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그리운 것들은 먼 곳에 산다 

 

오두섭

▎재개발로 잘려나가기 전 포플러나무.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먼 지붕 먼 봉우리 먼 구름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멀 듯 가까울 듯

기차는 그것들을 밀었다 당겼다 하지만
불현듯 쳐들어오는 것들 있어

나는 먼 곳으로 달아난다

언덕의 미루나무들이 목을 길게 빼고 바라보는 곳으로
다리를 건넌 그림자가 기어오르는 낡은 종탑 위
강물이 드러누운 노을 저편으로

늬엿늬엿 저물어가는 길을 쫒다가
지평선이 땅거미를 잠재울 무렵

나는 눈을 감는다

별빛 하나가 차창을 깨트리는 소리

문득 당신인가

※ 오두섭 - 경북 선산 출생. 서울예대 졸업. 197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후 ‘다시 꿈꾸는 사람을 위하여’(동인지), ‘소낙비 테러리스트’, ‘내 머릿속에서 추출한 사소한 목록들’ 등의 시집을 냈다. 한국가톨릭문인회 회원이다.

202202호 (2022.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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