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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인터뷰] 김장겸 전 국민의힘 포털 TF 공동위원장이 말하는 포털·언론 정상화 

“네이버, 더 이상 제휴평가위원회 뒤에 숨지 말아야”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가짜뉴스가 공영방송과 포털 통해 전파되는 기현상... 언론개혁 시급”
“편파 보도 없애고 기계적인 중립 지키는 것이 공영방송 향한 첫걸음”


▎김장겸 전 MBC 사장은 “언론노조가 장악한 지금의 MBC에서는 노조의 성향에 반대되는 뉴스가 보도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기계적 균형.” 공영방송의 핵심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장겸(62) 전 MBC 사장은 이 한마디로 답했다. 김 전 사장은 최근까지 국민의힘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포털 TF 공동위원장을 맡아왔다. 조만간 발표될 국민의힘의 가짜뉴스 대책과 포털 정상화 방안의 주요 골자는 그의 손을 거친 셈이다. 김 전 사장은 지난 10월 12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자 당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스스로 당직을 내려놨다. ‘자연인’이 된 그를 11월 2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공영방송이 가짜뉴스 전파하는 데 앞장”


공영방송이 지켜야 할 기계적 균형에 대해 설명해달라.

“공정성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치 성향에 따라 각자 머릿속에 그리는 정의(正義)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여야와 좌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기계적 균형’을 통해 공정성을 수호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기계적 균형을 지키는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을 해야 한다고 본다.”

2017년 MBC 사장 재직 당시 방송문화진흥회가 김 전 사장을 해임한 사유로 ‘공정성 및 공익성 훼손, 그리고 반민주적 경영 행위’ 등을 지적했는데…

“그들이 지적한 불공정은 무엇인가? 언론노조가 생각하는 ‘공정’이란 최근 박성제 전 MBC 사장의 ‘딱 보니 100만’으로 요약되지 않나. 학문적인 용어로는 ‘적극적 오인자’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객관적으로 몇만 명이 조국 전 장관 수호 집회에 참석했는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언론노조와 의견을 달리하면, 누구라도 한순간에 ‘불공정 인사’로 낙인찍으면 그만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MBC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편파 방송’은 과연 공정했나? 진보 좌파 학자들조차 ‘MBC가 사회적 흉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하지 않았나. 기계적 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흉기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사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당시 MBC의 보도는 공정했다고 보나?

“우리는 기계적 중립을 지켰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시위와 반대하는 시위를 모두 보도했다. 물론 탄핵 찬성 집회가 반대 집회보다 규모가 컸다. 탄핵 찬성 집회를 반대 집회보다 양적으로 많이 보도한 이유다. 그렇지만 반대 집회를 아예 못 본 척할 수는 없었다. 무게의 추를 탄핵 찬성에 뒀지만 탄핵 반대 시위도 조금이라도 보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언론노조는 탄핵 반대 시위가 일부 송출됐다는 이유로 나를 ‘불공정한 인물’로 낙인찍었다.”

지금의 MBC 보도는 어떻게 평가하나?

“소위 ‘몰빵 보도’를 하고 있다. 국민의 절반만을 위한 방송국이 됐다. 더 이상 언론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공영방송이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짜뉴스를 정의한다면?

“조작 의도가 분명한 뉴스다. 사실 확인이 가능한데도 ‘카더라’ 형식의 소위 ‘지라시’를 뉴스로 둔갑시키는 것도 가짜뉴스다. 지난 대선 때 뉴스타파의 ‘윤석열 검사 커피’ 보도가 대표적이다. 당시 윤석열 검사가 마치 커피를 직접 타준 것처럼 왜곡했다. 조작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가짜뉴스’보다는 ‘조작뉴스’라고 말하는 게 적합하다. 우리나라는 이 같은 가짜뉴스가 포털을 통해 빠르게 전파된다는 게 문제다.”

가짜뉴스 확산에 결국 포털의 책임이 크다고 보는 건가?

“가짜뉴스와 포털은 떼려야 뗄 수 없다. 특히 지금의 우리나라 언론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포털 의존도가 대단히 높은 국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1%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답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가짜뉴스를 전파한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가 가짜뉴스 전파에 연루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짜뉴스가 공영방송을 통해, 또 포털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기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어떤 해법이 있을까?

“포털에게 공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최근 카카오택시가 문제가 된 것도 독과점 때문이다. 포털도 마찬가지다. 포털은 언론을 소위 ‘가두리 양식장’에 두고 여론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무는 등한시한다. 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 구성을 살펴보는 등 포털에 공적 책무를 분명히 지워주는 입법절차, 혹은 행정지도가 필요하다. 아울러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제평위, 법정기구 되면 정치 외풍 불 보듯”


▎김장겸 당시 MBC 사장이 2017년 11월 8일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제평위의 공정성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평위를 대체할 기관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평위를 법정기구화하자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제평위가 법정기구화되는 순간 정치기구화될 소지가 높기 때문이다. 대신 사회적 책무를 네이버에 가해야 한다. 결국 네이버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네이버는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면 된다. 지금처럼 콘텐트 제휴(CP) 입점에 논란이 일면 네이버가 책임을 지면 된다. 그동안 네이버는 ‘CP 입점은 제평위의 몫’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서 명백한 문제가 있는 경우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네이버가 그동안 CP사 선정에 관여했다고 본다. 이름도 생소한 매체들, 특히 좌편향 매체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CP사로 선정됐다. 뉴스타파가 대표적이다. 뉴스타파는 몇 차례 (CP사 입점) 고배를 마셨다. 그런데 네이버가 2018년 CP사 선정 기본 요건을 기존 ‘매월 기사 최소 50건’에서 돌연 20건으로 낮췄다. 2018년 73개 언론이 네이버 CP에 지원했다. 당시 CP사로 선정된 매체는 뉴스타파가 유일하다. 이상하지 않나? 이 같은 의문을 네이버가 ‘제평위에서 다 알아서 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면 안 된다.”

포털 논란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인링크가 아닌 아웃링크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동의한다. 아웃링크가 이상적이다. 다만 지금 언론사들은 이미 인링크 구조에 익숙해졌다. 포털로부터 광고 수익을 배분 받는 데 익숙해진 것이다.”

홈페이지 개편 등 아웃링크에 대비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 언론사는 포털·인링크에 대한 의존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각 언론사들이 독자적 생존이 가능하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인링크의 폐해도 분명 있다. 포털과 인링크가 정착하면서 어뷰징 기사를 쏟아내는 문화가 생겼다. 동시에 특종을 중시하는 문화가 약해졌다. 중소 언론사라도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콘텐트를 만들면 된다. 독자적인 콘텐트가 있으면 아웃링크 시대에서도 롱런할 수 있다.”

정치 외풍이 공영방송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력이 언론을 압박한다는 프레임은 지금은 사실과 다르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력이 아닌 언론노조다. 노조 간부가 편집·편성권에 간섭하는 것이 문제다. 지금의 MBC가 대표적이다. MBC의 편집·편성 과정은 노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BBC나 유럽의 공영방송 언론노조는 후생복리 등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노조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

“MBC, 노조 간부가 편집·편성권 간섭”


▎김장겸 당시 MBC 사장이 2017년 9월 5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하고 있다.
언론노조의 문제를 직접 겪어봤나?

“MBC에서 정치부장으로 있을 때 겪은 일이다. 후배 기자가 작성한 기사를 차장이 데스크 본 이후 ‘부장 보시죠’라며 내게 넘겼다. 해당 기사를 보고 있는데 돌연 노조 간부가 사무실로 올라와 ‘부장, 이렇게 데스크를 보면 안 되죠’라고 말했다. 이게 언론사에서 가능한 일인가? 사회부장 때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노조 간부가 대뜸 특정 뉴스가 몇 꼭지 나가는지를 물었다. 자신들에게 소위 유리한 콘텐트가 비중 있게 나가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일종의 사전 검열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느 데스크가 친노조 성향의 기사에 감히 손을 댈 수 있겠나?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권력이 언론을 간섭하는 것이랑 뭐가 다른가? 언론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지금의 MBC에서 노조의 성향에 반대되는 뉴스가 전파를 탈 수 있나?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언론개혁을 통해 공영방송을 노조의 손아귀에서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최근에 자발적으로 당직을 내려놨다.

“10월 12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사표를 냈더니 당내에서 ‘정치보복의 피해자’라며 만류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이런 문제로 당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사퇴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김 전 사장이 문재인 정부 방송 장악의 피해자였다는 건가?

“당시 검찰은 내가 사장으로 재임하던 때 일반 평사원을 특정 부서에 전보시킨 점을 문제 삼아 기소했다. 하지만 당시 사장은 평사원 인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부사장 전결 하에 인사가 이뤄졌다. 사장인 나는 문제가 된 인사 이동을 논의하는 회의 자리에 실제 참석하지도 않았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인사 이동을 신속히 진행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다. 이 밖에도 검찰은 보도본부장 당시 국장들의 건의를 받아 (언론노조가) 소위 유배지라고 주장하는 부서에 직원 2명을 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당시 내게 건의한 국장들이 법정에 나와 ‘김 사장에게 인사를 건의했다’라고 증언까지 했는데도 이를 무시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이 피해자인 나를 가해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 글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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