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

Home>월간중앙>히스토리

우연으로 가득한 세상, 더 당당하게~ 

“은행가·학자 등 믿어서는 안 돼… 진짜 뉴스 들으려면 파티에 가야”
금융위기 이후의 새 人生論 ‘블랙 스완’
별난페이지 

미국 발 금융위기를 예견해 화제에 올랐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검은 백조’가 넘쳐나는 세상을 헤쳐나갈 힘은 무엇일까? 위기의 시대, 샐러리맨을 위한 탈레브의 충고-.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운명의 여신을 비웃어 주는 유일한 방법을 알고 있나요? 운명이 어떻게 흘러가든 내 삶의 방식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가령 오늘 내가 사형을 선고받았다고 해도 태연자약하게 면도를 하면 된다는 말이죠.”

지난해 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49)는 영국의 주간지 <선데이타임스매거진>과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세상은 우연투성이여서 예측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블랙 스완(The Black Swan·검은 백조)’ 이론의 창시자이자 ‘월스트리트의 새로운 현자(賢者)’로 불리는 금융사상가다.

‘블랙 스완’이란 무엇인가? 서구인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검은색 고니가 발견되기 전까지 ‘모든 백조는 희다’고 생각했다. 흑고니의 발견으로 인해 그 동안 쌓아온 경험으로 얻은 신념이 무참히 깨져버린 셈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이나 구글의 등장 등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세상의 판단 중에는 어느 순간 우연히 발견된 또 다른 사실로 인해 무너질 수 있는 것들이 부지기수다.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 바꿔…”
탈레브는 블랙 스완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우선 블랙 스완은 우연히 일어나기 전에는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발생했을 때는 매우 큰 파장을 몰고 오죠. 우리는 그것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지만, 다음에 올 사건을 예상할 때는 큰 도움을 줍니다.”

탈레브의 10가지 인생 충고
1. 인간다운 불완전함을 갖춰라
2. ‘세렌디피티’의 보고, 파티를 즐겨라
3. 넥타이 맨 사람의 말은 믿지 마라
4. 사형대 앞에 서더라도 당당하라
5. 기존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려 하지 마라
6. 실패할 때는 당당히 실패해 버려라
7. 부정적 마인드의 소유자는 피하라
8. 진짜 뉴스를 들으려면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라
9. 일하는 것 이상으로 운도 따라야 한다
10. 성장 가능성이 있는 아랫사람에게 잘하라
그는 이 우연성에 주목해 2007년 5월 문제의 저작 <블랙 스완(The Black Swan)>을 내놓았다. 이 책이 출간될 무렵 그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쓰나미가 월가를 비롯한 전 세계를 강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때만 해도 사람들은 탈레브의 이런 주장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 세계의 금융위기로 확대됐고, 급기야 한국의 월급쟁이들을 연일 우울하게 만드는 경기 침체의 늪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현자의 손길이 절실하기 때문일까? 지금 전 세계는 탈레브와 블랙 스완에 열광하고 있다. 1회 강연료 6만 달러(약 8,200만 원)를 내야 들을 수 있는 그의 생생한 충고 속에는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일까?

탈레브의 인생론은 확고하다. 그는 “0.1%의 가능성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우연한 발견이 기존의 모든 사실을 뒤집어 엎을 수 있듯, 한 사람의 인생도 마음먹기에 따라 180도로 바뀔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늘 ‘불확실성’을 입에 달고 산다. 삶 속에서 연일 마주치게 되는 희귀하고 극단적인 사건들.

그는 이런 사건들의 원리를 탐구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는 일반의 논리와 많이 다르다. 일반인들은 특이한 것을 배제한 사례더미 속에서 평균값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탈레브는 이런 행위에 어떤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게 만든 논리는 “거대한 지적 사기(Great Intellectual Fraud)일 뿐”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오히려 그는 정반대로 사고하고 움직인다. 정상적인 사례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독특한 사례들, 즉 극단값을 꼬박꼬박 모아 챙겨둔다. 그리고 이들 사례의 누적된 효과를 찾아내 생활에 적용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한 친구의 진짜 성격이 어떠한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장밋빛 일상생활이 아니라 극단적인 상황에서 그를 시험해 봐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범죄 성향의 사람인지 아닌지를 평범한 일상에서 찾아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이처럼 때로는 정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할 때가 있죠.”


앞에서 언급했듯 그는 금융사상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독자적인 투자회사 엠프리카캐피털을 운영하는 투자전문가 겸 컨설턴트다. 그가 생각하는 인생 투자의 공식도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다.

“자유시장이 작동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은 기술이 뛰어난 사람에게 보상이 많이 주어지기 때문이 아니라 누구든 공격적인 시행착오 끝에 행운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성공전략은 간단합니다. 최대한 집적거려 블랙 스완이 출몰할 기회를 최대한 늘리면 됩니다.”

하지만 봉급쟁이와 같은 일반 서민들은 이런 실패를 매우 두려워한다. 탈레브는 이를 두고 “그것은 아는 것에만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얼마간의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배우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죠. 바로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눈앞의 사실이 아닌, 원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많은 사고를 겪어봐야 가능한 일이죠.”

“실패할 때는 당당히 실패해 버려라”

다소 난해한 듯한 현자의 이런 논리는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하다. 생활 속에서 금방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다. 탈레브는 다음과 같은 10가지 중요한 생활수칙을 강조한다.

1. 인간다운 불완전함을 갖춰라 우연주의의 실천은 때로는 시련을 가져다준다. 때문에 중대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회의감을 들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아주 사소한 일이나 예술적 취미 등에 대해서도 인간다운 불완전함과 미련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동물이다.

2. 파티를 즐겨라 우리는 파티장에 들어서기 전까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절대 알 수 없다. 한마디로 파티는 ‘세렌디피티(serendipity·중대한 발견이나 발명이 아주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외출하기를 꺼리는 동료가 주위에 있다면 무조건 파티장으로 끌고 가라.

3. 넥타이 맨 사람의 말은 믿지 마라 ‘넥타이 차림의 신사들’, 즉 은행가와 학자들의 말은 경계해서 들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예측은 ‘실패에 대한 책임’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능한 한 자신과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는 사람은 멀리하는 편이 좋다.

4. 극한의 상황에서도 당당하라 지금 당신이 사형대에 선다고 해도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 우연성에 대항할 최후의 수단은 자신의 평소 행동방식을 유지하는 것이다. 운명의 결과를 조종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우아하게 대처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5. 시스템을 해치려 들지 마라 예부터 내려오는 복잡한 시스템들이 있다. 이것을 무너뜨리려 해서는 곤란하다. 이러한 시스템의 구조는 우리의 이해수준을 뛰어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가령 ‘지구를 오염시키지 말라’는 말이 그렇다. 어떤 ‘과학적 증거’를 제시한다고 해도 지구는 지금 모습 그대로 후세에 남을 공산이 더 크다.

6. 실패할 때는 당당히 실패해 버려라 실패를 오래 끌지 않고 포기한다고 해서 비겁한 것은 아니다. 마음껏 시행착오를 겪어보고 그 실패를 줄여나가면 되는 일이다.

7. 싸움에서 진 개는 피하라 “그건 불가능해” “절대로 무리야” “너무 어려워” 따위의 말을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은 더 이상 만나지 말아야 한다.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순간, 그것은 대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반대로 “할 수 있다”고 말할 때는 “틀림없이 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

8. 뉴스를 보기 위해 신문을 읽어서는 안 된다 신문은 가십이나 작가의 경력 등을 알기 위해 읽는 것이다. 검증된 중요한 뉴스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최선의 장소를 찾아가면 된다. 다름 아닌 카페·레스토랑·파티장 등이 그런 곳이다. 그곳에서 화제로 오르내리는 것이 바로 진짜 뉴스다.

9. 일하는 것 이상으로 운도 따라야 한다 매우 열심히 공부한다면 교수가 되거나 벤츠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기는 힘들다. 이런 상을 타려면 노동 그 자체만이 아닌 운도 따라줘야 하는 법이다.

10. 아랫사람의 이메일에 반드시 답하라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이 보낸 이메일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한다. 아랫사람은 지금부터 더 높은 지위에 오를 가능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을 무시한 사람을 끝까지 기억한다. 세상은 지금 위기에 봉착해 있다. 어떤 이는 일시적 침체를, 또 어떤 이는 장기 불황을 예견한다. 하지만 이 모든 전망은 불확실한 것이다. 탈레브의 블랙 스완이 현 시기의 샐러리맨에게 주는 최대 교훈은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늘 자기 삶에 당당하라”는 것 아닐까?

200902호 (2009.02.01)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