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우리집. 초저녁 아파트 불빛을 카메라를 움직여 오선지 음표처럼 촬영했다.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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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보상, 작은 불빛, 작은 감사작은 꽃에서는 도파민 향기가 난다행복을 페인트로 하얗게 그릴 수 있다면높이는 깊이가 되기도 할 것이다초록색 심연의 상자마다 담긴 것은가물거리는 아지랑이 불빛눈망울에 배고픈 사랑이 가득할 때식탁 밑에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어둠의단편에 관해서는 시시콜콜 말하고 싶지 않다창밖으로 흰 눈이 몰려오듯춤추는 저 높은음자리표를 온몸으로 실감한 적 있다달콤한 배를 먹을 때마다 배 속 양수에서 춤추던 생명체사람이 음악이 되던 순간의 기쁨을 기억한다미소微笑는 망가지지 말아야 해전원이 나가듯 가끔 길을 잃는다 해도콘크리트 환각 때문에 오늘 저녁을 망치고 싶지 않다
※ 권현형 - 1966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강릉대 영문과 졸업. 경희대 대학원 국문과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5년 [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 [중독성 슬픔], [밥이나 먹자, 꽃아], [포옹의 방식], [아마도 빛은 위로] 등이 있다. 2008년, 2023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제2회 미네르바 작품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