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진 벚꽃잎이 옥잠화 잎사귀에 내려앉았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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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하얗게 분분히 지고꽃진 자리에 초록 잎들이 올라온다.올해의 슬픔은 다 끝났다.열심히 살 일만 남았다.가난은 빛이 모자란 것,구두 밑창이 벌어지는 슬픔을 모르는 것,해질녘엔 실밥 묻은 옷을 입고벚꽃 분분히 진 길을 걸었다.살강의 접시들과 저녁밥 짓던 형수,옛날의 소년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나 잘못 살지 않았으나저 초록 잎만큼 후회가 많구나.당신은 아직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가?자, 하얀 달을 받아라.
※ 장석주 - 1955년 출생.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몽해항로], [오랫동안], [일요일과 나쁜 날씨] 외 다수가 있으며 영랑시문학상·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