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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여는 자동차산업 자동화 

 

오늘날 세계 상위 10대 자동차 제조사 중 9곳이 부품 이동부터 완성차를 선박에 적재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자동화하는 유사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지난 100여 년간 자동차 제조 기술은 생산성의 비약적 향상을 위한 ‘자동화’를 목표로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왔다. 포드(Ford)의 혁신적인 조립라인이 등장한 1910년 이전까지는 자동차가 고정된 상태에서 작업자들이 이동하며 조립했다. 하지만 포드는 작업자가 아닌 자동차를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하게 하고, 작업자는 고정된 장소에서 특정 업무만 반복해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90분마다 한 대씩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격을 원래의 3분의 1로 줄였다. 이로써 자동차는 사치품에서 대중품으로 탈바꿈했다.

1950년에는 자동차 공장에 최초로 자동 지상 차량(AGV, Automated Ground Vehicle) 기술이 도입됐다. 자동차 공장 내 숙련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숙련자가 부품 등을 운반해왔던 수십 년 혹은 수백년간 이어진 작업 환경을 네 바퀴가 달린 단순한 로봇으로 단번에 바꿔놓은 것이다. AGV는 바닥에 깔린 자석 레일을 따라 이동하면서 비숙련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 이 기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될 정도로 가히 혁신적이었다.

앞서 빠르게 도입된 전동공구는 작업자의 생산력을 수백 배, 심지어 수천 배까지 끌어올렸는데, 1960년 대에 접어들어 다양한 전동공구가 산업용 로봇 팔로 변신했다. 포드가 컨베이어벨트를 제공했다면, 또 다른 미국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 모터스(GM)는 산업용 로봇 팔을 대중화하는 데 기여했다. 덕분에 작업자들이 직접 전동도구를 다룰 필요 없이 산업용 로봇 팔이 많은 작업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됏다.

1990년대에 들어서자 AGV는 라이다 센서를 탑재해 업그레이드됐다. 그전까지 AGV가 바닥에 깔린 자석 레일을 따라 움직였다면, 이제는 라이다 센서로 주변 환경을 스스로 탐색하고 반응하며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이 로봇들은 자율주행 물류로봇(AMR, Autonomous Mobile Robots)이라고 불린다.

자동차 제조의 ‘자동화’에 힘쓴 수많은 이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컨베이어벨트는 자동차 본체를 이동하고, 로봇 팔은 부품을 조립하며, AMR은 공장 내에서 부품 운송을 처리하는 시대를 2000년대에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완성차를 공장에서 배에 싣기 위한 최종 단계는 오랫동안 자동화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그런데 2019년, BMW가 완성 자동차를 운반하는 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BMW는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인 서울로보틱스와 협력해 이를 현실화했다.


오늘날 세계 상위 10대 자동차 제조사 중 9곳이 부품 이동부터 완성차를 선박에 적재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자동화하는 유사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오늘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은 공장 내 컨베이어벨트조차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완성품이 아닌 배터리팩과 모터만 장착된 전기자동차가 공장 내에서 자율주행하게 됐을 정도다.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100년을 책임질 산업 분야에 뛰어들고 싶은 후배들에게 전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화는 이제 시작이다. 같이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보자.

-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202409호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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