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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2023 여야 大격변 시나리오 

당내 권력투쟁이 정계개편 태풍 부른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내년 총선 앞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내 기득권 경쟁 격화
국민의힘은 ‘친윤-비윤’, 민주당은 ‘친명-반명’ 대립 불가피


▎국민의힘은 3월에 열리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친 윤석열)’ 의원들 사이에 치열한 당내 패권 다툼이 예고돼 있다. 권성동 의원(가운데)이 당대표 출마를 굳힌 가운데 장제원 의원(오른쪽)은 다른 후보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핵관’의 분화가 본격화했다.
2023년은 여의도 정치의 변곡점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조직을 재편해 이듬해에 치러질 총선 승리를 위한 발판을 만드는데 온힘을 쏟아야 하는 중요한 해다. 당내에선 공천을 차지하기 위한 계파들 간의 주도권 경쟁이, 밖에선 여야의 한판 승부가 예고돼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앞에 펼쳐진 정치 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라는 당내 최대 이벤트가 있다. 친윤(친윤석열계)과 비윤당권 주자들 중에서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 양상이 달라진다. 민주당은 당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똬리를 틀고 있다. 세대교체를 통한 정치 개혁을 정치적 소명으로 내걸어온 이재명 대표에게는 검찰의 공격뿐만 아니라 내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동시에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총선 전 여론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여야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라 할 수 있는 2024년 총선에 앞서 2023년에는 윤석열 정부 2년 차 예비평가가 예정돼 있다. 4월 5일에 치러질 재·보궐선거다. 12월 현재 확정된 재보선 지역구는 국회의원 한 곳, 교육감 한 곳, 광역 및 기초의원 각각 한 곳과 세 곳이다. 여론을 반영하기에는 규모가 작다. 하지만 각 당이 재·보궐선거를 치르는 과정은 총선 전초전이라 할 수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예정대로 3월경 열린다면 이번 재보선은 국민의힘 새 지도부와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가 치르는 첫 선거다. 예비후보 등록은 12월 6일에 시작됐다.

눈여겨볼 선거구는 이상직 전 의원의 당선무효형 확정으로 치러지는 전북 전주시을 재선거다. 이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와 별개로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로도 징역 6년을 받아 법정 구속됐다. 이 전 의원은 당초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수사가 시작되자 탈당했다.

전주시을 재선거 공천 여부를 고민해온 민주당은 결국 무공천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로 있던 2015년 ‘당 소속 공직자의 귀책 사유로 발생한 재·보궐선거에는 공천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당헌(96조 2항)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2021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4월 7일에 실시된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이 규정을 무시한 채 후보를 내보냈다가 참패했다. 이번 무공천 결정은 과거 오판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이재명에게 놓인 4월 재보선 딜레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대장동 사건에 발목을 잡히자 당내 ‘비이재명’ 진영에선 조기 사퇴론을 제기하고 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재명’과 ‘비이재명’ 진영의 헤게모니 경쟁이 서서히 시작되리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부산 시장 재보선을 준비할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는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며 지도부 결정에 맞섰다. 무공천 결정으로 이 대표는 일단 말바꾸기 논란은 피했다. 다만 지역의 당심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에선 정운천 의원(비례대표)와 김경민 후보가, 진보당에서는 강성희 후보가 후보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 안에서는 줄잡아 8~10명 후보군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의 텃밭인 만큼 이들 중 일부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 취임 100일을 넘긴 이 대표의 리더십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민주당 핵심 지역 조직에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이 대표에게 현재 상황은 살얼음판과 같다. 대장동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그들이다. 김 전 부원장은 대선 전부터 조직 관리를 맡아왔고, 정 전 실장은 이 대표의 복심으로 불렸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측근들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당력을 동원해 방어막을 펴는 이유다.

‘친문’과 ‘NY계’의 동거, ‘반명 연대’로 이어지나


▎이낙연계의 반발은 더욱 노골적이다. 설훈 의원은 이재명 대표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내놨다. 사진은 2021년 9월 23일 당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필연캠프’ 선대위원장이던 설 의원(오른쪽)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의회에서 열린 ‘경남 정책공약 발표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특검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등으로 민주당이 총력전을 벌이는 와중에 당내에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면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는 의미인데 무조건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건 설득력이 부족하다” (민주당 초선 의원)는 것이다. “당대표 본인이 아닌 측근의 비리 혐의까지 당력을 집중해야 할 일이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대선부터 당대표 선거까지 수차례 충돌한 적 있는 NY(이낙연)계의 반발은 더욱 노골적이다. 설훈 의원은 이 대표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내놨다. 그는 지난해 11월 28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고 선언하고 당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라면 그렇게 했을 거다”라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선 친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의 충돌설이 나온다. 시기는 2~3월 경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이 대표 소환 요구를 기점으로 비이재명계에서 조기 사퇴 요구가 나오리란 전망이다.

‘친명·반명 충돌설’을 낭설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2024년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체제를 공고히 하려고 상당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대선 과정에서부터 강조해온 정치교체는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세대교체는 다시 말해 개혁공천, 대대적인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결국 현역 중 누군가는 배지를 반납해야 한다는 의미다. 비이재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실 여부에 대한 언급 대신 “이재명계 의원들이 많이 줄어드는 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 수사 등으로 대표직을 정상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을 상정해 여러 시나리오가 회자되기도 한다. 우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급부상했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으로 징역 2년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 2023년 5월에 만기 출소한다. 최근 연말 특별사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김 전 지사가 직접 사면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냈다. 김 전 지사는 징역형과 함께 5년간(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돼 선출직 공직과 당직을 맡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친문 진영에서는 김 전 지사가 출소하면 어떤 식으로든 친문의 구심점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낙연 전 총리다. 이 전 총리는 미국에 체류 중이다. 당초 예정된 귀국 시기는 6~7월경인데 조기 귀국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NY계의 좌장 격인 설훈 의원의 발언 이후 조기 귀국설에 힘이 실렸다. 설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1월 하순 이 전 총리를 만나보려 한다”고 밝혔다. “지금은 등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긴 했지만, 이 전 총리의 정계 복귀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일각에서는 친문과 NY계가 연대해 ‘반이재명 전선’을 형성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공교롭게도 최근 활동을 시작한 친문계 주축의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연구원’에 NY계 의원들이 대거 합류했다. 민주주의 4.0은 11월 22~23일 심포지엄 및 총회를 열어 전해철 의원을 이사장으로 추대했다.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3인방을 일컫는 ‘3철(전해철·양정철·이호철)’의 일원이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이재명 대표와 경쟁하며 깊은 앙금을 남겼다. 이후 이 대표가 대표 경선에 출마할 때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여기에 서동용, 양기대, 오영환, 윤영찬, 이장섭, 홍기원 의원 등 2021년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이낙연 캠프에서 활동한 이들이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세균 캠프에서 활동했던 김영주 의원도 합류했다. 민주주의 4.0은 65명 회원을 두며 세력을 키웠다.

1년여 남은 총선에서 공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걸 감안하면 이런 예측이 무리도 아니다. 586 그룹을 대신할 40대가 주축인 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들은 이미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 12월 8일에 암 투병 중 작고한 고(故) 김재용 전 경기연구원 경영부원장의 장례식에는 대학 시절 한총련 운동을 했던 친이재명계 인사들로 북적였다. 김 전 부원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이던 1993년에 전대협을 계승해 출범한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1기 의장을 지냈다. 1990년대에 학생운동을 했던 이들에게는 상징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있을 때에는 경기도 정책공약 수석으로 이 대표를 보좌했다. 이 대표도 늦은 저녁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한 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

‘윤심’과 여론 사이 갈팡질팡하는 국민의힘


▎10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장제원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일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맹공을 퍼붓고 있는 국민의힘도 내부 사정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친윤과 비윤의 오랜 갈등 속에 당권을 차지하려는 윤핵관들끼리의 경쟁이 시작되면서 친윤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해서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윤심’이 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당정의 실세로 군림했던 ‘윤핵관’들마저 2선 후퇴를 선언하며 한동안 몸을 낮췄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윤심이 부활했다. 12월 7일 친윤계 공부모임인 ‘국민공감’이 출범하면서 세를 과시했다. 권성동, 장제원, 이철규 의원을 비롯해 친윤 의원 70명이 참여했다. 특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으로 확정된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이 탄핵하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엄호하면서 윤핵관 중의 윤핵관을 자처한다.

3월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유승민 전 의원을 비롯해 안철수·김기현·권성동·주호영·윤상현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유 전 의원과 안 의원 등은 여론 우위를 내세우며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대표적인 윤핵관인 장 의원과 손을 잡았다. 김 의원이 대표로 선출되면 총선 공천 실무를 주도할 사무총장은 장 의원이 맡는다는 계산이다. 또 다른 윤핵관인 권 의원은 ‘마이웨이’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당내 헤게모니 싸움이 정계개편 씨앗 될 수도

크게는 친윤과 비윤의 경쟁 구도 속에 친윤의 분화로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문제는 비윤으로 꼽히는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의 대중성이 친윤 후보들을 압도한다는 데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공동 주관한 12월 3주차 전국지표조사(NBS)의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27%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에 오른 안 의원(7%)과는 20%p 격차다. 나경원(5%), 김기현(3%), 주호영(3%), 황교안(3%), 권성동(0%), 윤상현(0%) 순이었다(응답률 20%,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국민의힘 대표 선출은 당원 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3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대로라면 현재로서는 유 전 의원이 가장 유리하다. 그러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는 ‘100% 당원 투표’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천명했다. 친윤 진영도 정 위원장의 주장에 호응했다.

하지만 비윤 진영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웅 의원은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그동안 뽑힌 당대표, 최고위원들은 모두 당연하지 않은 선출이었나. 전당대회 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공포증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등 자르고 5등 대학 보내려고 하는 순간 그게 자기모순”이라며 룰 변경안을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기존 선출방식의 수혜자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는 당원투표 득표율은 37.41%로 나경원 부위원장에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58.76%를 얻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나경원 부위원장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지지하기 위한 룰 변경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상황을 정리하면 2023년은 ‘집안싸움’의 해로 요약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친윤’과 ‘반윤’이, 민주당은 ‘친명’과 ‘반명’이 당내 기득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경쟁 결과를 속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갈등이 격화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정치사에 획을 그은 과거의 정계개편은 늘 당내 헤게모니 다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MB 세력에 반발한 친박(親박근혜)계가 친박연대를 창당했고,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이 떨어져 나가 민주 진영이 둘로 분열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원외 인사는 “당권과 여론에서 각자 우위를 점하는 식으로 당내 계파 간 힘의 균형이 맞춰졌을 때 분당(分黨)과 같은 정계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치 줄다리기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면 결국 줄이 끊어지고 마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23년 여야 내부에서 펼쳐지는 줄다리기가 바로 그런 상황이 아닐까.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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