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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두 번 참사… 정몽규의 현산, 시장 퇴출로 보는 이유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 “브랜드 신뢰도 바닥, 징계 끝나도 사업 수주 힘들 것” 전망
■ 정 회장 지주사 HDC그룹 회장직은 유지… ‘면피성’ 비판도


▎HDC현대산업개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의 최상층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때 아파트 ‘명가(名家)’로 불린 HDC현대산업개발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 재개발 구역 철거 현장 사고와 지난 1월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로 현대산업개발은 최장 1년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처분이 내려지면 현대산업개발은 이 기간 공공과 민간의 모든 신규 사업을 수주할 수 없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함으로써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장 1년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한다.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는 삼풍백화점 이후 최악의 붕괴 사고로 언급되는 만큼 법이 정하는 최장 기간 징계가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광주 동구청은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현장 사고와 관련해 원청사인 현대산업개발에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줄 것을 등록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지난해 6월 학동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변으로 무너져 사고 현장을 지나던 버스 승객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사건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해 일반 공중에 인명 피해를 끼친 경우 최장 8개월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는 현재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인 ‘등록말소’까지 거론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월 17일 현대산업개발 징계 수위에 대해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처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설령 등록말소까지 징계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현대산업개발이 사실상 시장 퇴출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이미 브랜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현대산업개발이) 1년 8개월의 시간을 버텨도 신규 사업 수주를 하기 힘들다”며 “피해 보상에도 만만찮은 비용이 소요돼 재정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1월 17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외벽 붕괴사고 이후 시가총액 6000억원 이상 증발

현대산업개발 징계가 확정되면 HDC그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지난해 HDC그룹의 전체 매출액(5조2000억원) 가운데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액은 70%(3조6500억원)를 차지한다. 현대산업개발의 시가총액은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이후 6000억원 이상 증발해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1월 21일 오전 10시 기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사퇴’ 카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정 회장은 1월 17일 현대산업개발 용산 사옥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 철거 건물 붕괴사고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등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주사인 HDC그룹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만 내려놓아 ‘면피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설상가상, 현대산업개발의 대표 주택 브랜드 ‘아이파크’에 대한 보이콧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를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은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영업정지 처분에 대한 현대산업개발의 의견을 청취한 뒤 2월 17일 청문 절차를 거쳐 최종 처분 수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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