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선택인가 타협인가 

 

미션과 비전에 역행하는 타협이라면 잘돼야 갚아야 할 빚이요, 많은 경우 훗날 독이 되기도 한다.
“밤은 어두웠고 바다는 먹물처럼 검었다. 뒤척이며 밤을 보냈고, 감각은 긴장하고 있었다. 육지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고, 달이나 별도 없었으며, 주위는 완전히 어두웠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배의 길이나 갑판의 너비조차 알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감싸는 검은 어둠에 우리는 완전히 둘러싸여 있었고, 그것이 유발한 불안은 깊었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의 한 장면이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가끔 차갑고 짙은 어둠이 내린 밤바다에 홀로 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회사 성장을 더디게 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경험 많은 선배들에게 조언도 청해보지만, 의외로 분명한 답을 얻는 경우는 드물다.

‘지도는 모험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는 말이 있다.

남이 가지 않은 길을 목표로 향해가는 모험에 나선 기업이라면, 어디에도 지도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상황이야 어떻든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보이면 바로 해결책을 만들어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방법이 여러 개 있을 때,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시간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스타트업은 의사결정이 더욱 어렵다. 그 결정이 회사의 장단기 성장을 위한 ‘올바른 선택’인지, 경영이라는 짐을 진 CEO나 경영진의 ‘어쩔 수 없는 타협’인지를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미션과 비전이다. 시장은 언제나 변하고, 그에 따라 상황과 가용자원도 늘 달라진다. 하지만 회사가 사업을 하는 목적인 미션과 비전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기업의 미션과 비전은 어려운 선택의 시기일수록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북극성이자, 앞이 깜깜해 보이는 지금 이순간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 알려주는 등불이 되어준다.

다시 올바른 ‘선택’과 ‘타협’이라는 화두로 돌아와보자. 어떤 결정이 미션과 비전을 이루기 위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스스로 납득했다면, 그건 타협이 아닌 선택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대표나 회사가 견뎌내야 할 현실을 더 편하게 넘어가기 위해서, 혹은 여러 대안 중 실패 확률이 적어 보이고 보험처럼 느껴져서 선택한다면 현실과 타협한 결과일 수 있다.

미션과 비전에 역행하는 타협이라면 잘돼야 갚아야 할 빚이요, 많은 경우 훗날 독이 되기도 한다. 남이 도전하지 않는 기업으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가졌다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션과 그것이 구현된 비전의 모습을 명확히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미션, 이를 실현할 경영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모르고 시작했다면 바보이고(나를 비롯한 많은 이가 처음엔 바보였기에 창업에 나섰으리라) 알고 시작했다면, 아니 이제야 알았다면, 자신이 내건 비전이 결국 이루어질 것이라 믿고 나아가야 한다.

- 양현모 에피소든 대표

202409호 (2024.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