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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사 “한국과 경제 협력 강화 희망”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한·러 관계, 최악 피해…한국은 여전히 우리의 파트너”
"원화·루블화 결제시스템 도입 희망…실현 가능성 낮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6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자국통화를 사용할 의향이 있지만, 한국·이란이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을 사용 못하는 것처럼 한·러도 원화·루블화 결제시스템을 도입,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기웅 기자
한·러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주한 러시아 대사가 "양국의 협력이 한층 강화되길 희망한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신임 주한 러시아 대사는 6일 서울시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가진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한·러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최악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노비예프 대사의 이날 발언은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발언으로 양국 외교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자하로바 대변인은 북한의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노골적으로 편향됐다"고 비판했다. 이후 우리 외교부는 휴일인 지난 3일 지노비예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양국 협력 감소·중단은 한국 측의 결정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러 양국은 우주는 물론 군사 분야에서도 훌륭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나 오늘날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한국 측이 러시아와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루블화 사용 환영하지만 많은 노력·시간 필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진출했던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철수하거나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한 상태다. 단돈 약 14만원(1만 루블)에 현지 공장을 매각한 현대차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스위프트)에서 퇴출돼 달러 거래에 제한을 받고 있어서다.

'한·러 양국이 원화·루블화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도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지노비예프 대사는 "러시아는 서구 통화 사용을 줄이고 자국 통화 사용을 늘리는 데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자국 통화 결제시스템 도입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러시아·중국은 과거와 달리 루블화나 위안화로 대부분 무역을 하고 있다"며 "한·러 사이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은행들의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입장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지난 2010년부터 이란과 거래할 때 사용한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이 2019년 중단된 점을 지적하며 "누군가가 당신(한국)에게 이란과 거래를 불허한다면, 이는 러시아와의 거래에 대해서도 'NO'라고 말한 것 아니겠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자국통화를 사용할 의향이 있지만, 한국·이란이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을 사용 못하는 것처럼 한·러도 원화·루블화 결제시스템을 도입, 사용하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노비예프 대사가 언급한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은 지난 2010년 우리 정부가 스위프트 배제국인 이란과 거래하기 위해 도입했다. 한국 기업들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우리은행·IBK기업은행 계좌에 원화로 입금하면 이란 중앙은행이 리얄화로 대금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결제시스템 덕분에 한국은 지난 2017년 원유 전체 수입량의 13.2%를 이란에서 수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핵합의(JCPOA)를 탈퇴하면서 한국과 이란의 협력 관계도 악화일로를 향했고, 미국이 지난 2019년 5월 제재 면제 연장을 거부함에 따라 원화·리얄화 결제시스템 가동이 중단됐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그러면서도 한·러 관계 개선에 관해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는 "한·러 무역이 지난해 (전년 대비) 25% 감소하는 등 어두운 상황임은 분명하다”면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국이 여전히 러시아의 파트너 국가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보다 자세한 지노비예프 대사와의 인터뷰는 2월 18일에 발행하는 월간중앙 3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김태욱 월간중앙 기자 kim.taewook@joongang.co.kr / 사진 최기웅 기자 choi.gi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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