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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한·중 수교 30주년을 논하다 

“삼십이립(三十而立), 한·중 우호 협력은 변하지 않을 것”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 “한·중의 지난 30년은 이례적인 성공의 역사, 尹 정부에도 中은 존중 보내”
■ “反中 체감한 적 없어, 갈등 생길 때는 공유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 떠올려”
■ “中, 남북문제에 ‘특수한 영향력’ 없어… RCEP(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발전해야 한·중·일 FTA 열려”


▎2020년 1월 부임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외교부에서 대표적 ‘한반도통’으로 통한다.
2005년 5월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의 표지 기사는 “중국의 세기(China’s Century)”였다. 영화배우 장쯔이, 만리장성, 상하이 동방명주를 커버 사진에 담으며 “세계의 새로운 파워는 앞으로 중국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한국은 중국의 도약을 보다 일찍 포착했다. 그 출발점은 1992년 8월 24일 수립된 한·중 수교였다. 이후 안미경중(安美經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한국 외교의 암묵적 틀(frame)로 작동했다. 실제 2003년부터 중국은 한국의 수출 1위 국가다. 2022년 상반기까지 단 한 번도 1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이후 지속해서 25% 안팎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세계의 공장’을 넘어 거대 소비시장으로 진화하는 중국이 발전할수록, ‘결국엔 한·중이 제로섬게임 관계로 변할 것’이라는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한·미 동맹 강화가 부각되고 있다. 한편에서 중국은 2022년 10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제20차 당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격변의 시간에 한·중 수교 30주년이 포개졌다. 한·중 관계의 과거를 결산하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에 관한 중국 정부의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싱하이밍(邢海明, 58) 주한 중국대사를 찾았다. 7월 13일 서울시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만난 싱 대사는 동네 아저씨 같은 순박한 웃음을 섞어가며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나직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그가 시종일관 제시한 한·중 관계의 만능열쇠는 ‘배려’와 ‘역지사지(易地思之)’였다.

“30년 전 한·중 수교는 동북아 정세 바꾼 사변”


▎2022년 3월 윤석열(오른쪽)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로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서를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3월 11일 축전을 통해 “올해는 중·한 양국 관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8월 24일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는 중국의 감회를 듣고 싶다.

“역사를 공유하는 이웃으로서 중·한 관계를 잘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 국민의 이익에 부합한다. 이런 취지에서 양국은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2년 8월 24일 수교를 할 수 있었다.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놀라운 발전을 이룩했다. 두 나라의 사회제도가 다른데도 이렇게 발전을 이룬 예를 찾기는 어렵다. 수교 30주년은 양국에 대(大)경사다. 이 과정을 경험하고 지켜본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삼십이립(三十而立, 나이 서른이 되면 확고한 신념이 서게 된다)’이라는 공자의 말씀처럼, 국제 지역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한 우호 협력의 기본 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한·중은 ‘산업사슬·공급사슬·가치사슬로 연결돼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왔다.

“중·한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정치·인문·과학기술 등 각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 특히 경제·무역 분야에서는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수교 초기 50억 달러였던 중·한 교역액은 2021년 36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 측 통계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중·한 경제 발전 연관도는 0.56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미의 연관도는 불과 0.054였다. 이는 중·한이 이미 ‘네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네가 있는(你中有我, 我中有你)’, 서로 뗄 수 없는 이익공동체이자 운명공동체임을 증명한다.”

미래에도 두 나라의 경제·산업이 경쟁보다 협업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

“중·한 경제·무역 협력의 본질은 호혜와 상생이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의지하는 관계가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시장 질서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 누가 함부로 간섭할 수 없다. 중국은 ‘쌍순환’의 새로운 발전 구도를 계속 구축하고, 전면적으로 개혁을 심화하며 대외 개방을 확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중요하고도 가까운 이웃인 한국은 ‘물가에 있는 누대에 가장 먼저 달빛이 비치듯’ 큰 편리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이 거대한 시장 기회를 잡고, 자유무역 정신을 견지하며, 인위적인 ‘디커플링’과 ‘사슬 끊기’에 반대하기를 바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1년에 1000만 명이 서로 왕래했다. 작년과 올해는 ‘중·한 문화 교류의 해’였다. 양국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서로 역지사지하고 배려한다면 앞으로의 30년도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당시 싱 대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중국 외교부 사무관이었다. 중·한 수교 교섭에 통역관으로 참여했다. 그때는 한국어가 많이 어색했다(웃음).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와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협상하며) 성과를 거뒀다. 냉전을 타파하고, 세계와 동북아 정세를 바꾸는 중대한 사변이었다.”

“코로나19 끝나면 양국 교류 폭발적일 것”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싱 대사를 면담하며 “집권하면 한·중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윤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는 무엇일까?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도 만났다. 중국의 역사를 사랑하고, 중·한 우의를 중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마자 시진핑 주석이 보낸 축전을 전해 드렸다. 원래 대통령 취임한 뒤 하는 관례를 타파하고, (당선자 신분일 때) 시 주석이 전화 통화도 했다. 취임식에 왕치산 국가부주석도 파견했다. 최근(7월 7일) 두 나라 외교부장(박진 한국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인도네시아에서 만났다. 양국 관계의 발전과 존중을 바라는 두 정상의 뜻을 빛내기 위해 중국은 노력할 생각이다. 윤 대통령의 한국 정부도 손을 맞잡고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다.”

시진핑 주석의 방한에 대해 ‘코로나19가 안정되면 제일 먼저 방문하는 나라로 한국을 지정한 것에 변함이 없다’는 중국의 입장은 유효한가?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벌써 방문하셨을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때 준비도 많이 했다. 현직 대사로서 국가주석이 방한하면 얼마나 좋을지, 한국 국민과 같은 마음이다. 다만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를 거듭하고 있고, 유행이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양국 외교 당국은 고위급 왕래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시 주석과 윤 대통령도 양호한 교류를 이어가는 중·한 관계의 방향을 정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양국 간 오프라인 고위급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울러 중국은 윤 대통령이 양측이 편리한 시기에 방중하는 것을 환영한다.”

한국 내 반중 정서를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어디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할까?

“최근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쓴 [짱깨주의의 탄생]을 읽었다. 이 책은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과 오해를 분석하며 더 많은 한국 국민이 중·한 관계를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핵심은 중국을 볼 때 ‘두 눈으로 보자’는 것이더라. 한 눈을 감고 보지 말고, 서방 언론에만 의존해서 보지 말자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 가서 확인하고, 중국 매체의 보도도 분석해서 더 객관적으로 알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반중 정서의 상당 부분은 소위 ‘프레임’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로 들린다.

“대사로서 2년 6개월을 지내며 많은 한국 분들과 접촉했고 대화했다. 반중(反中)을 그렇게 크게 느낀 적은 없다. 한국민들은 중국에 대해 친절하며, 대화를 나눌 화제가 많다. 한국인이 한복을 입고 김치를 먹듯, 300만 조선족도 김치를 만들고 중국인도 다 먹는다. (분쟁의 소재가 아니라 오히려) 연결되고 공유할 수 있는 문화다. 이는 중요한 유대라고 본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양국 국민이 폭발적으로 교류하지 않을까 싶다. 이때 한국 분들이 중국에 오셔서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 임시정부, 광복군 총사령부 등과 관련된 역사 현장을 찾는다면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을 때 중국이 성심성의껏 돕고 싸웠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저런 원인으로 중·한이 서로 이해가 안 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마음을 회상하면 서로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다.”

“한·중이 북·미 신뢰 회복 도와야”


▎1992년 9월 노태우(왼쪽) 전 대통령은 중국 인민대회당을 방문해 양상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환담했다.
남북관계에 대해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 대화, 비핵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한국의 보수 정부 등장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의 북한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반도 안정을 위해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은 한반도와 붙어 있다. 한반도에 어떤 문제가 일어나면 중국에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은 확고부동하다. 이에 대해 (이해관계가 걸린 국가들 가운데) 중·한 양국의 입장과 목표는 가장 비슷하다. 한반도 정세가 갈수록 긴박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정세가 다시 완화되고 관련국들이 이성을 다시 유지하도록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함께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병행 추진)’ 구상과 ‘단계적·동시적’ 원칙에 따라 소통과 조율을 강화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문제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해결의 열쇠는 중국이 가지고 있지 않다. 북한이나 어느 한쪽에 대해 소위 ‘특수한 영향력’이 없다. 중국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면, 한반도 문제는 진작 해결됐을 것이다. 북·미와 남북한 양측이 마주 앉아 대화하고 실제 행동으로 성의를 보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려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서로 믿음을 줘야 한다. (북·미 간) 싱가포르 합의(2018년 6월)가 베트남 하노이(2019년 2월)에 가서 결렬되는 식으로는 안 된다. 다만 두 나라가 서로 믿음을 얻는 과정에서 중국과 한국이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할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대중국 협력의 모범사례”

2017년 10월 소위 ‘한·중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합의’를 통해 ▷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불편입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불가 등 이른바 ‘3불 원칙’을 세웠다. 사드에 관해서 중국이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위협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중국은 자국 안전 보장에 대한 한국의 요구를 이해한다. 한국도 중국의 정당한 안보 관심사를 이해해주길 바란다.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했고, 사드의 X-밴드 레이더 탐지거리는 2000~3000㎞에 달해 중국 내륙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훼손하기에 묵과할 수 없다. 중·한 양국은 사드 문제를 단계적으로 적절히 처리하는데 합의했고, 이는 양국 관계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기 위한 전제이자 기반이다.”

2020년 2월 삼성전자 김원경 부사장은 싱 대사와의 면담에서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이 잘돼야 한국이 잘되고 삼성이 잘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글로벌 공급망 이슈 중 하나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중국의 의중을 듣고 싶다.

“삼성전자의 대중국 투자는 중·한 경제·무역 협력을 대표하는 축소판이다. 수교 이후 30년 만에 중·한의 양방향 투자는 이미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양국의 산업사슬, 공급사슬은 깊이 융합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를 매개로 한 대중국 포위망을 염두에 둔 듯) 일부 국가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글로벌 산업사슬을 차단하고 다른 국가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의 투자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2기 프로젝트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이다. 누적 투자액은 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대중국 협력에 대한 한국 기업의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중국은 질 높은 발전과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해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고, 더 큰 협력 기회와 발전 공간을 마련해줄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고, 2021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도 출범했다. 하지만 중국의 ‘팽창’을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일대일로는 중국뿐 아니라 일부 나라가 참가해서 같이 발전하자는 다자간 플랫폼이다. 팽창이라고 보는 시선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일대일로는 글로벌 발전과 안전에 관한 이니셔티브다. 핵심은 잘 먹고 잘사는, 대립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중·한 양국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의 수혜자다. 또한 RCEP의 중요한 회원국이다. RCEP의 발효는 인구수, 경제·무역 규모, 발전 잠재력 측면에서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 지대가 정식으로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중·한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중·한·일 FTA 협상의 공동 추진도 검토할 수 있다.”

2021년 10월, 한·중 수교의 문을 연 노태우 전 대통령이 별세했다. 시 주석은 조전을 보내 위로했다. 노 전 대통령의 외교 노력에 대한 중국의 평가는 어떤가?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존경해 그분 생전에 자주 찾아뵀었다. 중·한 양국이 울타리를 허물고 획기적으로 국교를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양국 지도자의 선견지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 자신도 중국 국민도 임기 중 중·한 관계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한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할 것이다.”

한국과 중국 국민 사이의 호감을 높이는 방편으로 여행과 문화 교류가 꼽힌다. 한국 국민은 언제쯤 예전처럼 중국을 제약 없이 방문할 수 있을까?

“중·한 문화 교류의 해이자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은 ‘랜선 여행’, ‘랜선 전시회’ 등 온라인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인문 교류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항공편, 관광, 인문 교류에 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양국 간 항공편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상호 비자 정책도 상당 부분 완화됐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오프라인 교류가 점차 회복되고,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 생각한다.”

“2020년 코로나 때 한국의 도움 못 잊어”


▎‘주머니에 손을 넣어달라’는 사진기자의 요청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외교관이 그러면 안 되는데…”라며 웃었다.
주한 중국대사로 일하면서 한국 국민에게 따뜻함을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대학(싱 대사는 북한 황해도 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한 뒤 1986년 중국 외교부에 들어갔다) 시절 한반도와 인연을 맺은 이후로 30여 년간 한반도 관련 일을 해오면서 한국과 한국 친구들에게 감동받은 순간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작년에 공원 산책하러 나갔을 때, 나와 비슷한 연배의 한국인이 나를 부르더니 ‘TV에서 봤다’며 ‘니하오(你好)’라고 서툰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더라. 그러면서 ‘중·한 관계가 잘 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나는 이것이 보통의 한국 국민이 중·한 관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라고 생각한다. 또 2020년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했을 때, 일면식도 없는 많은 한국 국민이 대사관에 성금과 구호 물품을 기부하며 중국을 도왔다. 이런 소박한 정이 중·한 관계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초석이었으며, 미래에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202208호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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