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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집] 대선후보들도 앞다퉈 뛰어드는 NFT 시장 전망 

가상자산 경계 넘어 제도권으로까지 범위 확대 

박상혁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디지털 자산의 소유·계약 증명 등 활용 분야 넓히며 시장 규모 급증
해킹·범죄 악용 방지책 마련 필요하지만, 섣부른 규제 시장에 찬물


▎지난 1월 13일 NFT로 대선 투표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Kard) 프로젝트가 선보였다. 대선후보 4명에게 가상 투표해 실제 대선 결과와 적중하면 당선자의 NFT를 가진 참여자에게 보상이 주어지는 방식이다. / 사진:하우스오브카드 홈페이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자산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 잡은 가상자산을 향한 대선후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특히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열풍을 주도한 NFT(대체불가능토큰)을 활용하려는 대선후보들의 시도가 눈에 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선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NFT를 증서로 하는 ‘이재명 펀드’를 지난 2월 7일 출시했다. 투자자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캠페인 플랫폼인 ‘재명이네 마을’ 홈페이지에 접속해 펀드를 신청하고 약정금액을 입금하면, 펀드 참여 증서가 NFT로 나오는 방식이다. NFT 이미지는 이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는 일러스트로 제작된다. 앞서 지난 1월 19일 이 후보는 업비트 라운지에서 열린 가상자산 거래소 현장 간담회에서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만든 NFT 발행 서비스인 크래프터스페이스를 통해 ‘이재명은 합니다 소확행 공약 1호’ 페이스북 글을 NFT로 등록하기도 했다. 이 후보의 소확행 공약 1호는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골자로 한 공약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지난 1월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여기에서 NFT 시장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윤 후보는 “디지털산업진흥청을 설립해 NFT를 비롯한 가상자산을 포지티브(Positive) 규제가 아닌 네거티브(Negative) 규제로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지티브 규제란 허용이 되는 사항을 명시하고 명시되지 않은 나머지 내용은 허용하지 않는 규제를 의미한다. 반대로 네거티브 규제는 허용을 하면 안 되는 사항을 명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포지티브 규제로 인해 사업 전반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사업을 하기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윤 후보의 이번 공약 발표는 이러한 업계 정서를 파악하고 시장의 화두인 NFT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해 규제 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선주자들도 NFT 지속해서 거론, 공약도 내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22년 새해 민생 메시지를 NFT로 발행했다. 대선후보들마다 NFT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시장 육성을 위한 공약을 앞다퉈 내놨다. / 사진:민주당 선대위
대선후보들을 활용한 NFT 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YTN은 지난 1월 21일 이 후보, 윤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4명의 수락 연설과 핵심 공약 보도 영상을 NFT로 발행한 뒤 거래량 기준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에 경매로 내놨다.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불특정 다수가 탈중앙화 방식으로 모인 조직을 일컫는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가운데 하나인 마스크DAO(MaskDAO)는 지난 1월 13일 NFT로 대선 투표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Kard)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하우스 오브 카드 프로젝트는 이 후보, 윤 후보, 안 후보, 심 후보, 허경영 국가혁명당 후보를 상징하는 NFT를 발행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가상의 대통령 당선자를 선정한다. 마스크다오에 따르면 하우스오브 카드 프로젝트의 NFT 판매 금액 80%는 결선 라운드에서 우승한 대통령 당선자의 NFT를 가진 참여자들에게 분배된다. 나머지 20%는 캠페인 모드 참여자를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캠페인 모드는 3월 9일로 예정된 대선 투표일에 인증 사진을 찍어 이를 NFT로 발행하는 이벤트다.

이처럼 대선이라는 큰 정치 이벤트에서까지 NFT가 지속해서 거론될 정도로 NFT에 대한 국내 제도권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NFT란 대체 가능한 토큰과 달리 대체 불가능한 고유성을 지닌 토큰을 말한다. 대체 가능한 대표적인 토큰으로는 비트코인이 있다. 가상자산의 시초인 비트코인은 중개인 없는 P2P 금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인이다. A라는 코인을 동일한 가치를 지닌 B라는 코인으로 바꾸는 기능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비트코인은 NFT를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블록체인 산업이 발전하면서 가상자산이 P2P 금융 외의 영역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확장된 분야 중 하나가 NFT다.

NFT 서비스를 대중화시킨 것은 2017년에 나온 이더리움 기반의 블록체인 게임 크립토키티였다. 크립토키티는 NFT로 발행된 고양이 캐릭터를 모으고, 교배를 통해 희소성이 있는 새끼를 키우는 게임이다. 크립토키티 개발사인 대퍼랩스(DapperLabs)는 이더리움의 토큰 발행 표준(ERC-721)을 적용해 증서 방식의 고양이 캐릭터 NFT를 발행했다. 통상 이더리움 기반의 대체 가능한 토큰은 소유자 주소를 기본 키로 하여 잔액을 추적하는 ERC-20으로 발행되는데, NFT의 발행 방식인 ERC-721은 증서 ID를 기본 키로해서 소유자 주소를 추적한다. 가령 크립토키티에서 NFT로 발행한 고양이 캐릭터들이 똑같이 생겼더라도, NFT로 증명이 된 상태라면 각 고양이가 서로 다른 고유한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P2P로 객체의 고유성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 그동안 없었는데 NFT로 인해 그 실마리가 풀리게 된 것이다.

이러한 특성으로 NFT는 게임뿐만 아니라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시장의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에서 NFT가 활발하게 발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글로벌 제도권 기업의 가세가 눈에 띈다. 지난해 12월 아디다스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유명 NFT 프로젝트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의 크리에이터 유가랩스, NFT 수집가 지머니, 크립토펑크에서 영감을 얻은 비공식 이더리움 NFT 프로젝트 펑크스코믹과 협업해 한정판 NFT 판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아디다스는 이 한정판 NFT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을 ‘메타버스 속으로(Into the Metaverse)’로 정하고 NFT 소유자에게 실물 상품과 디지털 상품 모두를 소유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따라 ‘메타버스 속으로’ NFT 구매자는 2022년 아디다스 오리지널과 지머니, BAYC, 펑크스코믹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 속으로’ NFT 구매자는 아디다스가 올해 출시를 목표로 구축 중인 개방형 메타버스 공간 내 가상 토지 NFT와 메타버스 내 커뮤니티 활동 참여 권리를 갖게 된다.

범죄 자금세탁, 자전거래 등 편·불법에 악용되기도


▎디지털 작가 비플(Beeple)이 NFT로 발행한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작품은 지난해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생존 작가 중 3번째로 높은 가격(4만2329 이더리움, 당시 가치 약 780억원)을 기록하며 NFT 붐을 일으켰다.
나이키 역시 지난해 12월 NFT 패션 스타트업인 RTFKT를 인수하면서 NFT 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RTFKT의 대표적인 제품은 가상 스니커즈 NFT 컬렉션으로, 실물 스니커즈 사업이 활발한 나이키와 접점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키는 RTFKT 인수를 기반으로 NFT를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시장에 발을 들일 예정이다.

이 외에도 예술품, 디지털아트, 각종 권리 문서나 등기 문서에까지 NFT가 두루 활용되면서 올해 들어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음에도 NFT 시장은 펀더멘털을 계속해서 키워나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실제로 NFT 분석 사이트인 논펀지블닷컴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기준 NFT 시장의 최근 30일 총 판매량은 13억6000만 달러였지만, 한 달 뒤인 2월 1일 기준 최근 30일 총 판매량은 35억3000만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1월 1일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1조3276억 달러에서 2월 1일 1조232억 달러로 하락했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NFT 시장에서는 오히려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났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초창기 시장에 불과한 NFT가 실제 가치에 비해 과도한 주목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가상자산과 마찬가지로 NFT도 디지털 튤립 버블의 일종일 수 있다는 것이다. NFT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주로 현재 NFT 시장의 허점을 거론한다. 지난 2월 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업체인 체이널리시스는 ‘범죄와 NFT’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NFT를 이용한 범죄 중 가장 우려되는 부문은 자금세탁이라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는 자금세탁의 기준을 절도, 사기, 악성코드 유포 등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체이널리시스가 지난해 4분기에 집계한 NFT 시장 내 자금세탁 규모는 140만 달러였다. 아직은 작은 규모지만,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체이널리시스의 설명이다.

체이널리시스는 NFT 시장의 자전거래 현상도 지적했다. NFT 자전거래란 특정 NFT의 동일한 투자자가 매수와 매도를 스스로 체결하면서 시장가격을 조작하는 것을 뜻한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NFT 자전거래를 가장 많이 한 이용자는 약 830회 자전거래를 진행했다. 25회 이상 자전거래를 한 이용자는 262명이었다. 체이널리시스는 이용자 262명 가운데 110명이 자전거래로 거둬들인 금액은 약 890만 달러라고 밝혔다.

NFT 시장, 단기간에 거품처럼 사라지진 않을 듯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들도 NFT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특허청(USPTO)에 공개된 나이키의 NFT 개념도. 운동화의 소유권을 추적하고, 정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 사진:USPTO
여기에 NFT 시장의 대부분이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운영되지만, 실상 탈중앙화가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오픈씨에서는 내부자 거래 논란이 있었다. 해당 논란은 가상자산 트위터리안 Zuwu가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네이트 채스테인 오픈씨 제품책임자의 내부 거래를 밝혀내면서 점화했다. Zuwu는 트위터에서 “네이트 채스테인이 오픈씨가 NFT를 웹사이트의 첫 페이지에 소개하기 직전에 사들였고, 웹페이지에 올라간 후 가격이 인상되자 차익을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픈씨는 내부자 거래 의혹을 인정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내부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네이트 채스테인은 이후 사임했다. 그럼에도 한 번 깨진 탈중앙성의 신뢰는 커뮤니티 구성원 사이에서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NFT 성장세로 해커가 시장을 고의로 마비시키는 움직임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또 다른 NFT 마켓플레이스인 룩스레어의 경우 지난 2월 6일 디도스 공격을 받아 접속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디도스 공격이란 접속량을 폭주시켜 고의로 서버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행위를 의미한다.

실물 원본 데이터를 NFT로 발행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이슈가 일어날 수 있지만, 아직 마땅한 법이 제정돼 있지 않아 합리적인 규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문제점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자산 커뮤니티 한편에서는 규제기관이 나서서 NFT 시장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전문 컨설턴트인 마야 제하비는 트위터를 통해 “오픈씨 내부자 거래 사건은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다뤄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섣부른 규제보다는 NFT 생태계의 미흡한 탈중앙성을 보완해서 생태계 자체의 자생력을 기르는 게 낫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NFT 시장이 과도한 규제로 필요 이상의 침체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NFT 산업이 앞으로 확실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디지털 튤립 버블이 될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다. 그러나 가상자산 생태계 참여자 가운데 소수만 참여한 몇 년 전 NFT 시장과 달리, 최근 NFT 시장은 단순히 가상자산의 경계를 넘어 제도권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적어도 NFT 시장이 단기간에 거품처럼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걸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NFT 시장에 대한 공정한 룰을 가상자산 생태계 참여자와 제도권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해야 NFT 시장이 제도권으로의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박상혁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seminomad@coindeskkorea.com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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