 시작가 36만 위안에 출시했다. 그리고 앞으로 제품을 더 빨리 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샤오펑과 전기차 업계는 또 한 번 매출 부진을 겪었다. 지난 1월 신궈빈 중국 공업정보화부 차관은 중국에서 전기차 프로젝트가 난립하면서 외부 수요가 부족해졌음을 인정했다. 정부 관료들은 금융, 물류 등 분야에서 지원을 확대하여 중국 전기차 수출업자를 돕겠다고 약속했다.

샤오펑의 주가는 연초부터 난항이다.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과 새로 시작되는 가격경쟁에 대한 우려 때문에 지난 2월 중순부터 뉴욕과 홍콩 양 시장에서 주가가 30% 넘게 하락했다. 시티의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월 목표 주가를 39.90홍콩달러(6800원)에서 28.30달러로 또 한 번 낮췄다. 일론 머스크가 2024년 눈에 띄게 낮은 테슬라의 성장을 경고한 것도 전기차 관련 주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게 한 요인이었다. 소유한 부의 대부분이 회사 주식인 허의 순자산은 2021년 고점일 때의 55억 달러에서 70% 줄어든 15억 달러다(2월 중순 포브스 실시간 순위).

허는 성장을 위해 유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다음가는 세계 2위 규모의 전기차 시장인 유럽은 2035년부터 전기차가 아닌 차량을 단계적으로 판매 중단할 방침이다. 게다가 자동차 관세도 최대 27.5%에 달하는 미국에 비해 10%에 불과해 매우 저렴하다.

그러나 유럽에도 문제는 있다. 중국 내에서도 공급 과잉이지만, 유럽에 차를 수출하려는 회사는 샤오펑뿐만이 아니다. 헝가리에 첫 유럽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는 억만장자 왕촨푸의 BYD를 필두로 중국 전기차 제조사 10여 곳이 이미 유럽에서 경쟁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지난가을 글로벌 시장이 “저렴한 중국산 전기 자동차로 가득하다. 이 자동차들의 가격은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통해 인공적으로 낮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EU는 중국 전기차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중국은 지난 1월 EU 주류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며 이에 대응했다.


▎(위) 샤오펑의 G9 SUV는 노르웨이에서 2023년 4분기 출하량 상위 15위권에 든 순수 전기차가 됐다. (아래) 샤오펑은 지난 1월 자사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이제 중국 243개 도시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 사진:COURTESY OF XPENG MOTORS
샤오펑이 유럽 다음으로 겨냥하는 시장은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다. 올해에는 이집트 진출도 노린다. 허는 “샤오펑을 해외에서 중고가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며 “차를 저렴하게 파는 것은 절대 내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를린 소재 시장조사 업체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노르웨이에서 샤오펑의 G9 SUV는 5만7990유로(8400만 원)이며, 2023년 4분기 전기차 판매량 15위권에 진입했다. 86리서치의 왕은 2023년 샤오펑이 현재 영업 중인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럽 4개 시장에서 약 2000대를 판매했다고 추정한다.

판매 대수는 작지만 처음에는 유럽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만드는 데 실패했던 샤오펑에는 중요한 한걸음이다. 올해 샤오펑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로 진출한다고 밝혔다. 하반기에는 영국과 기타 국가를 위해 최초로 오른쪽 운전석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허는 회사가 올해 유럽 자율주행기술 연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유럽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첨단 자율주행기술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또 유럽 공장·공급업체와 제휴하여 현지에서 자동차를 제조하고자 한다.

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의 설립자인 마티아스 슈미트는 고급 자동차 시장에서 유럽 소비자들은 여전히 포르쉐, 메르세데스 벤츠 등 유서 깊은 현지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즉, 중국 전기차 제조사는 저가 시장에서 더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것이다. 중국 국영 상하이자동차가 2007년 인수한 영국의 상징적인 브랜드 MG는 이후 저가 자동차를 판매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싱가포르 소재 시장조사 업체 캐널라이스에 따르면 MG는 이러한 전환에 힘입어 서유럽에서 출하량 기준 5대 전기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0월 사이에 서유럽에서 판매된 순수 전기차의 거의 9%가 중국 브랜드 차량이었으며 출하된 중국 브랜드 자동차는 총 160만 대였다. 슈미트는 “중고가 브랜드가 되겠다는 야심은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대단히 어렵다”고 말했다.

허는 고급 시장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안다. 허는 “엄청난 인내심을 가지고 해외시장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지 시장을 이해하고, 팀과 공급망을 구축하고 현지에서 제조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허는 회사 매출의 절반이 해외에서 나오기를 바란다. 샤오펑은 현재 해외 판매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중국에서도 경쟁 상대는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인기 모델인 P7i의 가격을 7000달러로 15% 낮추긴 했지만, HSBC 첸하이 증권에 따르면 샤오펑은 올해 출시될 전기차 120여 대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야 한다. 그중 하나는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의 세단 SU7이다. 샤오미는 샤오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제조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 국내 대체에너지 차량의 성장률은 20%로 둔화될 전망이다. 2023년 판매량은 38% 증가했다.

샤오펑은 X9으로 고급 부문을 개척하면서 3분기에 대중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 호출 대기업 디디와 협업할 예정이며 15만 위안 정도의 저가로 출시된다. 지난 8월 디디는 샤오펑에 7억4400만 달러로 스마트 전기차 사업을 매각했으며, 새 모델을 위해 협력하는 데 상호 합의했다.

허는 “2024년에는 전기차 여러 대를 출시할 예정이며, 그 속도는 2025년과 2026년에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허가 남긴 사내 메모에 따르면 2027년 말에는 신규 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 30대를 출시할 계획이다. 올해 샤오펑의 중국 내 판매량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은 엇갈린다. 시티는 예상 판매량을 25만 대에서 19만5000대로 줄였지만 상하이 소재 컨설팅 업체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의 총괄 이사 예일 장은 30만 대 정도로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24년 첫 두 달의 출하량은 우상향이 아니었다. 샤오펑은 2월 4545대를 출하했는데, 지난해 대비 거의 25% 낮은 수치다. 1월에는 8250대를 출하해 지난해 대비 60% 증가하긴 했다.

허에 따르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샤오펑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동시에 고급 자율주행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샤오펑은 항상 젊은 세대의 이목을 끌기 위해 노력해왔다. 각종 기술이 적용되고 멋지게 디자인된 샤오펑의 차량은 종종 테슬라 모델 3의 중국산 대안 제품으로 꼽힌다.

허는 샤오펑이 자율주행 부문에서 타 업체에 비해 “훨씬 발전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샤오펑은 자사 자율주행 서비스를 243개 도시에서 이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샤오펑의 자동차는 설치된 센서와 자체 개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도로 상황을 분석한다. 애널리스트들은 샤오펑이 중국 최고 수준의 주행 보조 제품을 개발했다고 본다. 그러나 중국 법에 따르면 인간 운전자가 있어야 하며 자동차 운전자는 차량이 자동 모드일 때 개입할 수 있다.

샤오펑은 자율주행차 관련 알고리즘의 학습을 위해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협업한다. 지난 12월 알리바바는 샤오펑 지분 3억9100만 달러어치를 매각하며 소유 지분을 10.2%에서 7.5%로 줄였지만 허는 “알리바바와의 장기적 협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펑은 폭스바겐과 제휴해 공급망 일부를 넓힘으로써 2024년에 비용을 일정 부분에서 20% 줄일 계획이다. 모닝스타증권의 애널리스트 빈센트 선에 따르면 이 제휴 덕분에 샤오펑은 폭스바겐의 자동차 부품 일부를 저가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양사는 중국에서만 판매될 폭스바겐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 2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두 모델의 양산은 2026년에 시작될 예정이다.

허에 따르면 효율이 개선되고 있다. 2023년 1월 허는 장성자동차 총괄 이사 겸 부회장을 지낸 왕펑잉을 샤오펑 사장으로 선임하고 제품 계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분야를 감독하게 했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 순위에 여러 차례 오른 왕은 운영을 간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허가 말했다. 올해 왕은 또 한 번 인력 구조를 조정한다. 중국 현지 언론은 인사, 제조 부문 대표들도 교체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허는 자율주행이 계획대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펑은 향후 2년 동안 사용할 고급 엔비디아 칩을 충분히 확보한 듯하다. 이를 활용하여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겠지만, 86리서치의 왕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이 기술과 관련하여 충돌하면서 바이든 정부가 부과한 수출 제한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샤오펑은 2020년 상장한 이래 수익을 신고한 적이 없다. 이런 변화와 샤오펑의 전략이 회사를 곧 수익성 있게 만들 수 있을까? 모닝스타의 선은 2026년 이전까지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루 로터스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에릭 웬은 “2031년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는 이를 2025년으로 본다.

- Yue Wang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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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호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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