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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탐방] 국힘발(發) ‘서울 메가시티’ 경기도 민심은 

“집값 올라갈 수 있어 환영”, “혐오 시설 들어올라 두려워” 걱정도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김포 주민, 지하철 5호선 연장 무산되고 쓰레기매립지 떠맡을까 내심 우려
구리·남양주·고양·광명·하남시 등 서울과 경계 맞닿은 지역 주민들도 ‘들썩’


▎국민의힘이 추진하는 김포시 서울 편입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11월 5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거리에 국민의힘의 ‘김포-서울시 편입’ 당론 추진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포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 가운데 하나인 사우역 앞 사거리에서는 ‘김포의 서울시 편입’을 두고 여야 간 여론전이 한창이다. ‘국민의힘이 김포의힘이 되겠습니다. 서울시 편입 국민의힘 당론 추진 환영’ ‘5호선 먼저, 무늬만 서울 안 돼!’ 등 여야가 내건 현수막이 어지럽게 걸려 있다. 국민의힘발(發) 김포의 서울 편입 논쟁이 불거진 후 김포는 내년 수도권 총선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김포시 등 경기도민 다수가 서울 편입을 원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기획 차원에서의 정략적 행위일 뿐”이라며 일축한다.

리얼미터가 경기도청 의뢰로 지난 11월 2~5일 만 18세 이상 경기도민 3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12일 발표한 결과, ‘김포 등 근접 중소도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66.3%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찬성한다’는 29.5%, ‘잘 모르겠다’는 4.2%로 나타났다. 편입 대상인 김포시는 반대 61.9%, 찬성 36.3%로 확인됐다.

찬성 주민 “서울 브랜드 누리고파”


김포 정가는 둘로 쪼개졌다. 김포시가 11월 8일 서울 편입 의견 수렴을 위해 김포시의회 의원들과 첫 간담회를 열었으나, 양측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30분 만에 파행됐다. 지역에서는 “단군 이래로 김포가 가장 크게 주목받고 있다”는 다소 자조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김포시민은 김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특히 도로, 대중교통, 주거지 재정비 등 인프라 측면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내다봤다. 서형배 김포검단시민연대 위원장은 “교통, 학군, 인프라 등 여러 방면에서 좋아질 것이고, 특히 서울이 가지는 브랜드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서 위원장은 “처음엔 냉소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니까 여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며 “지역민들이 서울 편입에 대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동안 교통이나 지역 발전 측면에서 차별을 받아왔다고 느끼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서울 편입으로 인해 불평등과 설움을 해소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들이 있다”고 했다.

반대하는 쪽은 김포시 예산이 줄어 오히려 발전에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김포시에 정통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포시 지방세 수입이 2580억원 정도다. 그런데 자치구가 되면 지방세 수입을 서울시에서 가져간다”며 “김포시에서는 예산이 줄어들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직격했다. 앞서 김포시는 서울로 편입될 경우 재정력이 좋은 서울시의 조정교부금 일부가 이전돼 증가하고 지방세와 지방교부세가 감소·상쇄돼 재원 차이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민주당은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될 경우 지방 세수가 3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김포시의 올해 예산은 1조4063억원으로, 이 가운데 시가 거둬서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세’ 규모는 약 2587억원이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된다면 이 세금을 서울시로 넘겨야 한다. 게다가 서울시는 각 구로부터 재산세를 걷은 뒤 절반은 서울시 예산으로, 나머지 절반은 각 구에 ‘n분의 1’로 배분한다. 이를 고려하면 1520억원인 김포의 재산세는 700억원대로 줄어든다. 시세 감소분 약 2500억원에 재산세 감소분 750억원을 합치면 3000억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든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은 이번 김포 서울 편입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김포한강신도시에서 김포공항역까지 잇는 경전철 김포골드라인은 속칭 ‘골병라인’으로 불릴 만큼 혼잡해 김포시민들이 출퇴근에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이에 김포시민들은 5호선 연장을 바라왔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올 8월 ‘서울지하철 5호선 검단·김포 연장 사업’ 노선안을 확정하려고 했으나, 김포시와 인천시의 입장 차로 결정을 연말로 미뤘다. 5호선 연장을 바라는 김포시민의 마음은 타들어만 간다.

“지하철 5호선 연장이 더 먼저” 의견도


▎김포 지역 시민단체 시민의힘 회원들이 11월 7일 김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시의 서울 편입 계획을 ‘혹세무민’이라고 규정하면서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포시민들은 서울 편입으로 5호선 연장 건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김포 사우동에 사는 정모 씨는 “5호선 연장 건을 빨리 해결하고 나서 이 문제(서울 편입)가 거론됐다면 이해하겠는데, 제일 중요한 게 해결이 안 된 시점에서 이런 발상이 나왔다니 기가 차다”며 “만약 서울로 편입되면 5호선 연장이 지금보다 가능성이 더 낮아질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김해도 시민의힘 공동대표 역시 11월 7일 서울 편입 반대 기자회견을 열어 “편입이 된다고 해도 김포는 변방으로 치부되는 것은 물론이고, 5호선 연장도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김포시민을 위한다면 5호선 노선 확정과 예타 면제를 먼저 논의하고, 서울 편입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편입으로 김포가 ‘무늬만 서울’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반면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쪽은 5호선 연장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서형배 위원장은 “5호선 연장은 금년 안에 노선 결정이 나야 진행되는 것이고, 서울 편입은 절차를 고려할 때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현실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 만약에 (5호선 연장에) 차질이 생긴다면 김포시민들이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쓰레기매립지 논쟁도 치열하다.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는 조건으로 서울시 현안인 쓰레기매립지 문제를 떠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서울시는 30년 넘게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쓰레기를 받아온 매립지의 대체지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김포시는 공식적으로 서울 편입과 매립지 문제는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지역민이 느끼는 불안은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김포시청 자유게시판에 ‘무지한 김포시민이 되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김모 씨는 “김포가 서울에 편입될 일도 없지만, 된다고 해서 좋을 거 하나 없다”며 “말도 안 되는 정치쇼 후에 서울에서 취할 행동은 (김포에) 노는 땅 매입해서 쓰레기 처리장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편입을 반대하는 김포시민들 가운데는 “서울 편입이 비현실적일뿐더러 쓰레기매립지와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올까 겁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대훈 시민의힘 운영위원장은 “김포구가 되면 도시계획이나 기피시설(쓰레기매립지) 이전 문제도 서울시장의 권한이 되고 김포시의 재정도 반 토막이 날 우려가 있다”며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면 자족도시로 거듭날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리는 꼴”이라고 했다. 11월 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비경제부처 심사에서 “시의 자치구가 됐을 때 쓰레기 처리시설 등의 설치 권한은 소속된 시로 가게 된다”고 답한 바 있다.

서울과 경계 맞닿은 지역 주민들, 찬반 갈려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11월 6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매립지 논란은 김포시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매립지 제4매립장이 김포 땅이라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5년 환경부·인천시·서울시·경기도 간 4자 합의로 인천시가 매립지 소유권,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 이에 김포시 땅이 포함된 제4매립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천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송병억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은 11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더라도, 제4매립장을 독단적으로 쓸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김 시장이 왜 그렇게 성급한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갸우뚱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 논란은 ‘서울 메가시티’로 번졌다.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는 김포뿐만 아니라 구리·남양주·고양·광명·하남시 등 서울과 경계가 맞닿은 지역도 편입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들 지역의 민심도 김포와 마찬가지로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하남시에 사는 대학생 김모 씨는 “굳이 서울로 편입시키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예전에 지하철 9호선이 들어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일이나 서둘러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영업자 진모 씨는 “나처럼 아직 집을 사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최악이다. 막말로 집값이 두 배가량 뛸 수도 있는데, 편입되더라도 ‘서울특별시민’이라는 기분만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대학생 이모 씨는 “현재 고양시 삼송동에 거주하고 있는데, 서울 은평구와 정말 가깝다. 이번에 서울시로 편입되면 집값도 올라갈 거 같아서 좋을 것 같다. 서울이 아닌 것보다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라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뉴시티 특위는 김포 구상 발표 후 ‘서울 편입’ 의사를 모으고 있는 구리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구리는 특위가 강조해온 ‘보텀업(상향식)’ 방식의 편입 논의 첫 사례로 꼽힌다. 조경태 특위 위원장은 “오늘 구리에 찾아온 것은 구리 시민들의 열정과 열의를 듣기 위해서 였다”라고 강조했다. 회사원 최모 씨는 “구리에 20년 넘게 산 사람으로서 경기북도로 편입될 바엔 서울시 편입이 구리시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서울시에 편입된다면 구리시 재건축이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희망했다.

-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권혁중 월간중앙 인턴기자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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