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기업소식] 태풍 힌남노 수해 속 빛난 ‘투게더 위드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정 중단 위기에도 해외 물량 내수로 긴급 전환해 협업사 지원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포스코 측 “국내 공급망 보호가 우선이라 판단”… 관계사에 본사 노하우 공유도
수해 직후 고객사 473개 전수 조사… 문제 발생 시 일대일 조치계획 수립해 시행


▎태풍 힌남노가 동반한 폭우로 인해 포항제철소 전 공정이 중단됐지만 포스코는 관계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 사진:포스코
대한민국 최초의 일관제철소로 시작해 지난 50년간 성장을 거듭한 ‘제철보국’ 포스코는 2018년 새로운 경영이념으로 ‘더불어 발전하는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ship)’을 선포했다. 기업시민 경영이념의 핵심은 기업 스스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데 있다. 이를 실현하고자 포스코는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공생’의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생태계를 조성하며, 사회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기업시민’론(論)은 포스코 ESG 경영의 출발점이다. 포스코는 2019년 7월 기업시민 경영이념을 확산하기 위해 ‘기업시민헌장’을 제정했다. 헌장에 담긴 실천원칙에는 ▷환경보호 ▷강건한 산업 생태계 조성 ▷안전 ▷다양성 포용 등 ESG의 핵심 이슈들을 포함한다. 또 포스코는 기업시민 5대 브랜드를 마련하고 창출된 성과를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기업시민 5대 브랜드는 ▷Green With POSCO(함께 환경을 지키는 회사) ▷Together With POSCO(함께 거래하고 싶은 회사) ▷Challenge With POSCO(함께 성장하고 싶은 회사) ▷Life With POSCO(함께 미래를 만드는 회사) ▷Community With POSCO(지역과 함께하는 회사)로 구성된다. 브랜드별 활동 테마는 기후변화 대응, 협력사 동반성장 및 벤처육성, 지역사회 기여 등으로 나뉜다.

그중 Together With POSCO가 빛난 사례는 지금도 경영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9월 6일 새벽, 태풍 힌남노가 동반한 기록적인 폭우로 포항제철소 인근 하천인 냉천이 범람했다. 천재지변에 여의도 3배 면적에 달하는 포항제철소 전 공정이 중단됐고, 제품 생산라인이 대부분 침수됐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수해 피해복구 기간에도 이해관계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그중에 협업사 ‘산일전기’도 포함돼 있었다.

산일전기는 태양광 풍력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특수변압기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특수변압기를 만드는 데는 특수가공된 ‘전기강판’이 필요하다. 전기강판은 생산공정이 까다로워 한국·일본·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되며,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유일하게 공급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일전기에 전기강판을 공급해주던 포항제철소가 수해를 입은 것이다. 포스코에서 전기강판을 공급받지 못하면 글로벌 태양광 발전사에 공급하기로 한 변압기 130여 대 수출이 지연될 것이 자명했다. 산일전기는 발전소 건설 중단으로 인한 지체 보상 문제와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도 깨질 상황이 우려됐다.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는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에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수입산 전기강판은 비싸고 구매하기도 어려워 절망적이었다”고 당시 심정을 밝혔다. 그런데 뜻밖에도, 박 대표가 포스코 측에 납품 건을 문의하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주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내 빠르게 대안이 마련됐다.

최정우 “12월까지 수해 피해 복구 완료”

포스코는 해외 고객사에 양해를 구하고 수출 대기 물량을 포함한 제품창고 대부분의 물량을 내수 판매로 긴급 전환했다. 친환경 발전 산업의 국내 공급망(Supply Chain) 생태계 보호가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내수로 돌린 물량의 일부를 산일전기에 공급했다. 또 침수된 재고 중에서 상품성이 있을 만한 제품을 사용할 방안도 검토했다. 확인 결과, 전기강판은 일반 철강재와 달리 제품 표면에 코팅이 돼 있어 일부 물기가 묻어도 사용할 수 있었다. 포스코는 전기강판을 품질 손상 없이 건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산일전기에 공유했다. 이러한 포스코의 발 빠른 대응으로 산일전기는 미국·유럽 등에 수출 예정이었던 변압기 130여 대 납기를 준수할 수 있었다. 박 대표는 “포스코가 전기강판을 해외로 직접 수출하면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산업을 위해 큰 결정을 한 데 감사드린다”면서 “그 덕에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대한 복구 기간을 단축해 국가 경제와 철강 수급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며 “12월까지 피해 복구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포스코는 공장 침수 직후 포항제철소 고객사 473개를 대상으로 수급 이상 유무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이 중 수급 문제 발생 우려가 있는 81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일대일 조치계획을 수립, 시행함으로써 고객사의 불안을 해소했다. 포스코의 상생을 위한 이 같은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