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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 교육개혁 최전선에 선 이주호 장관의 청사진 

“디지털 혁신, 국가 책임 돌봄, 대학 개혁 2025년까지 가시적 성과 내겠다”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암기형 인재 아닌 ‘자신만의 질문 할 수 있는 인재’ 육성할 것”
■“지역 대학 경쟁력 키워 지방 인재가 정주하는 선순환 만들겠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늘봄학교로 국가 책임 육아보육 강화”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교육분야 5대 국정과제 중 국가책임 돌봄, 디지털 혁신, 대학 개혁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교육은 대한민국 사회 발전의 가장 큰 엔진으로 기능해왔다. 교육 부문은 동시에 항상 ‘뜨거운 감자’로 우리 사회의 논쟁거리였다. 국가적 차원의 주요 과제이면서 모든 가정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이주호(62)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대한민국의 엔진이 다 꺼져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위기상황 속에서 엔진을 다시 돌리는 역할을 맡았다”고 스스로의 소명을 규정했다.

이 장관은 그러면서도 “오히려 지금이 교육개혁의 적기”라며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2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그는 “교육은 저출생, 육아 등 수많은 국가적 난제들과 연관돼 있다”고 바라봤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이 장관은 사회안전망 구축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을 거쳐 장관을 지냈다. 장관직을 수행한 뒤 재차 장관직에 오르기까지 10년 동안 교육 연구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입각(入閣)하자마자 교육부의 숙원이던 유보통합의 청사진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준비된 인물이라는 증거다. 3월 15일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3대 핵심 개혁과제 중 한 축을 맡은 이 장관을 만나 교육개혁의 청사진에 관해 물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도 보완해 진행됐다.

AI 등 기술 발전…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 가능해져


▎사진:연합뉴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교육부 장관을 지냈고 두 번째 장관직이다. 지난 10년간 교육환경이 어떻게, 얼마나 변했는가?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 대전환, 불평등 격차 심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산업구조 변화 등 교육을 둘러싼 다양한 위기 요인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가 AI 교육혁명으로 교육의 체질을 바꾸고 첨단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국가의 자원을 총동원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획일적인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교육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컨센서스를 형성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 연금에 이어 3대 개혁과제로 교육을 내걸었다. 윤 정부가 그리는 교육개혁의 청사진은 무엇인가?

“교육개혁 추진 대원칙으로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라는 큰 방향을 설정했다. 정부는 2023년을 교육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교육·돌봄 부담 대폭 경감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 △대학의 지역성장 허브화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교육분야 5대 국정과제 중 장관이 가장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그중 인구 절벽, 디지털 충격, 지역 소멸이라는 긴급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책임 교육·돌봄 △디지털 교육혁신 △대학 개혁 등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장관이 생각하는 디지털 시대 인재상이 뭔지 궁금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기존의 암기형 인재가 아니라, 개념 중심의 지식에 더해 창의성, 인성, 비판적 사고력 등 역량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주어진 문제에 획일적인 답을 하는 학생이 아닌, ‘자신만의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겠다. 이를 위해 ‘모두를 위한 맞춤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은 뭔가?

“모든 교사가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개별 학생의 역량과 진도에 맞는 학습과 성장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해 AI 보조교사가 개념 중심의 지식을 전달한다면, 인간 교사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학생의 학습 성과를 최대화하는 과정을 설계하고, 학생을 위한 상담, 멘토링 제공 등 사회·정서적인 지원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학생들이 고차원적 역량을 함양하도록 돕는 것이다. 교육 대전환 현장에서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지털 역량과 지도 역량을 모두 갖춘 ‘T.O.U.C.H 교사단’ 등 현장교사 그룹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교대와 사범대 양성과정에 디지털 교육을 추가하는 등 교육과정 개선도 지속해서 지원하겠다.”

AI와 메타버스 등 신기술이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도 설명해달라.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학습 이력을 진단해 학생의 역량과 속도에 맞는 맞춤 학습을 제공하고, 메타버스·확장현실(XR) 등을 활용해보다 현장감 있는 학습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멀티콘텐트를 생산하는 방법도 모색할 것이다.”

최근 집행한 교육부 직제 개편도 교육개혁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봐야 하는가?

“그렇다. 교육부가 규제기관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개혁 방향에 부합하고 수평적 협력 파트너십을 갖춘 조직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1월 1일 자로 고등교육정책실 폐지, 디지털교육기획관 신설 등을 추진했다. 사회부총리 주무 부처로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부처로 전환하고자 하는 목표도 함께 갖고 추진했다.”

‘인재양성-취·창업-정주’의 지역발전 선순환 구축


▎‘늘봄학교’ 관련 현장을 방문해 한 학생이 만든 자동차 코딩로봇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늘봄학교는 학부모의 방과 후 양육 부담을 덜고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 사진:연합뉴스
주무 부처의 장관은 대통령과 철학적인 결을 같이한다. 대통령이 “서울 소재 대학 인원 규제를 풀어서라도 반도체 인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는데, 한편으론 지역균형발전을 논하면서 지역 대학 살리기를 말한다면 두 가지가 상충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다. 지역 대학의 역량이 안 되는데 무리하게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지원해 준다는 것은 난센스다. 그렇게 인재 육성을 해낸다 한들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안 맞을 것이다. 그 기준에 맞는 대학을 찾다 보면 서울 소재 대학이 선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지역 분배를 하지 말라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다. 지금 윤 대통령의 지역 대학에 대한 관심은 어느 대통령보다도 높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방 대학 육성 등 지역균형발전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학지원체계(RISE)와 글로컬대학을 통해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재 양성-취·창업-정주’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지역발전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

부산만 해도 지방 대학 소멸은 이미 현실이다. 당장 죽어가는 지방 대학의 경쟁력을 살리고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은?

“지금 지방 대학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해 있다. 교육부는 지역의 상황을 제일 잘 아는 지자체와 대학이 지역발전을 위한 혁신사업을 주도적으로 기획·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구축할 것이다. 우선, 2023년부터 역량과 의지를 갖춘 시범 지역(경남·경북·대구·부산·전남·전북·충북)을 선정해 운영하겠다. 아울러 경쟁력 있는 지방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하고, 범부처·지자체가 함께 전략적으로 투자·지원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역의 우수 인재가 지역 우수대학에 진학해 지역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재가 되는 ‘우수인재 양성-취·창업-지역 정주’의 선순환 구조 조성을 기대한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하며 학교폭력 이슈가 굉장히 부각됐다. 정치권에서는 학폭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고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대학 입학 취소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법안을 추진하겠다며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엄벌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학생들이니까 교육적인 해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엄벌까지 안 가고 진정한 화해를 통한 관계 회복이 된다면 그게 베스트 아니겠나. 그럼에도 엄벌주의가 있어야 아이들이 학폭에 대한 문제점도 인식하니까 ‘병행’해야 된다.”

과거엔 물리적 폭력이 많았다면 최근 언어 폭력이나 사이버 폭력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이 있는가?

“나는 학자 출신이기 때문에 10년 전에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계속 연구를 이어왔다. 인성교육이라는 게 세계적으로도 과학적인 논의가 많이 진전됐다. 소위 ‘비인지 역량’이라면서 과거에도 ‘인성’을 역량으로 보고 키워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갔다. 이를 교육에 접목하는 것이다. 그 후로 예체능 교육이나 심리 상담, 또 정신 치료 외에도 정신 건강, 마음챙김 등의 영역이 계속 성장해 나가고 있기에 이번 기회에 도입해 보고자 한다. 또 글로벌 유엔 커미션에서 교육의 새로운 경향이나 변화에 대해 항상 참여하고 일을 봐왔기 때문에 10년의 노하우가 쌓여 있다. 그런 것들을 십분 활용해서 학폭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또 10년 정도 갈 것이다.”

취약계층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불평등 해소에 노력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그려질 미래교실의 모습은 AI·메타버스 등 신기술이 접합된 형태로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진도에 맞는 맞춤형 교육이 제공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2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에서 참관 학생들이 메타버스 기반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모습.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교육 격차가 발생했고, 디지털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사회안전망 확충이라는 측면에서 이 간극을 극복할 복안은?

“교육부는 소득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급여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 새싹 캠프’를 운영하고, 교육소외 지역에 디지털 튜터를 배치하는 등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노력중이다. 향후,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 및 ‘학생맞춤통합지원법(가칭)’ 제정까지 이뤄내겠다.”

정치권에서 지자체장-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숙의 중이다. 그렇게 되면 지자체와 지방 교육 간 협력은 강화할 수 있겠지만 ‘교육의 정치화’가 심화되는 것 아닌가?

“언론 보도를 통해 현행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과 과도한 선거비용 등 여러 문제점이 조명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 관련 논의가 필요한 시기인 것은 맞다. 헌법재판소에서도 교육감 선출 방식과 관련해 ‘민주주의, 지방자치, 교육자주’라는 헌법적 가치를 골고루 반영해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만큼, 입법 과정에서 현행제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한 국민 여론, 헌법적 가치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숙원이던 유보 통합(유치원·어린이집 관리 일원화)에 대한 청사진을 내놨다. 국가가 더 책임지고 보육과 교육을 끌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지난 1월 30일에 발표한 ‘유보 통합 추진방안’에 따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단계다. 저출생 위기 심화에 따라, 아이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영유아 교육·돌봄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현행 이원화 체제에서는 기관별로 지원 수준 등이 달라 기관 선택에 따른 차이가 아동 간 발달 격차로 연결된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유보 통합을 통해 생애 출발선 단계인 영유아 시기부터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

학부모들은 “돌봄 교실을 늦게까지 운영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내가 내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부모가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해야 하는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미인 듯한데.

“그 또한 지금 고용노동부 장관과 협의 중이다. 장관 취임하자마자 내가 첫 연구 과제로 발제했다. 특히 늘봄학교는 첫 번째 정책으로 발표했던 것이다. 발표할 당시 그런 우려들이 들리기에 연구 결과가 나오면 고용노동부와 협의하려고 한다.”

늘봄학교 추진 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교육부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방과 후 양육 부담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다. 이에 희망 학생에게 교육 돌봄 에듀케어(Educare)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공모 과정을 거쳐 시범지역에서 총 214개 교가 확정됐다. 3월부터 초1 입학 초기 에듀케어, AI·코딩 등 미래형·맞춤형 프로그램, 아침·저녁·틈새 돌봄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사교육 수요가 많은 디지털·예체능 분야 사업을 관계기관과 연계·협력하고, 대학과 기업 등 민간의 참여도 확대할 예정이다. ‘거점형 돌봄기관’ 구축을 위해 지난 2월에는 KB금융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5년간 매년 100억원을 지원한다. 2023년에는 시범 사례를 발굴하고, 내년에는 시범교육청(7~8개 시·도)과 학교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부터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 글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04호 (202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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