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북한.국제

Home>월간중앙>정치.사회.북한.국제

[밀착취재]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물밑 합종연횡 막전막후 

민심 끌어당길 대세 인물이 없네… 친윤계는 고심 중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정치 복귀 후 친윤(親尹) ‘키맨’ 자처한 장제원 의원 행보 주목받아
반윤(反尹) 기치 유승민, 중도층 구애 안철수 1차 관문 통과할지 관심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주자 간의 합종연횡이 감지되고 있다. 사진은 거론되고 있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좌측상단부터 가나다순) 권성동·김기현 의원, 나경원 저출산고령 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장제원 의원. / 사진:연합뉴스
3월 초 개최가 유력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주자들 간의 물밑 합종연횡이 감지된다. 요약하면, 초반 분위기는 김기현·권성동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화하면서 진성 당원들의 지지세와 조직력을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중도층 지지세가 강한 안철수 의원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친윤(親尹)임을 자처하며 당내 비주류 이미지를 탈피하는 전략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원외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전통의 보수 주자로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원내 주자들은 대세(大勢) 기류 형성에 고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선 후퇴를 선언했다가 11월 대통령 관저 만찬 후 정치 전면에 재등장한 장제원 의원이 추후 강력한 파벌 형성의 ‘키맨’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반윤(反尹) 포지션으로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전대 룰’의 개정과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기로에 처한 상태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는 친윤계가 주축인 ‘국민공감’이 12월 7일 출범하면서 본격화했다. 의원 115명 중 71명(61.7%)이 참석하면서 의원총회를 방불케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구심점에 서는 주자가 전대를 지배할 것이라는 말이 국민의힘 안팎에서 상식처럼 통용되는 까닭이다. 출범식 현장에 당권 주자인 권성동·김기현·안철수·윤상현·장제원 의원(가나다순), 나경원 부위원장 등이 한자리에 모였고, 잠재적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눈에 띈 인사는 단연 나 부위원장이었다. 나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잠행을 이어가다 현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를 맡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직책은 장관급(비상임)으로, 당시 나 부위원장 임명을 전후해 정가에서는 “당권에 욕심내지 말라는 대통령의 오더”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때문에 나 부위원장이 이날 친윤계 의원들이 모이는 국민공감 출범식에 참석해 전당대회 분위기를 띄우려는 모습을 두고 예상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당권주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과의 관계는 나 부위원장이 당대표 출마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월간중앙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10월 나 부위원장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며 미국으로 떠나면서 윤 대통령과 묘한 기류가 형성됐다고 한다. 이전까지 서울대 법대 선후배 관계로 친분이 두터웠기에나 부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당시 홍준표 예비후보를 상대로 고전하던 윤 대통령이 내심 서운해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때를 기점으로 개국공신인 윤핵관과의 관계도 틀어졌다. 인수위원회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장 의원이 대표적이다. 장 의원이 주도한 논공행상 과정에서 나 부위원장이 제외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당시 인수위에 몸담았던 한 당직자의 설명이다. 이후 나 부위원장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산으로부터 경기지사 후보 출마를 권유받고도 거절하면서 긴장 관계가 높아졌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기억한다는 한 전직 보좌관은 “나 부위원장은 경기도 쪽은 연고도 없고 애초에 정치적 기반이 서울인데 나설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대통령의 직접적인 제안도 아니었다”며 갈등 대상이 윤 대통령이 아니라 윤핵관이었음을 유추하게 했다.

여의도에 김기현-나경원 연대설 모락모락


▎국민의힘의 친윤계 주축으로 출범한 공부모임 ‘국민공감’. 사진은 12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출범 기념 첫 모임에서 권성동·장제원 의원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고려하면 나 부위원장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8월부터 시작된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나 부위원장은 줄곧 상위권에 속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내부 총질이나 해대는 유 전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매번 1위인 점을 감안하면 차라리 나 부위원장이 당내 핵심 파벌인 친윤계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나 부위원장은 이런 기류를 감안해 친윤계로 분류되는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과 밀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원내로 통하는 소통면을 넓히고 있다. 11월 24일 김 의원 주도로 열린 ‘새로운미래 혁신24(새미래)’에서 ‘인구와 기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도 나 부위원장과의 연대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 부위원장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기가 곧 올 것”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저하고 생각하는 것, 코드가 많이 맞는 분이다. (나 부위원장의) 소중한 자산을 잘 녹여내서 용광로 속에 넣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단일후보 추대는 양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이번 전대에 임하고 있다. 아름다운 은퇴를 각오한 만큼 완주 의지가 강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는 김 의원의 전략인 ‘가세지계(加勢之計)’와 걸맞는다. 가치·세대·지역·계층의 줄임말이면서도 한자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세력을 더하는 계책’이다. 당내 지지율이 10%에 못 미치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나 부위원장을 비롯한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측면에서 장 의원과의 결합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선도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장 의원이 최근 보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2월 11일 국회 본 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하자 그는 “애초 (국정감사는) 합의해줘서는 안 될 사안”이라며 주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정 비대위원장이 차기 지도부의 조건으로 MZ세대와 수도권에 어필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부적절하다”며 반기를 드는 등 영향력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키맨’ 노리는 장제원, 강력한 파벌 형성할까

하지만 장 의원은 누군가를 당대표로 만들고 추후 사무총장이 돼서 총선 공천 실무를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통상적인 당권주자에겐 양날의 검으로 인식된다. 그를 영입하면 윤 대통령의 신뢰까지 얻는 셈이지만 실상은 허수아비 당대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김기현 의원의 경우 자기 지분도 챙길 수 있고 당대표가 되는 것이 목적이다. 공천권이야 원래 대통령이, 윤핵관들이 알아서 하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설에 힘을 실었다.

또 다른 당권주자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윤핵관의 브라더’ 장 의원과는 달리 직접 출마하겠다며 전대 출마의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른바 ‘체리따봉’ 문자 노출 사태와 원내대표 사퇴 이후 책임론에 밀려난 지 석 달 만에 다시 정가의 중심에 나선 셈이다. 다만 중진급 실력자이기는 하지만 권 의원은 독자적인 세가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칫 1차 투표에서 하위권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대통령실 인선 등으로 갈등을 빚었던 장 의원에게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국민공감’ 모임에서 만난 두 의원은 친근하게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로 악수하는 사진을 올리면서 “저와 장 의원은 오랜 기간 의정 활동을 해왔던 동지”라고 쓰기도 했다. 더불어 윤 대통령이 두 의원의 만남을 주선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오면서 두 윤핵관의 갈등 봉합이 예고됐다.

하지만 장 의원의 반응은 썩 좋지는 않은 듯하다. 장 의원은 “권 의원과 저의 화해는 우리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관계 설정이 녹록지 않음을 드러냈다. 두 의원은 대통령실 인선 과정에서 서운한 게 쌓였고 이후 장 의원이 출범을 준비한 ‘국민공감’에 권 의원이 반대를 표명하면서 사실상 강을 건넜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명의 ‘2인자’로서 그간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장 의원이 결국 권 의원을 외면한 데는 그를 도와 전대 승리를 이끌더라도 주요 당직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셈법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장 의원은 추후 나 부위원장을 끌어들여 이른바 나·기·원(나경원·김기현·장제원)이라는 확실한 조직을 구축한다는 시나리오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전대는 ‘친윤계에 중진급은 많아도 대세가 없다’는 게 중평이다. 이러한 구도는 비윤계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에게 반사이익으로 돌아가고 있다. 당심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중도층의 여론은 두 사람이 압도적이다. 안 의원은 중도층에 지지를 거듭 호소하는 한편, 스스로 친윤임을 자처하는 전략으로 유 전 의원과 차별화를 노리고 있다. 최근에는 경남도의회를 찾아 “당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국민의힘과 함께 공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열심히 싸워 헌신한 것을 당원들이 평가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 측 비서관은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대선 득표율에서 18% 정도가 빠져나갔다. 이를 보완하려고 안 의원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지 결코 다른 길을 가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 ‘대권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국정 동력이 분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친윤계 노크하며 중도층 흡수하는 안철수

유승민 전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체 1위를 기록하면서 당내에 긴장감을 유발하고 있다. 연일 대통령실과 여당을 겨냥해 비판 수위를 높여가는 유 전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대통령실로서는 차기 정국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대위가 12월 19일 당원투표 70%와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는 현행 룰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100%로 확대하고, 이와 더불어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는 당헌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유 전 의원은 더는 독립 세력만으로는 당권을 쥐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에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결선 투표 도입은 ‘친윤·유승민·안철수’ 후보라는 3자 구도의 변수마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용산에서는 후보 간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통령은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지만 1월 중순쯤 결단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