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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 4·7 보선 릴레이 인터뷰] ‘서울 재건축’ 내세운 나경원 예비 후보 

“서울시장은 정치력 필요한 자리… 경험 많은 내가 적임자” 

1호 공약은 숨통트임론, 120만 명에게 최대 5000만원 대출 약속
싱가포르 벤치마킹해 주택 걱정 없는 글로벌 도시로 만들고 싶어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월 2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선거 캠프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시간을 2019년 4월 26일로 돌려보자.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 앞에서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노루발못뽑이를 들고 나왔다. 어떤 이들은 그런 나 원내대표를 ‘나다르크’(나경원+잔다르크)라고 불렀다. 이 장면은 금수저 정치인에서 여전사로의 이미지 변신을 상징한다.

당시 국회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25일에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인 의사당 445호실 앞에서, 26일에는 국회 의안과 사무실인 의사당 701호 앞에서 여야 간 극한의 대치가 펼쳐졌다. 선거제도·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막으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스크럼을 짜 바닥에 누웠다. 그 선봉에 나 원내대표가 있었다.

그로부터 1년여 후 치러진 21대 총선은 우리나라 선거 역사에서 ‘전무후무’했던 선거로 꼽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편안으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 출현했다. 자유한국당은 새로운보수당·미래를향한전진 4.0 등 중도·보수 세력들과 통합해 작년 2월 17일 미래통합당을 출범시켰지만, 기세를 올린 더불어민주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래통합당은 참패했고, 다수의 당내 중진이 쓴잔을 들어야 했다. 나 원내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10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이 터졌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여권 광역자치단체장의 성추문으로 발생한 선거다. 야권 여성 정치인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월 5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서울시장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이 본경선에 진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내에서 나 전 원내대표와 오 전 시장이 양강 구도를 이루는 가운데 범야권 단일화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의원은 2월 4일 만나 ‘제3지대 야권 단일화’를 논의했다.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제3지대 단일 후보를 낸다는 입장이다. 이는 3월 4일 열리는 국민의힘 본경선을 고려한 시간표다.

월간중앙이 2월 2일 서울시장 선거에 사활을 건 나 전 원내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나 전 원내대표 선거 캠프에서 진행됐다. 나 전 원내대표는 야권 단일화의 필요성과 주요 공약 등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여느 때처럼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었다.

최근 머리 스타일이 지지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어떤 마음가짐의 표현인가?

“굳은 결심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메시지다. 여자가 머리를 묶는다는 건 팔을 걷어붙이는 것과 같은 의미다. 사실은 평소에 머리를 잘 묶고 다녔다. 판사였을 때도 그렇고 고시 공부할 때도 내 트레이드마크였다. 머리를 묶으면 편해서 그래왔던 것 같다.”

왜 도전했나?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서울에서 4선 국회의원을 했다. 서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나만큼 서울을 잘 이해하고, 일했던 후보가 있나 싶다. 내가 정치를 잠시 쉰 적이 있었다. 다시 정치에 복귀했을 때 당으로부터 경기도의 모 지역에 출마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었다. 그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우리 당에서 험지인 동작에 후보를 못 낼 정도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았음에도 도전을 선택했다. 서울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안철수는 현장 정치 부족한 후보”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월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 열린 비전스토리텔링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에 벤치마킹하고 싶은 글로벌 도시가 있나?

“(서울을) 싱가포르 같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많이들 얘기한다. 아시아의 허브로 불린다. 소득은 6만 달러(약 6800만원)에 달한다. 또 주택 걱정 없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싱가포르는 ‘내 꿈이 실현될 것 같은 도시’로 통한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싱가포르의 장점을 서울에 벤치마킹하고 싶다.”

“서울시장을 마지막 선출직으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로 방향을 선회하며 ‘대선 포기’를 선언했다. 본인이 안 대표보다 더욱 간절한 점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분들이 다들 말로는 대선을 포기한다고 하지만, 대선이 다가오면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임하는 간절함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번 선거가 열리게 된 이유를 곱씹어본다. 나로서는 더욱 간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야권 단일화 방안에 대한 입장은?

“단일화를 해야 한다. 나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 대표가 정하라는 입장이다.”

어떤 방식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인가?

“그렇다. 그러나 본인으로의 단일화만을 주장한다면 (단일화를)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야권 단일화의 핵심은 열린 자세다.”

안 대표와 일대일로 붙어도 이길 자신이 있나?

“당연하다(웃음). 선거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다. 서울시장직은 정치력이 굉장히 필요한 자리다. 안 대표는 군소정당인 점 때문에 많은 국민이 좋아하는 점도 있지만, 치명적 결점이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서울시장이 시장 권한으로만 할 수 있는 일도 있겠지만, 결국 국회·정부와 협업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안 대표는 그런 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사실 안 대표는 직접 현장 정치를 해본 경험이 부족하지 않나. 현장 정치를 쭉 해온 사람으로서 많은 답은 현장에 있다고 자신해서 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도 (안 대표에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명의 ‘기본 시리즈’에 기본은 없어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월 31일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입구에서 동북권 발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 대표가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외친 ‘중도주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이념을 떠나서 뭘 말하려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정치인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정치를 하려는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안 대표는 정치를) 오래 하셨음에도 파악이 잘 안 된다.”

모호하다는 뜻인가?

“어떤 철학적 방향을 가졌는지 잘 모르겠다.”

‘숨통트임론’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120만 명의 소상공인·자영업자·프리랜서·예술인을 대상으로 최대 5000만원까지 초저리 장기대출을 해주는 안이다. 이 얘기를 하니 현장에서는 ‘그 정도면 좀 버틸 수 있겠다’며 다들 좋아하더라.”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나?

“서울시에 불필요한 예산이 많다. 광화문광장 공사가 대표적이다. 이런 예산을 걷어내면 6조원 정도의 기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 6조원으로 서울신용보증재단에 기금을 출연하는 등 운용을 하면 90조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120만명에게 최대 5000만원까지 충분히 대출 가능하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표 공약인 ‘기본 시리즈’(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등)가 여의도를 흔들고 있다. 광역단체장의 공약이 중앙 정치의 무대인 여의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다. 여권 잠룡 1위라는 이 지사의 명성이 이러한 결과를 만들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지만, 기본 시리즈 자체를 높게 평가하는 목소리도 일부 존재한다.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는 1월 26일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기본 시리즈의 인기 비결을 다음과 분석했다. “머지않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 진보의 시대’가 온다고 확신합니다.” 기본 시리즈 중 특히 기본소득은 4·7 보궐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 전 원내대표는 1월 13일 출마를 선언하며 ‘서울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숨통트임론과 이 지사가 말하는 기본소득 간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숨통트임론은 재난지원금과 비교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가 금년 말까지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될 것이라 예상한다. 숨통트임론은 한마디로 목돈을 쥐여줌으로써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때까지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자금을 대출해주자는 거다. 재난지원금과는 근본적으로 일회성이냐, 장기적이냐는 차이가 있다. 이 지사의 기본소득은 내가 얘기한 서울형 기본소득과 비교해야 한다.”

서울형 기본소득은 무엇인가?

“서울에서 최저 생계비에 이르지 못한 사람이 46만9000여 명 정도다. 서울형 기본소득은 그분들이 최저 생계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라고 이해하면 쉽다. 기본소득은 정의된 개념이 아니다. 이 지사가 여러 ‘기본 시리즈’를 말씀하셨는데, 사실 난 기본 시리즈가 ‘기본이 안 돼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재난지원금 지급 관련 입장은?

“이 지사는 늘 보편지급을 말한다. 행정비용이 많이 든다고 이유를 대는데, 우리 국세청 시스템이 얼마나 잘돼 있나? 국세청과 협업하면 행정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충분히 선별 지급을 할 수 있다. 전 국민의 소득, 재산상태는 이미 파악이다 돼 있다. (이 지사가 행정비용을 말하는 이유는) 플랫폼 정부를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나는 더 어려운 분에게 더 많이 드리는 게 옳다는 생각이다.”

김종인과 단일화에 관한 얘기 나눠


▎2011년 10월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야권 단일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분들이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아쉬운 점을 말하는 경우는 없나?

“그런 아쉬움을 반영해 숨통트임론을 공약으로 만들었다. 손실보상에 대해서도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1월 31일 서울 태릉골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동북권에 일자리 10만 개와 창업 기업 2000개 등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북부 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8·4 주택공급대책의 하나로 군 골프장인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개발해 최대 1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당장 “교통대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며 태릉골프장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부의 계획에 반대한다.

북부 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을 밝혔다. 강북 개발계획인가?

“그렇다. 안 그래도 동북권의 베드타운화가 심한데, 아파트만 지으면 지금보다 더욱 심해질 것이다. 동북권에 일자리를 만들고 문화·의료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그러면 베드타운화도 막을 수 있고, 교통 정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우리가 출퇴근 15분 도시를 강조하는데, 그렇게 만들려면 직장과 주거가 가까워야 한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동북권으로 가져온다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판교 테크노밸리는 정보기술(IT)의 메카다. 북부 테크노밸리는 어떤 그림인가?

“태릉·노원·도봉 라인으로 준비하고 있다. ‘태릉 스테이션 A’에는 인공지능(AI) 허브 센터, ‘노원 스테이션 B’에는 바이오메디컬, ‘도봉 스테이션 C’에는 융복합 스포츠 테마파크, ‘창동 스테이션 S’에는 글로벌 창업 지원 센터를 조성하는 계획이다. 동북권의 특성 중 하나가 관련 대학이 많다는 거다. 충분히 산학클러스터가 가능하다.”

1월 1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면담했다. 어떤 대화가 오갔나?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단일화에 대한 얘기, 선거에 대한 얘기를 주로 나눴다.”

일각에서는 나 전 원내대표가 이번 보궐선거에서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잡으려는 전략을 편다고 분석한다. 동의하나?

“동의하기 어렵다. 서울시장은 서울시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자리다. 이상한 프레임으로 절대 갈라칠 수 없다. 나는 환경과 인권 이슈에서 적극적인 편이었다. 세계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될 당시 유엔 회의에서 한국 대표로 참석해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사람이 나다.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에 가서 이 지역 그린벨트 지정을 해제하고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취소하라고 말하고, 강북구 중랑천에 가서 숲길을 늘려주겠다고 하는 말에 무슨 정치적인 계산이 깔렸겠나? 북부 테크노밸리 공약에 정치적인 뭔가가 있겠나?”

北 원전 의혹이 구시대적 유물? 민주당이 구시대 정치!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마친 뒤 자신의 사진에 사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2011년의 나경원과 2021년의 나경원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정치적으로 성숙해진 면도 있지만, 현장과 더욱 가까워졌다. 동작구 국회의원을 하면서 토요일마다 민원 상담을 했는데 세어보니 모두 1024회였다. 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들으려고 했고, 그런 노력이 이번 선거 과정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이 된다면 그런 목소리들이 정책과 공약으로 반영될 거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어제(2월 1일)도 쪽방촌에 갔는데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안고 왔다.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남대문로 쪽방촌에 정말 자주 갔었다. 그래서 그분들의 생활을 어떤 후보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나 전 원내대표가 ‘강남 금수저’ 출신이기에 서민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지적한다.

“나는 강남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강남에서 딱 1년 산 것뿐이다. 우상호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은마아파트를 얘기했는데 은마아파트 가기 전에 창신동·석계동 다 가봤다. 왜 그런 구시대적 정치를 하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원전 의혹을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말했는데 민주당이 하는 게 바로 ‘구시대적 정치’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경선을 앞두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강점이라면 서울시장을 해봤다는 경험일 텐데, 나 전 원내대표가 오 전 시장보다 앞서는 점은 무엇인가?

“시장을 그만두신 분이 다시 시장직을 달라? 시장을 안 하겠다고 한 분이다. (오 전 시장의 출마에는) 명분이 없다.”

오 전 시장은 ‘경험은 늙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시장을 한 지 10년이 지났다. 서울시도 많이 바뀌었다. 민주당 때문에 못해 먹겠다면서 무상급식을 걸고 시장직을 그만뒀던 분이다. (오 전 시장이) 시장직을 그만둘 당시 서울시 의회에 우리 당 소속 시의원이 20명 정도였다. 지금은 6명이다. 민주당 시의원이 더 많아졌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출마를 선언했다. 두 사람 모두 17대 국회 때부터 의원 생활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각 당을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박 전 장관의 강점과 약점을 꼽는다면?

“민주당이라는 점이 약점이다.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독주를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에는 표를 줄 수 없다는 분위기 아닌가? 강점은 매우 적극적이라는 점인데, 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적극적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지금 좀 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공약을 보면 현실성이 없다. 나에게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던데, 내가 봤을 때 (박 전 장관의 공약은) 허구다. 공공분양 30만 호를 (공약으로)들고 나왔다. 반값 아파트라고 해서 평당 1000만원짜리 아파트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거다. 지구지정부터 따져보면 위례신도시가 4만 호를 짓는 데 16년 걸렸다. 그런데 어떻게 5년 안에 30만 호를 짓겠다는 건가. 또 여의도 면적 17배의 부지가 필요하다. 그 많은 부지가 서울 어디에 숨어있다는 말인가. 그러면서 정부는 태릉골프장을 없애 1만호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부동산 정책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니 (민주당) 대권 주자들은 ‘이익공유제’라는 엉터리 정책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이 급해도 너무 급한 것 같다.”

북한 원전 의혹이 뜨겁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목록이 공개되면서다. 목록에는 북한 원전 관련 문서가 다수 포함돼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1월 29일 입장문을 통해 “공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이런 이적행위·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온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그건(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은 청와대나 관련 부처인 산업통산자원부·통일부에서 매우 자세히 국민께 설명했기 때문에 팩트로 모두 규명됐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산업부는 “4·27 제1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이후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것일 뿐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야권 승리 위해 어떤 일이건 마다치 않을 터”

김 비대위원장은 북한 원전 의혹을 제기하며 이적행위라고 말했다.

“이적행위의 정의가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다. 국내에서는 원전을 없애자고 하면서 북한에게는 원전을 지어주겠다고 했다면 그 이중성도 큰 문제지만, 핵무기를 만드는 북한에다가 핵발전과 관련한 원전을 지어준다는 것 자체가 이적행위라고 볼 수 있다. 북한에게 전기를 싸게 공급하는 점도 이적행위다.”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요구에 동의하나?

“(국정조사를) 하는 게 옳다고 본다. 문건들을 지웠던 산업부 공무원이 검찰 조사에서 ‘신내림을 받았다’고 터무니없이 진술했다. 삭제한 파일이 500개 정도고, 그중 북한 원전에 관한 파일이 있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 왜 삭제했는지, 그 내용은 무엇인지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 과연 실무자의 아이디어 차원인데 한밤중에 잠입해 삭제했을까? 그 당시 원전 관련한 수사·감사를 철저히 봉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은 급하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했다. 공수처에서 1호로 이 원전 수사를 뺏어가지는 않을까 우려스럽다. 그러니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끝으로 선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혀달라.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또 4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앞서 밝혔듯이 이번 보궐선거가 마지막 선출직 도전이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야권 승리를 위하는 일이라면 뭐든 마다하지 않겠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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