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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민영화 20주년 맞은 KT&G 

국내 1위 넘어 글로벌 시장 종횡무진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전문경영인들의 강도 높은 경영혁신으로 실적 개선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전자담배 시장 선점


▎KT&G가 독자 혁신기술을 적용해 출시한 전자담배 ‘릴 에이블(lil AIBLE)’의 신제품 출시 설명회 모습. / 사진:KT&G
1945년 광복의 기쁨을 담아 발매된 ‘승리’, 그리고 AI 기술이 적용된 ‘릴에이블(lil AIBLE)’. 이질감이 드는 두 대상은 담배 제품이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낸 ‘최초’ 타이틀이 따라붙는다는 것. 일제에서 해방된 기쁨을 표현한 ‘승리’는 우리나라 최초 우리 기술로 생산된 제품이다. ‘릴 에이블’ 또한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개발돼 궐련형 전자담배 최초로 ‘AI’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우리나라 담배산업의 발달은 KT&G의 성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1883년 최초로 국가가 설립한 연초 제조회사 ‘순화국’을 뿌리로, KT&G는 현재 글로벌 초우량 담배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서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952년 ‘전매청’이 발족해 잎담배 수출을 통한 경제 재건과 발전을 지원했고 그 후 담배시장 개방에 대비해 1987년 ‘한국전매공사’로 출범하고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전환했다.

선진지배구조 구축, 주주가치 제고 성과

KT&G가 업계 글로벌 5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비약적 발전을 이뤄낸 건 2002년 민영화가 기점이 됐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2002년 12월 KT&G는 사명을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 KT&G로 바꾸면서 법률상 완전한 민영기업으로 전환됐다. 이는 단순히 주식을 민간에 이전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의 담배산업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했다.

이후 KT&G는 체질 변화를 거쳐 수익성 극대화, 핵심역량 투자, 경쟁력 강화 등 비약적인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고강도 경영시스템 선진화로 이전보다 기업가치가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실제로 KT&G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02년 2조306억원에서 2021년 5조2284억원을 기록하며 157% 증가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863억원에서 1조3195억원으로 135% 뛰었다.

이러한 KT&G의 실적 개선에는 이사회를 통해 선출된 내부 출신 전문경영인들의 강도 높은 경영혁신이 바탕이 됐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아울러 독립된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우수한 지배구조 역시 신속하고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연결돼 뛰어난 성과의 기반이 됐다.

KT&G는 국내외 평가기관에서 지배구조 최우수기업,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한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체제가 우수한 지배구조모델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KT&G는 2002년과 2003년 연속 기업지배구조 개선지원센터의 기업지배구조 평가에서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04년에는 상장기업 672개사 중 1위로 지배구조 최우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투자정보 제공기관인 MSCI로부터 지배구조 분야와 다양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운영 등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평가를 받아 2021년 AA 등급을 획득하고 ‘ESG Leader’ 그룹으로 편입됐다. 2019년에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지배구조 평가 ‘대상’을 수상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과 기술력 돋보여


▎우리나라 최초 우리 기술로 생산된 담배 ‘승리’(왼쪽)와 KT&G가 독자 혁신기술을 적용해 출시한 전자담배 ‘릴 에이블(lil AIBLE)’. 134- / 사진:KT&G
안정적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주주정책도 강점으로 꼽혀왔다. 2021년에는 2조7500억원 규모 중장기(2021~2023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약 3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먼저 시행하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차질없이 이어오고 있다. KT&G의 2022년 예상 배당수익률은 6%에 달하며, 배당성향은 242개 코스피 상장사 평균(대신증권, 2022년 추정치)인 21.1% 수준의 3배에 달한다.

국내외에서 공격적 경영에 나선 KT&G는 내수시장 수성, 수출 확대 등 성과를 묵묵히 일궈냈다. 전 세계 담배 시장은 오래전 몇몇 글로벌 기업의 독무대가 됐으며 자국 담배산업을 지켜낸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KT&G는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도 국내 담배산업을 지켜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기업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품질과 제조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KT&G는 1988년 국내 담배 시장이 완전히 개방된 이후에도 글로벌 빅3 담배회사들과 경쟁하며 현재 60% 중반 점유율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내고 있다. 민영화 직후인 2002년부터 브랜드 중심 경영을 위해 ‘브랜드 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한 KT&G는 ‘에쎄(ESSE)’, ‘레종(RAISON)’, ‘보헴(BOHEM)’ 등 주요 브랜드의 가치 향상에 힘써왔으며 차별화된 제품을 꾸준히 선보였다.

세계 최고 수준 품질과 기술력도 거대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는 원동력이 됐다. KT&G는 원료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총 42개 프로세스로 깐깐하게 관리하는 ‘종합품질관리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이러한 품질 관리 자신감으로 지난 2011년 담배업계 최초로 ‘품질 실명제’를 도입, 저발화성 담배 제조 기술인 ‘블루밴드’를 독자 개발해 전 제품에 적용했다.

또 자체 개발한 ‘냄새 저감’ 기술로 궐련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2019년 ‘냄새 저감’ 기술을 도입한 ‘에쎄 체인지 히말라야’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뒤 KT&G는 ‘스멜케어센터’를 설립해 본격적인 기술 고도화를 펼쳐왔다. 현재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냄새 저감 제품으로 점유율을 꾸준히 높여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는 혁신 이어간다

KT&G는 전통적 담배 기업 이미지를 벗어나 ‘혁신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 2017년 새로운 형태로 개발한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해 2022년 3분기 기준 48.5% 점유율로 국내시장 1위 자리를 지켰다. 차세대 전자담배 분야에 연구개발(R&D) 투자와 인력을 대폭 확대하며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한 결과 국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킨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KT&G의 전자담배 성공 전략에는 꾸준한 R&D 투자가 뒷받침됐다. KT&G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들을 선보이기 위해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2017년 41억원 수준이던 R&D 투자액은 2018년 47억원, 2019년 56억원, 2020년 117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2021년에는 214억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이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 증가로 이어져 2017년 84건에 불과했던 KT&G의 특허출원 건수는 2021년 1186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근 출시한 ‘릴 에이블’은 KT&G 혁신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 가늠하게 한다. KT&G의 자체 기술력으로 ‘릴 솔리드’, ‘릴 하이브리드’에 이어 최신 기술을 무장한 제품이며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상위 버전인 ‘릴 에이블 프리미엄’은 블루투스와 터치스크린을 더해 편의 기능을 강화했으며, 터치 디스플레이로 문자 메시지나 전화 알림을 받을 수 있고 날씨나 달력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KT&G는 경쟁자와도 손잡는 ‘코피티션(Copetition)’ 전략을 구사하며 해외에서의 입지도 넓혀가고 있다. KT&G는 2020년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자담배 ‘릴’의 해외 진출을 위한 협업을 맺어 ‘릴’을 전 세계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독자 진출로 인한 리스크를 줄이고 PMI의 전 세계 유통망을 활용해 해외 진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글로벌 협업 2년 만에 KT&G는 해외 30개국에서 전자담배 ‘릴’을 판매하고 있으며, 진출 국가 수를 지속 확대해가며 디바이스와 전용스틱 판매량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KT&G는 민영화 20년 성과와 혁신을 기반으로 앞으로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급변하는 미래시장에 대비해 담배사업 외 건강기능식품, 제약, 코스메틱 분야의 경쟁력을 높여가면서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간 축적된 기술력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KT&G가 향후 20년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욱 기대된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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