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그것 ―한밤의 분수 

 

오은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 분수대에서 물줄기가 솟고 있다. / 사진:박종근
온종일 찍어 누르기 바빴다
그게 아니에요, 혼자 있고 싶어요, 싫다고요!
말들은 머리에서 눈동자로,
눈동자에서 심장으로 전해졌다
머리가 아프고
눈동자가 떨리고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입은 제때 열리지 못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태로
소화되지 못한 말들을 끌어안고 퇴근한다
밤에도 빛이 번진다
시원하게 물길이 솟구친다
큰마음에 가닿기 위한 작은 마음들

나를 비추는 빛줄기, 나를 두드리는 물줄기
못다 한 말들이 바닥에서 밤새 파닥이고 있다

※ 오은 -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나는 이름이 있었다] [유에서 유]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등을 냈다. 박인환문학상·구상시문학상·현대시작품상·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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