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문화 현장] DDP 개관 10주년, 새 슬로건 장착 

‘어메이징 투모로우’로 월드클래스 간다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지난해 1375만명 최다 방문… 서울의 문화·관광 랜드마크로 우뚝
디자인·첨단기술·콘텐트 앞세워 아시아 대표 마이스(MICE) 무대 목표


▎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영화 ‘가위손’, ‘크리스마스 악몽’, ‘찰리와 초콜릿공장’ 등으로 유명한 영화감독이자 예술가 팀 버튼은 2022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인전을 열고 유년 시절의 드로잉 노트부터 그림·조각·사진 등 500여 점을 전시했다. 한 도시에서 한 번만 전시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그는 10년 만에 서울에서 두 번째 전시를 연 이유에 대해 “DDP에서 꼭 전시하고 싶어 원칙을 깼다”며 “존경하는 자하 하디드 건축물에서 전시하고 싶은 소망을 이뤄 무한한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카를 라거펠트, ‘패션계 악동’ 장폴 고티에, ‘괴짜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등도 같은 이유로 DDP에서 전시를 선택했다.

서울의 디자인·패션 전시 ‘핫 플레이스’ DDP가 개관 10년을 맞은 올해 누적 방문객 1억 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개관 첫해인 2014년 688만 명을 기록한 이후 매년 상승하다가 코로나19 팬데믹 때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1375만 명으로 역대 최다 방문객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최다 방문객뿐 아니라 최대 가동률과 수입도 기록했다. 지난해 전시장 가동률은 74%를 나타냈고, 총수입은 166억원으로 재정자립도 100%를 넘어섰다(105%). 올해도 이미 대관 예약률이 70%를 넘어 DDP의 고공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디자인재단은 DDP 개관 10년을 맞아 지난 4월 26일 새 슬로건 ‘어메이징 투모로우(Amazing Tomorrow)’를 발표했다. DDP 개관 이후 10년간 사용해 온 ‘드림, 디자인, 플레이(Drean, Design, Play)’ 대신 ‘놀라운 내일(미래)’이라는 뜻을 담은 새 슬로건을 선보였다. 이경돈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DDP 건물을 보고 나서 ‘Amazing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우주선을 닮은 미래지향적 건물 디자인과 콘텐트로 무장한 DDP를 통해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전하겠다는 의지를 ‘Amazing Tomorrow’에 담았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DDP를 중심으로 동대문 활성화에 집중했다면, 이제 시야를 넓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가동률 74%, 재정자립도 100% 넘어


▎2022년 팀 버튼 감독이 DDP에서 연 개인전 전시장을 찾은 모습. /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지난 2014년 이라크 출신 여성 건축가 고 자하 하디드가 옛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설계한 DDP는 개관 당시에는 논란의 대상이었다. 직선이나 평면을 전혀 쓰지 않은 비정형 건물에 알루미늄 패널 4만5133장이 은빛 비늘처럼 반짝이는 외관으로 호불호가 갈린 것. ‘초대형 우주선이 서울에 불시착했다’는 호기심과 ‘낯설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공존했다. 그러나 DDP에서 글로벌 브랜드 행사와 예술 전시가 펼쳐지면서 뉴욕타임스가 꼽은 ‘꼭 가봐야 할 명소 52’에 선정되는 등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핫’하고 ‘힙’한 장소로 변모한 것이다.

우선 DDP는 지난해 전시장 가동률을 74%까지 올리면서 서울 강남 코엑스(75%)와 함께 국내 대관시설 중 최고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했다. DDP 아트홀1·2관, 전시1·2관, 갤러리문 등의 평균 가동률로, 이는 시설 보수기간과 휴일 등을 제외하면 연중 전시장이 꽉 차 있었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전시가 연중 펼쳐지자 방문객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DDP 방문객은 1375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겨울마다 열리는 미디어아트 축제 ‘서울라이트’를 가을과 겨울 두 차례 진행하면서 방문객이 크게 늘었는데, 특히 9월 서울라이트 기간 중 잔디언덕을 뒤덮은 오로라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해 하루 6만 명이 DDP를 찾기도 했다.

공간 활성화와 방문객 증대는 DDP 수입 증가로 직결되어 대관·임대·주차·디자인스토어 매출도 함께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공실이었던 임대시설은 현재 유명 카페와 식당 등이 채우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수입을 보면 대관이 107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64%)을 차지했고, 임대(37억원), 주차(17억원), 기타(5억원) 순으로 벌어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DDP는 지난해 시설 운영 재정자립도 105.9%를 달성했다. 수입 증가는 서울 라이트 등 DDP 자체 콘텐트에 재투자되면서 방문객을 증가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DDP의 성과는 소비자 만족도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2월 서울시가 홈페이지에서 ‘DDP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2243명 중 DDP에 대한 인지도가 97%에 달하고 기획행사와 전시에 대한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조사에 의하면 시민들은 DDP를 ‘흥미롭고 세련되며 트렌디한 문화 및 예술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서울 서베이’ 결과를 보면 특히 외국인들에게 존재감이 큰 것으로 나타난다. 서울에 거주(91일 이상 체류)하는 외국인 2500명에게 ‘서울의 랜드마크’를 물었더니 광화문광장(45.9%), 고궁(41.4%)에 이어 DDP(25.6%)가 3위에 올랐다. 한강(23.1%)과 N서울타워(19.5%)는 DDP 다음이었다.

글로벌 행사, 혁신적 전시 기획이 성공 요인


▎2023년 DDP에서 전시한 디자이너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 사진:서울디자인재단
DDP가 서울의 디자인·패션 전시 핫 플레이스로 부상한 것은 우선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와 전시, 유명 아티스트의 대규모 전시를 유치한 영향이 크다. 2015년 5월 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카를 라거펠트가 한복을 주제로 연 컬렉션 쇼에는 지젤 번천, 크리스틴 스튜어트 등 셀럽 10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디올의 ‘에스프리 디올’(2015), 디자이너 고 알레산드로 멘디니 회고전(2015), ‘패션계 악동’ 장 폴 고티에 전시(2016), 루이비통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2017), 막스마라 ‘코트!’(2017), 반 클리프 아펠 ‘노아의 방주’(2018), 영화 감독 팀 버튼 개인전(2022년),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지금이 더 낫다’(2023) 등이 대표적으로 팬들을 끌어 모은 전시회다. 모두가 DDP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화려하고 획기적인 콘텐트와 디스플레이로, 전시문화 기획과 관람 수준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최근 K컬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DDP는 K팝 스타의 뮤직비디오, 드라마 무대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기업이 탐내는 아시아 대표 마이스(MICE) 시설로 부상했다. 지난해 DDP에서는 글로벌 브랜드 ‘반클리프아펠’, ‘페라리’ 등 기업 전시는 물론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의 국가 전시가 진행됐다.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지난해 10월 DDP에서 세계경영진회의를 열었는데, 서울디자인 재단에 따르면 당시 맥킨지는 “DDP가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회의를 열겠다”며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는 시민들에게 ‘문화적 즐거움’을 주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사업으로 DDP의 문턱을 낮추었다. 매년 가을과 겨울에 진행하는 ‘서울라이트’와 연말 카운트다운 행사가 대표적이다. 첫해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한 서울라이트는 매년 세계적인 작가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222m 길이의 DDP 외벽에 시연하면서 가족·연인들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디자인·첨단기술·콘텐트로 세 번 놀라게 할 것”


▎4월 26일 서울디자인재단은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DDP의 새로운 슬로건 ‘어메이징 투모로우(Amazing Tomorrow)’를 발표했다. / 사진:서울디자인재단
‘사계절 축제’도 인기 높은 프로젝트다. 지난 5월 초에 열린 ‘DDP봄축제: 디자인 동물원’에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나흘 동안 25만 명이 방문했다. 봄 축제에서는 디자인 동물 놀이터, 캐릭터 퍼레이드, 잔디언덕 콘서트 등 3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특히 서울디자인재단은 캐릭터 퍼레이드를 DDP 인근 상권까지 연결해 동대문 슈퍼패스 홍보를 강화하는 등 DDP 주변 지역상권을 활성화하고자 했다. 다가오는 여름축제에서는 MZ세대를 겨냥한 액티비티와 먹거리가 결합된 DDP 축제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DDP디자인스토어는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10주년 굿즈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계획으로, DDP 외부를 장식하는 알루미늄 패널을 NFT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올해 5회째를 맞이하는 서울디자인어워드는 서울시의 위상을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세계디자인기구(WDO)·유네스코창의도시네트워크와 협력하는 국제적인 디자인상으로, 지난 4년간 전 세계에서 누적 62개국이 참여하였고 해마다 참가자 수가 증가세다. 올해 주제는 ‘사람, 사회, 자연이 조화롭게 지속 가능한 디자인’으로, UN의 SDGs(지속가능 발전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춰 수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이경돈 대표는 “DDP는 영감과 창의를 불러일으키는 랜드마크로, 내일을 향해 전진하는 월드클래스가 될 것”이라며 “DDP를 마주하고, DDP의 탄생 스토리를 듣고, DDP에서 전시 공연을 보면서 세 번의 탄성이 터지도록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DDP는 오는 8월 4일까지 ‘개관 10주년 기념 포스터 전시’도 진행한다. DDP에서 전시 등 인연을 맺었던 장 줄리앙,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윤호섭, 한명수 등 국내외 최정상 디자이너 20명이 참여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 2014년 DDP 개관 이래 10년간 수집·보관된 포스터를 한 데 선보이는 ‘DDP 포스터 아카이브’도 함께 진행해 DDP 역사뿐 아니라 같은 기간 디자인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다.

- 조득진 월간중앙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406호 (2024.05.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