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월간중앙·산림청 공동기획]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3)산림일자리 

“우리 숲은 삶터이자 쉼터, 그리고 일터”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산림과 연계된 나무의사·수목원 코디네이터 등 경제·환경·공공·민간 일자리 창출
한국임업진흥원의 산림일자리발전소에서 ‘그루매니저’ 양성해 ‘그루경영체’ 지원


▎2022년 10월 남성현(왼쪽 다섯 번째) 산림청장은 그루경영체 매니저들과 만났다. 산림일자리는 남 청장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 사진:산림청
남성현 산림청장은 2022년 12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숲에서 일하는 100가지 방법]이라는 책자를 소개하는 글을 실었습니다. 여기서 남 청장은 “우리 숲은 ‘일터이자 삶터, 쉼터’입니다. 숲에는 경제, 환경, 사회·문화, 산림재난, 공공, 해외 부문 등에 다양한 일자리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창업하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라고 소개합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숲에서 일하는 100가지 방법]은 2018년 7월 산림청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에서 기획해 내놓은 ‘산림일자리 안내서’였습니다. 책의 앞머리를 읽으면 산림일자리의 흐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1907년대까지만 해도 산림일자리는 민둥산을 푸른 산림으로 복원하기 위해 투입된 조림사업 인력을 의미했습니다. 이 시기에 심은 나무들이 자라자 이후 목재생산, 청정임산물 분야 등으로 일자리 영역이 다각화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산림일자리=임업’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하며 산림과 연계된 생명산업, 바이오산업, 해외 산림자원개발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갑니다.

해외 사례를 들어볼까요. 국토 면적의 43.5%가 산림인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기존의 임업 중심 패러다임에서 탈피하며 도시와 환경, 휴양과 문화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산림일자리의 개념이 재정립됐습니다. 가령 어번 포레스터(urban forester, 도시숲 전문가)와 같은 일자리가 생겨났습니다. 2018년 기준 EU의 산림산업 종사자는 330만 명에 달합니다. 산림산업의 비중은 전체 제조기업의 20%를 점유합니다. EU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2030 EU 신(新)산림전략’을 내놓을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이웃나라 일본도 2003년 ‘녹색일자리 사업’을 진행하며 현장 기술자를 육성하고, 청년취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2015년에는 ‘임업으로 지방 살리기’라는 정책을 도입, 지방소멸 시대의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임업(육림업·벌목업·임산물채취업·관련 서비스업) 부문 신규유입 취업자 수는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2022년만 해도 1만5000명이 산림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고, 매년 1만3000~1만7000명가량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전국에 5만3000여 명의 산림기술자가 분포하며 산림사업시행업 등록업체는 2770개(1만4447명), 산림기술용역업 등록업체는 1348개(4704명)에 이릅니다.

또한 질적으로도 유의미한 지표가 포착되는데, 귀산촌 인구의 30%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이라는 점입니다. 고령화로 인해 산촌 인구는 자연 감소 추세에 있지만, 대략 연 7만 명에 달하는 귀산촌 인구의 상당수를 베이비붐 세대나 청년이 메우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기 직종 ‘나무의사’를 아시나요?


▎나무의사는 생활 공간의 조경을 중시하는 시대의 트렌드에 따라 갈수록 보편화하고 있다. / 사진:산림청
2023년 5월 10일은 윤석열 정부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이 시점에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림 분야 주요성과’ 13가지를 브리핑했는데, 이 가운데 7번째로 산림일자리 창출이 포함됐습니다. 그러면서 남 청장은 “임업인들이 소득을 올리고, 국민 삶의 질을 높일 수만 있다면 어떠한 산림 규제도 바꿀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산림일자리는 큰 틀에서 △경제 분야 산림일자리 △환경과 관련된 산림일자리 △정부나 공공 관련 산림일자리 그리고 △민간이 창출하는 산림일자리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경제 분야 산림일자리는 나무를 심고, 가꾸고, 베고, 이용하는 업(業)에서 나옵니다. 산에서 나오는 임산물을 생산하거나 가공·유통하는 업종도 여기에 포함될 것입니다. 특정한 기술이나 경험이 필수적인 이 분야에서 일하려면 대개 국가전문자격증이나 국가공인 민간자격증이 필요합니다.

환경 분야 산림일자리에는 정원 전문가, 도시녹지관리원, 수목원 코디네이터 등이 포함됩니다. 최근 법제화된 나무의사도 인기직종으로 뜨고 있습니다. 나무병원 개업 3년차인 신수정 도시&숲 대표는 “나무에 관한 종합병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학교·아파트·관공서 등에 심은 나무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과거에는 일반 조경업자들에게 문의했다면, 이제 나무의사에게 사진을 보내서 전화 상담이 들어온다”고 소개합니다. 문성철 우리나무병원 원장은 “산림청에서 규정한 자격 조건을 갖추기 어렵지만 비전공자도 도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관련 경력에 150시간 교육 수료를 한 뒤, 2차에 걸친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나무의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관련 업체에 취업문이 열리고, 자본금이나 관련 기술인 채용 등의 등록기준을 충족한 뒤 개업할 수도 있습니다.

지역 주민이 지역 일자리를 만든다


▎경기도 양평군 소재의 사회적 협동조합인 ‘상상공작소’는 법인화까지 성공했다. / 사진:산림청
이 밖에 주 5일 근무제 정착과 여가시간의 증가 영향으로 숲해설가, 숲길등산지도사, 유아숲지도사, 산림치유지도사, 산림레포츠지도사 등으로 해가 갈수록 직업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공공 차원에서도 산림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산림공무원, 산림조합, 산림 관련 공공기관 취업 등이 그것입니다. 정부 차원의 일자리사업으로 추진되는 산불감시원, 산불진화대, 병해충예찰단, 임도관리원도 있습니다. 취업 경쟁률이 꽤 높다고 합니다.

충남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관계자는 “수목원 코디네이터는 수목원의 식물을 관리하고, 조성·전시하고 교육하는 업무 등을 한다”고 설명합니다. 산림청에서 실시하는 수목원 전문가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코디네이터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습니다. 일례로 경기도 광릉 소재 국립수목원에서 ‘숲이오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정회준 코디네이터는 “수목원 자체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숲과 생태 교육 프로그램의 진행과 보조 업무를 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갈수록 주거 공간의 조경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 트렌드에서 수목원 코디네이터의 쓰임새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산림청과 연계된 공공기관인 한국임업진흥원에서는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산림일자리발전소’ 프로젝트를 시행 중입니다.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면 산림일자리발전소의 목표에 관해 ‘양질의 산림일자리 창출 및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현장밀착형 성장기반 구축’이라고 적시돼 있습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산림비즈니스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역 인재를 찾아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산림일자리발전소는 ‘자원순환경제’와 ‘사람중심정책’이라는 두 바퀴를 축으로 움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필요한 일자리를 지역 주민이 스스로 만들어내고, 산림자원을 활용한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혁신적인 사업방식 실현”을 도모하는 조직입니다.

산림일자리발전소에서 추진하는 대표적 프로젝트가 ‘그루경영체’입니다. 그루경영체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산림자원을 활용해 창업하려는 5인 이상의 주민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그루경영체가 정착하면, 산림자원을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판매함으로써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에 내재된 각종 현안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선순환을 일으킬 수 있도록 그루경영체를 움직이는 존재가 ‘그루매니저’입니다. 그루경영체가 지원하는 사업은 견학, 멘토링, 교육·훈련, 프로그램 참여, 네트워크, 홍보, 마케팅 등 10개 분야에 이릅니다. 지역별로 배치된 그루매니저가 산림일자리발전소의 지원을 받아 그루경영체를 창업하는 형태로 작동됩니다.

그루매니저는 현장에서 해당 지역 내 산림 상황이나 그루경영체의 특성과 성장 속도를 측정해 지역 특화 비즈니스모델이 될 만한 맞춤형 사업을 발굴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직화부터 창업, 경영 개선까지 3년의 시간을 들여 포괄적으로 지원합니다. 다시 말해 사업의 전 과정에서 그루경영체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스며드는 셈입니다. 지역별로 1명씩 배치되는 그루매니저는 산림일자리발전소와 그루경영체, 지자체와 그루경영체 그리고 그루경영체와 그루경영체 사이에서 중간 연결자의 역할 수행하는 플레이어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정부·국회가 규제 걷어낼수록 산림일자리 늘어

그루경영체의 모범 사례로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소재 사회적 협동조합인 ‘상상공작소’가 꼽힙니다. 상상공작소는 어르신들과 청년 11명이 모여 다양한 목공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완성된 제품을 판매하며 수익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2020년 그루경영체 공모에서 뽑혔고, 2021년 ‘상상공작소협동조합’으로 법인이 설립되기에 이르렀습니다. 2022년에는 ‘산림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선정됐습니다..

상상공작소는 양평군과 협업해 ‘청운프로젝트’도 실행 중입니다. 청운프로젝트는 고령화 늪에 빠진 산촌 살리기 운동의 일환입니다. 2023년 4월 양평군 청운면사무소에서 개관한 청운각에서 세대 소통과 목재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목재문화체험전시장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18년 시작된 산림일자리발전소 프로젝트는 2022년 11월 기준으로 45명의 그루매니저가 활동 중입니다. 시·군 단위 지역별로 1명씩의 그루매니저를 두고 있습니다. 이들이 민간 창업을 지원한 결과, 2022년 한 해에만 227개의 그루경영체가 발굴됐고 71개의 법인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윤인아 그루매니저는 “산림청 예산을 활용해 그루경영체의 초기 창업부터 육성을 밀착 지원하는 중간관리자”라고 맡은 일을 설명합니다. 그는 “사업계획서와 PT·면접을 거쳐 도움 줄 업체를 선정한다. 다만 시설 자금은 제공하지 않고, 교육·워크숍·법인화 과정·마케팅·홍보 등 소프트웨어적 지원만 해주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곧잘 듣습니다. 하지만 남 청장은 “임업은 6차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합니다. 법적·제도적 보완만 적시에 뒷받침된다면 산림산업, 목재산업, 산림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은 그만큼 무궁무진하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산림 일자리에 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산림청 누리집(http://www.forest.go.kr)을 방문하면 됩니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