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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 미끼로 칠게 잡기 폭발적으로 늘어칠게는 우리나라 동해의 갯벌이 없는 포항 이북을 제외한, 전 해역에 분포한다. ‘차고 넘친다’는 이름처럼 우리나라의 드넓은 갯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대규모 집단을 이루어 산다. 주로 남서해안의 내만(內灣)의 조간대(潮間帶)나 하구(河口) 근처의 부드러운 진흙(개흙) 바닥에 지름이 1㎝ 정도의 경사진 타원형 구멍을 파고 서식한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중국·타이완 등지에도 분포한다.썰물(간조, 干潮) 때 구멍에서 나와 진흙 표면에 자라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硅藻類, diatoms)를 긁어먹거나 갯벌에 굴러다니는 동물 사체나 해초를 주워 먹으며, 구멍(집)에서 멀리 떠나지 않는다. 시각이 예민해 사람이 지나가면 약 20m 밖에서도 재빨리 구멍으로 쏙 들어간다. 5~8월에 알을 품으며, 여러 단계의 조에아(zoea) 유생 시기를 거치면서 성체가 된다.칠게의 겉껍질(외골격, 外骨格)은 연한 축에 들고, 크기는 작은 편이라 게장으로 만들거나 튀기거나 볶아 통째로 아삭아삭 씹어 먹는다. 요리하기 전에 살아있는 칠게를 약 30분 동안 소금물에 담가두고 물을 갈아주면서 해감을 한다.사람 입맛에만 칠게가 맞는 것은 아니다. 도요새·낙지·알락꼬리마도요도 칠게를 좋아한다. 하지만 최근 사람들이 칠게를 잡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바로 낙지 미끼로 칠게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낙지는 우리나라 갯벌의 저서생물 중에서 가장 고가로 팔리기에 낙지잡이 어민들의 칠게 잡기가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칠게가 부족해지면서 가장 힘들어질 동물은 알락꼬리마도요다. 도욧과에 드는 알락꼬리마도요의 몸길이는 60㎝ 정도인데, 부리 길이만 20㎝로 40°정도 휘어 있어서 굴속의 칠게를 잡아먹기에 안성맞춤이다. 지구상에 2만 마리 남짓 살아남은 희귀종으로 알려진 이 새는 최근 개체 수가 줄어 환경부는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하고 있다.월동지인 호주에서 한국까지 약 1만2000㎞를 9박 10일 동안 쉬지 않고 날아오는 나그네새 알락꼬리마도요는 몸무게가 900g~1㎏ 정도이던 것이 체중의 40%나 줄어든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이 한국의 갯벌에서 충분한 먹이를 섭취해 체중과 원기를 회복하고 8000여㎞ 떨어진 번식지인 시베리아 서부에 가까스로 도착한다고 해도 영양실조에 걸려 죽거나 번식에 실패하게 된다.새들의 생명을 담보하는 귀중한 칠게이다. 칠게가 줄어들면 따라서 새들도 감소하기에, 우리는 이들의 먹이사슬이 튼튼하게 유지되게 해줘야 한다.
※ 권오길 - 1940년 경남 산청 출생. 진주고, 서울대 생물학과와 동 대학원 졸업. 수도여중고·경기고·서울사대부고 교사를 거쳐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5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강원대 명예교수로 있다. 한국 간행물윤리상 저작상, 대한민국 과학문화상 등을 받았으며, 주요 저서로는 [꿈꾸는 달팽이] [인체기행] [달과 팽이] [흙에도 뭇 생명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