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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윤석열을 제1야당 대선후보로 만든 사람들 

국민의힘 의원들과 법조 인맥이 핵심… 복심 경쟁은 지금부터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권성동·정진석·박민식·박진·이철우·석동현·이상일 등에 관심 집중
선대위 출범 후 외연 확대… 홍준표·안철수 지원은 풀어야 할 숙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월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및 공정과혁신위원회 위원장 영입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종합지원본부장, 추가 영입된 박진 공동선대위원장, 윤 후보, 유정복·김태호 공동선대위원장, 신상진 공정과혁신위원회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날(6월 29일)부터 129일 만인 지난 11월 5일, 제1야당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로 확정됐다. 윤 전 총장이 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가장 큰 이유는 정권 심판론에서 찾을 수 있다. 전 국민의힘 3선 의원은 “한마디로 ‘당신이 정권 교체의 기수가 돼달라’는 게 국민 요구”라고 해석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윤 전 총장 혼자서 할 수는 없는 일인 건 당연하다. 윤 전 총장이 지난 3월 검찰총장직 사퇴 이후 불과 8개월여 만에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되기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묵묵히 도운 사람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윤 후보는 폭발적인 흡인력으로 정치 참여 선언 이전부터 각계각층의 사람을 만나 도움을 구했다. 오래된 지인과 본인의 전문영역인 법조계를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했다.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후부터는 전·현직 의원들이 하나둘 합류하며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도 될 정도로 세(勢)를 불렸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현역 의원만 40여 명에 이른다.

준비 기간이 짧은 윤 후보의 정책을 다듬기 위해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를 포함해 외교·안보·경제 전문가들도 가세했다. 당내 경선 과정을 이끈 ‘국민 캠프’는 ‘매머드급’이 됐다. 광화문 캠프 상근 인원만 100명이 넘었고, 직책을 가진 참모만 300여 명에 이르렀다. 경선 캠프가 ‘정치 신인 윤석열’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만드는 데 일등공신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돌입하기 위한 당 차원의 선거대책위원회와 대선 캠프 구성 과정에서 조직과 구성원이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주도적으로 캠프 이끌었던 동갑내기 권성동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서울대 법대와 사법연수원, 검찰 생활로 탄탄한 법조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윤 후보는 사법시험 ‘9수’(사법연수원 23기) 만에 검사로 출발해 검찰총장까지 올랐다. 주변에 율사 출신 인맥이 많은 이유다. 현역 의원 중 권성동(사법연수원 17기)·정점식(사법연수원 20기)·유상범(사법연수원 21기) 의원이 검사 출신이고, 주호영(사법연수원 14기)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김경진(사법연수원 21기)·주광덕(사법연수원 23기)·박민식(사법연수원 25기) 전 의원도 검사 출신으로 캠프에서 윤 후보를 도왔다.

정점식·유상범 의원은 윤 후보와 검사 생활을 함께했다. 세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문이며 나이는 윤 후보가 제일 많다. 연수원 기수로는 정 의원, 유 의원, 윤 후보 순이다. 특히 윤 후보는 주호영 의원 영입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대구 정치 1번지’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둔 5선 의원이다. 주 의원이 가진 중량감을 통해 TK(대구·경북) 지지세를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원모(사법연수원 37기) 전 대전지검 검사는 광화문 캠프에 출근하며 서초동 캠프와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캠프에서는 법률팀장 역할을 맡았다. 이 전 검사는 윤 전 총장이 지휘했던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에 참여했다. 김홍일(사법연수원 15기) 전 부산고검장은 캠프 내 정치공작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다. 김 전 고검장이 대검 중수부장 시절 윤 전 총장이 중수2과장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했던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도 특위 소속이다.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도 든든한 우군이다. 석동현(사법연수원 15기)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윤 후보 캠프 특보단장을 맡았다.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출신인 석 전 지검장은 캠프 내에서 윤 후보에게 스스럼없이 조언할 수 있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차장검사 출신인 이완규(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윤 후보 징계 소송의 법률 대리인이다.

연수원 23기 동기이자 동갑인 주광덕 전 의원도 윤 후보를 돕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던 주진우(사법연수원 31기) 전 부장검사도 측근으로 꼽히는 법조계 인맥이다. 주 전 부장검사는 윤 후보가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를 함께한 인연이 있다. 그는 캠프 외곽에서 윤 후보를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현직에 있으면서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은 검찰 후배인 한동훈 검사장이다. 일각에서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서울 서초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한 검사장이 출마해 윤 후보와 러닝메이트를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만 한 검사장은 “검사로서 할 일이 아직 남았다”며 보궐선거 출마설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경식·이완규 변호사 등은 캠프에 몸담고 있지 않지만, 윤 후보 본인과 처가 관련 소송을 대리하며 직간접적인 조력자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변호사는 윤 후보와 서울대 법대 동기이고, 손 변호사는 윤 후보가 대구지검 초임 검사 시절 만나 함께 근무하며 막역한 사이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린 안대희 전 대법관과 정상명 전 검찰총장, 김종빈 전 검찰총장 등도 법조계 출신 조언그룹으로 분류된다.

검찰 시절부터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이르기까지 가까이서 보좌한 법조인 출신 참모들은 윤 후보의 복심으로 통한다. 이들은 소위 ‘서초동팀’으로 불리며 주로 네거티브 대응에 주력했지만, 윤 후보에게 직보가 가능할 정도로 캠프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깊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경선 캠프에는 공동선대위원장 6인(김태호·박진·심재철·유정복·주호영·하태경)이 있다. 하지만 캠프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건 윤 후보의 친구이자 같은 검사 출신으로 종합지원본부장을 맡은 권성동 의원이란 게 중론이다. 권 의원은 공식 합류 전부터 캠프 참모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단체방에서 여러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본선이 가까워진 만큼 자고 나면 저수지 하나만큼씩 윤석열 후보의 참모가 늘어날 것”이라며 “참모와 영입 인사 사이에서 ‘윤석열 복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그런 과정에서 때로는 파열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의원을 비롯해 윤한홍 총괄부실장과 박민식 기획실장, 신지호 정무실장 등이 핵심 실무를 담당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옛 친이명박계(친이계) 출신이라는 점이다. 당초 캠프 총괄실장이었던 장제원 의원이나 최근 캠프에 합류한 조해진 의원도 친이계로 분류되며, 윤 전 후보와 ‘동갑내기 친구’를 강조하는 정진석 국회부의장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친이·친박부터 민주당 출신까지 ‘친윤’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경선 캠프에 호남 기반의 전직 국민의당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박주선(오른쪽 둘째)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오른쪽 셋째)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10월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의 전직 청와대 출신 비서관들도 캠프에 합류했다. 김오진 전 대통령실 총무1비서관, 장석명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신용출 전 대통령실 기획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범친이계로 평가받는 남경필 전 경기지사의 측근도 다수 포진해 있다. 윤 후보 캠프에서 친이계가 실권을 잡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무게중심이 친이계로 쏠려 있는 것은 아니다. 친박 근혜계(친박계)와 호남을 근거지로 하는 국민의당 계열 전직 의원들도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시절 대변인을 지낸 이상일 전 의원이 윤 후보 캠프의 공보실장이며, 비서실장이었던 이학재 전 의원은 정무특보다. 캠프 총괄 특보단장인 윤상현 의원은 한때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된 인사다.

국민의당 계열 인사인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경진 전 의원도 윤 후보를 돕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인사도 합류했다. 민주당 소속으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오제세 전 의원은 윤 후보의 보건·복지정책 고문을 맡았다. 민주당 최장수 대변인 출신인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은 캠프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총아’로 불렸던 장성민 전 의원은 수시로 윤 후보와 소통하며 자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라인’도 캠프의 주요 축을 이뤘다. 비전전략실장을 맡은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윤희석 공보특보, 김병민 대변인, 함경우 상근 정무 보좌역은 김 전 위원장과 가깝다. 특히 김 전 위원장도 경선 주요 국면마다 윤 후보에게 수시로 조언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색이 옅은 초·재선 의원들의 활약도 눈에 띄었다. 비례대표 초선인 이용 의원은 수행실장으로 경선 기간 내내 윤 후보를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윤창현 의원은 경제정책본부장, 박대수 의원은 노동위원장, 서일준 의원은 경남선대위원장, 황보승희 의원은 청년정책본부장 등으로 활동했다. 재선인 이양수 의원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가장 먼저 윤 후보 지지를 선언, 당내 반향을 일으키며 강원선대위원장으로 뛰었다. 송석준 의원이 기획본부장, 송언석 의원이 정책조정본부장 등을 맡았다.

윤 후보의 정책 공약을 설계하는 정책자문 그룹의 면면도 주목할 만하다. 캠프 구성 초기 윤 후보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후보와 서울 대광초와 서울대 법대를 함께 다닌 죽마고우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의 아들이기도 한 이 교수는 캠프 정책자문그룹과 중도 지지모임 ‘공정개혁포럼’ 등을 구성하고 이끌며 힘을 보탰다. 윤 후보와 초등학교 동창인 외교부 2차관 출신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캠프 소속 정책그룹에 속해 있다. 김 교수 역시 윤 후보 정책자문단과 싱크탱크 구성의 한 축을 담당했다고 한다.

정책자문 그룹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총괄 간사로 경제·사회·외교·안보·통일·교육 등의 분과에 100명가량의 전문가가 이름을 올렸다. 경제 분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온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 분과는 안상훈 서울대 교수, 교육 분과는 나승일 서울대 교수 등이 간사를 맡고 있다.

文 정부 출신까지 가세한 정책자문 그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경선 캠프에는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와 이전 보수 정부 외교·안보 전문가가 대거 참여했다. 왼쪽부터 윤 전 총장,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백승주 국민캠프 안보정책본부장,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 / 사진:연합뉴스
특히 외교·안보 그룹을 살펴보면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우선 현 정부에서 최고위 지휘관이었던 예비역 장성들이 윤 후보를 돕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육군참모총장이었던 김용우 예비역 대장과 공군참모총장이었던 이왕근 예비역 대장이 대표적이다. 김용우 전 육군총장의 경우 최고위 보직에 호남 출신을 중용한 현 정부 군 인사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김 전 총장은 재임 초기 지상 작전 수행개념을 바꾸기 위한 ‘5대 게임 체인저’ 개념을 도입했다. 전천후·초정밀·고위력 미사일 3종 개발과 특수임무여단, 드론봇 전투체계, 개인 첨단전투체계(일명 워리어 플랫폼) 등이 5대 핵심 요소다. 이와 같은 개념은 현재도 문재인 정부의 육군에서 추진하는 핵심 정책이다.

이외에도 지난해까지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최병혁 예비역 대장과 전진구 전 해병대 사령관, 김영환 전 합참 정보본부장, 이종섭 전 합참 차장 등 문재인 정부의 많은 ‘별’이 윤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한국군의 무기체계 전반을 관장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김인호 전 소장도 현 정부 초기에 몸담은 인사였다.

외교 분야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총괄했던 이도훈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캠프 합류가 외교가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전 본부장은 현 정부 초대 본부장으로 임명돼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운 인물이다. 특히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과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의 주요 국면에서 북·미 대화 진전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2020년 12월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주요국 대사로 중용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2021년 8월 윤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정책자문 그룹에는 과거 보수 정부의 핵심 인사도 다수 포착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가 캠프의 외교·안보·통일 분과의 간사를 맡고 있다.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일 간 일본군 위안부 협상 당시 실무국장으로 타결을 주도했던 이상덕 전 주싱가포르 대사 역시 박근혜 정부 사람이다. 군 인사로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황록 전 합참 국방정보본부장 등이 있다. 윤 후보의 초등학교 동창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과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 등은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다.

‘새로운 사람 수혈해야 하는데’… 세력 충돌 우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와 대선 캠프 조직 구성과 외연 확장의 키워드는 ‘김종인·안철수·홍준표’라 할 수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는 이렇듯 짧은 기간에 보수와 일부 중도를 아우르는 캠프 구성에 성공하고 국민의힘 후보 경선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만큼 당 차원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11월 8일 경선 캠프 해단식을 했다. 기존 캠프 참여 인사가 선대위 차원의 대선 캠프로 대거 이동하겠지만 새로운 인물이 부각될 수도 있다. 선대위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윤 후보의 기존 캠프 조직에 지각변동이 있을 수 있다.

윤 후보의 경선 캠프가 경쟁하던 다른 후보 캠프보다 규모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력을 과시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다양한 캠프 구성원이 운집한 까닭에 ‘이합집산’인 것 아니냐는 꼬리표도 붙었다. 캠프에 참여한 한 인사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린 탓에 도떼기시장 같기도 했다”며 “너도나도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목소리를 높이다 보니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다른 인사는 “윤 후보 측 인사가 도움을 요청해 캠프에 참여했는데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내가 활동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캠프에서는 모르는 것 같았다”며 “사람 관리도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고 말했다. 대선에서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일종의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선 새로운 대선 캠프 구성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등판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김 전 위원장과 기존 캠프 관계자들 사이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의 기존 캠프가 해체 수준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며 ‘원톱’ 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김 전 위원장 생각에 동의하는 모양새다.

앞서 이 대표는 윤 후보의 입당 직후인 8월 “후보들 곁에 권력욕을 부추기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밝고 긍정적인 멧돼지와 미어캣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도 9월 “파리 떼에 둘러싸여 5개월 동안 헤맨 것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현주소”라고 쓴소리를 했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1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대위가 친이계의 복귀로 여겨지면 대선은 물 건너간 것으로 보면 된다”며 “자기들끼리 해보라 그러죠. 벌써 다 이긴 것처럼 신났던데…”라고 적었다. 권성동 의원을 비롯해 기존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친이계를 직격한 것이다.

기존 캠프 관계자들은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경선 과정에서 ‘정치 신인’을 승리로 이끈 ‘공’이 자신들에게 있는데 하이에나와 파리 떼취급한 것에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특히 김 전 위원장과 직 간접적인 갈등을 빚었던 캠프 인사들은 선대위 구성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있다. 대표적으로 주호영·권성동·장제원 의원 등이다.

경선 캠프 인재영입위원장이었던 김영환 전 의원은 11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거대책위원회는 당헌 74조에 따라 후보 중심으로 당무 권한을 후보에게 넘겨야 한다. 지금은 ‘윤석열의 시간’”이라며 “이준석도, 김종인도 금도를 지키고 말과 행동을 절제해야 한다. 파리 떼, 하이에나, 거간꾼, 자리 사냥꾼 등의 ‘죽음의 언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적었다. 이에 앞선 페이스북 글에서는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과욕이자 본인의 욕심”이라고 직격했다. 김 전 의원은 “킹메이커는 한 번 만든 킹과 운명을 같이하는 것인데, 킹메이커를 몇 번씩이나 하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尹, 대폭 물갈이보다는 ‘확장 선대위’ 구성에 초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보고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 후보는 새로운 인물의 수혈과 기존 조력자들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내 경선 승리를 이끈 기존 세력의 ‘공’을 무시할 수 없고,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인물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11월 15일 현재 비서실장에 권성동 의원을, 수석대변인에 이양수 의원을 내정했다. 대변인은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김병민 기존 캠프 대변인이 맡는다. 수행실장은 이용 의원으로 낙점했다. 새로운 선대위 구성을 염두에 두면서도 기존 캠프 인사를 중용하는 모습이다. 대폭 물갈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확장적 선대위 구성에 무게를 둔 행보로 읽힌다.

윤 후보에게는 김 전 위원장 이외에 홍준표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풀어야 할 숙제다. 홍 의원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의 본선 여론조사에서 48.21%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 후보는 37.94%였다. 10%p 넘는 차이는 홍 의원을 향한 2030세대의 강력한 지지세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방증하듯 경선 이후 젊은 세대의 탈당 사태가 이어졌다. 윤 후보 입장에서는 대선에서 캐스팅보트가 될 2030세대의 표가 필수적이다. 윤 후보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홍준표 선배를 모시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가 상징하는 중도 확장성, 외연 확대도 윤 후보에게는 필수적이다. ‘이재명-윤석열’이라는 양강 구도의 대선전으로 굳어진다면 결국 중도 지지를 누가 받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탓이다. 하지만 김 전 비대위원장과 홍 의원·안 후보 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향후 정치적 판단에 따른 대승적 차원에서 일시적 봉합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익명을 원한 전 국민의힘 의원은 다음과 같은 우려를 전했다. 그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캠프의 핵심 인사로 참여해 정권 탈환의 일등공신이었던 인물이다.

“경선 과정에서 나온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 등의 적절치 못한 메시지가 그냥 나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캠프에 체계가 없다는 방증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의 ‘파리 떼’ 발언도 본질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국민이 윤 후보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해준 이유는 하나뿐이다. 정권 교체의 깃발을 들어달라는 거다. 지금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 윤 후보가 1위로 나오지만, 선거 막판이 되면 여야 박빙 승부가 될 수 있다. 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겸손과 긴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112호 (2021.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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