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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2023년 주목받는 혁신 자치단체장] 홍태용 김해시장의 ‘꿈이 이뤄지는 행복도시론’ 

“동북아물류플랫폼 사업 유치해 김해 100년 먹거리 책임진다”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산적한 현안에 우선순위 부여하고 시민과 소통해 시정 이끌겠다”
“비음산터널·공공의료원 추진… 전국체육대회 꼼꼼히 준비할 것”


▎홍태용 김해시장은 취임사에서 김해시의 산적한 현안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 사진:김해시
그리스 신화에 전해지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복잡하게 얽혀 쉽사리 풀 수 없는 문제를 의미한다. 하지만 매듭이 묶인 순서대로 담대하게 풀어나가면 언젠가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다. 김해시가 당면한 거대 사업들과 현안들이 그렇다. 알렉산더 대왕에게는 칼이 매듭을 푸는 방법이었다면, 홍태용 김해시장의 무기는 시정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소통’이다.

김해시는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여론조사를 실시해 ‘시민들이 시장에게 바라는 점’을 물었다. 답변을 통해 정리된 시민들의 바람을 요약하면 핵심 키워드는 ‘소통과 경청, 안전, 시민, 행복, 아이들’이었다. 이에 홍 시장은 시정 비전을 ‘꿈이 이루어지는 따뜻한 행복도시 김해’로 정했다. 홍 시장은 취임사에서 산적한 시정 현안에 대해 “선택과 집중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며 “시민 수혜도와 시급성을 따져서 우선순위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행정은 배척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갈등을 조정하면서 합리적 정책 결정을 하겠다”고 했다.

올해는 민선 8기 시정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해다. 홍 시장은 시정 추진 동력 확보를 위한 조직개편을 실시하는 한편, 동북아물류플랫폼 유치, 김해 공공의료원 설립, 2년 앞으로 다가온 전국체육대회 준비, 창원과 김해를 잇는 비음산터널 건설 등 시정 핵심사업을 착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덕도공항·진해항 연계해 복합운송 시스템 구축할 것”


▎홍태용 김해시장이 지난 10월 27~28일 열린 동북아물류플랫폼 유치를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급변하는 물류 환경 속 우리나라도 글로벌 물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 사진:김해시
홍 시장은 “시정의 속도는 올바른 방향 설정에 달려 있다”며 “김해시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도시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김해 자체의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해 매력 있는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뜻이다. 홍 시장은 이를 위한 6대 과제로 ▷도시의 경영원리가 문화적으로 작동하는 도시 ▷민생경제 회복과 산업 구조 재편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그린 생태계 조성 ▷삶의 질을 바꾸는 도시 인프라 구축 ▷누구도 소외당하지 않는 포용적 복지 ▷시민의 안전이 보장받는 환경 속에 새롭게 조명되는 지역 문화 등을 선정했다.

2023년 시정 운영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김해시 내 시민 맞춤형 민간 일자리 발굴과 소상공인 지원으로 경기침체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의생명·미래자동차·스마트센서·스마트물류 등 미래 신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에 집중하겠다. 동시에 대기업과 우량기업 유치에도 적극 나서겠다. 복지 안전망 구축을 위해 엄마와 유아를 위한 배움과 놀이공간인 ‘Station-L’을 권역마다 설치해 양육 환경을 개선하겠다. 공공의료원과 조직개편으로 신설되는 서부보건소를 통해 시민의 건강주권을 책임지겠다. 아울러 시내 안전 시스템을 확립하고 신도시 지역의 과밀학급 문제를 해소하겠다.”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동북아물류플랫폼에 대해 설명한다면?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급변하는 물류 환경 속 우리나라도 글로벌 물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하다. 지난 6월 국토교통부에서 ‘국가스마트물류플랫폼 구축 용역’에 착수했는데 김해시도 플랫폼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김해는 800만 부·울·경 동남경제권의 지리적 중심에 있어 제조와 물류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건설 예정인 가덕도신공항과 진해신항,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계해 복합운송 시스템 ‘트라이포트’를 구축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신공항과 신항으로 인해 늘어날 물류량과 주거 등을 감당할 배후부지가 필요한데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인근 지역은 부산 강서와 김해밖에 없다. 김해시는 이러한 당위성을 담은 기본구상안을 수립 중이다.”

도시의 근간은 인프라(infrastructure)다. 홍 시장은 도시의 품격에 걸맞은 인프라 구축을 위해 김해 100년 먹거리를 책임질 동북아물류플랫폼 유치는 물론, 시민 교통 편의를 해소할 핵심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신월역과 장유여객터미널, 동남권 순환 광역철도, 초정-화명 간 광역도로, 비음산터널 건설 등이 그 예다. 또 도농이 상생하는 환경을 만들고 도시 공동화 현상에 따른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정책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복안이다.

김해의 숙원사업 중 하나가 창원과 김해를 잇는 비음산터널 건설이다. 이를 해결할 방안은?

“창원과 김해는 지리적으로 인접해 왕래가 잦지만, 두 지역을 연결하는 창원터널은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내리막 급경사로 대체도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2008년 김해 진례와 창원 토월을 잇는 비음산터널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됐는데, 여러 어려움 속에 2021년 10월 최종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비음산터널 건립을 위해 김해-밀양 고속도로 노선을 창원까지 연장하는 방안이 논의됐고, 경남도·창원·밀양시의 이해관계가 맞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부경남 상생발전을 위한 사업인 만큼 관련 지자체와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다.”

“비음산터널 건설, 유관 지자체와 공동대응 중”


▎김해시는 지역경제 침체에 대응해 민간 일자리를 발굴하고 청년과 소상공인 지원에 시 행정력을 투입하고자 한다. / 사진:연합뉴스
경제위기 여파가 김해까지 밀려들고 있다. 지역경기가 침체되고 성장동력이 꺼져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는?

“김해시 내 시민 맞춤형 민간 일자리 발굴과 소상공인 지원으로 경기침체 여파를 최소화하겠다. 김해 Good-Job시스템 운영, 청년공유공간 Station-G, 청년활동지원 G-Pass 카드 등을 통해 고용안정성과 청년의 자립기반을 튼튼히 할 계획이다. 또 골목상권 활성화, 사회적경제 성장사다리 구축에도 힘을 싣겠다. 미래먹거리 발굴에도 소홀할 수 없다. 의생명, 미래자동차 등 신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에 올인하겠다. 이와 연계해 대기업과 우량기업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스마트팜과 창업농 육성을 중심으로 농업경쟁력도 강화할 것이다.”

시민의 건강주권을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첫째로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하는 약속이다. 배움과 놀이공간 Station-L의 권역별 설치, 출산장려금지원 확대 등을 통해 출산·양육 환경을 개선하고, 김해형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둘째는 시민께 드리는 의료 분야에 관한 약속이다. 경남도와 함께 도립 김해 공공의료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조직개편으로 신설되는 서부보건소는 서부지역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로 삼을 예정이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감염병 상시 대응 체계의 고도화, 일상의 공공의료서비스 제공도 이어가겠다.”

김해시는 지역 축제 및 행사에서 안전점검을 확대하면서 전 시민 안전보험 가입을 추진해 중대재해예방시스템 강화에도 역량을 집중할 요량이다. 홍 시장은 ‘이태원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 기강을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김해 공공의료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전국 주요 도시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은 김해가 유일하다.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김해지역 확진자는 창원, 진주, 멀리는 충청도까지 가서 치료받아야 했다. 시민의 건강주권을 확보하고자 김해 공공의료원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 그동안 경남도와 보건복지부에 이를 적극 요청했는데, 경남도가 2030년까지 김해에 병상 300개 규모 지역 책임 의료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3월 타당성 조사용역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절차를 완료하겠다. 감염병 전담병동과 24시간 아동전문병동, 근로자 전담병동과 호스피스 병동 등 공공의료 기능을 집적화하겠다.”

“2030년까지 300병상 규모 의료기관 설립”


▎김해시는 공원묘역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탄소중립을 실현할 실질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 사진:김해시
2024년 전국체육대회 준비는 잘돼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국체육대회는 선수와 임원 3만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 체육 축제다. 대회 개·폐회식과 육상 경기를 개최할 김해종합운동장 건립은 2024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세부 종목 경기를 위한 경기장 신축 및 개보수가 진행 중인데 이를 조속히 완료하고, 올해부터는 종목별 전국대회를 사전 유치해 대회 운영에도 만전을 기할 생각이다. 선수단과 방문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도시환경과 위생, 안전교통 등 중점 분야 협업TF(6개 분야, 14개 부서, 31개 과제)를 구성해 촘촘히 챙기고 있다.”

김해시 공원묘원에서 플라스틱 조화를 생화로 대체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취지의 정책인가?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실현하기 위한 지속가능 경영 정책의 일환이다. 성묘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조화는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는데 그 물량이 연간 2000t이 넘는다. 김해시 공원묘원에서만 연간 43t 넘는 쓰레기가 배출되고 소각 시 탄소 45t이 발생한다. 그간 미세플라스틱과 탄소를 제재하는 법적 근거가 미비했지만 김해시는 2022년 초부터 공원묘원 내 플라스틱 조화 사용을 금지했다. 플라스틱 조화를 생화나 드라이플라워로 대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지역 화훼산업 활성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김해시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제18회 지방자치경영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일회용기 사용 줄이기를 실천하는 일환으로 민간 장례식장에 다회용기를 세척해 공급하는 공공사업을 펼치고 있다.”

김해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부문·연도별 이행대책을 수립하고, 친환경자동차 보급 확대 등 탄소중립 정책들을 확산해나갈 계획이다. 이 밖에도 화포천 습지의 가치와 위상을 높이고 친환경 여가 녹지 공간과 산림복지 공간도 꾸준히 확충해 나갈 예정이다.

홍 시장은 “새해는 민선 8기 시정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는 중요한 해”라며 “도시의 전환적 성장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왔던 지난 5개월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월 21일 시정연설에서 2023년도 김해시 예산안을 2조1244억원으로 발표했다. 2023년, 이제 김해시정이 본격적으로 날갯짓할 채비를 마쳤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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