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안데스로 가는 길 

 

이형권

▎구름 위에서 본 일출. / 사진:박종근 비주얼에디터
바람이여, 나를 우루밤바로 데려가 다오.
그곳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꿈꾸어 왔던 곳
태양의 나라는 사라졌고
케추아의 아름다웠던 여인도 사라져 버렸지만
와스카란 산의 눈 덮인 영봉을 바라보며
목동은 오늘도 구슬프게 싼빠니아를 부르리.
그곳은 침략자의 발톱이 할퀴고 갔어도
하늘에 닿은 마을의 별들이 호수처럼 고요한 곳
신전은 무너지고 감미로웠던 날들은 사라졌지만
늙은 목동의 싼빠니아 곡조가 살아있으니
초원의 꽃들처럼 이슬에 젖고
흐르는 강물 소리에 마음을 실어 보낼 수 있으리.
나의 피 속에는 아직도 안데스의 꿈이 흐르고
우루밤바 강의 슬픈 전설이 새겨져 있으니
바람이여 나의 영혼을
노을 속에 흐느끼는 저 우루밤바로 데려가 다오.

※ 이형권 - 전남 해남 출생의 시인, 여행가.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문예지 ‘녹두꽃’, ‘사상문예운동’에 시를 발표해 등단했다. 저서로는 [산사], [풍속기행], [그리운 곳에 옛집이 있다] 등이 있고 시집으로 [칠산바다], [다시 청풍에 간다면]을 냈다. 다음 카페 ‘여행, 바람처럼 흐르다’를 운영하며 ‘무심재 투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201호 (202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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