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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솔 지휘자(2) 

“모차르트와 베토벤도 당시엔 혁신가… 새로운 예술세계 개척할 때” 

스타크래프트 게임 배경음악을 클래식으로 선보여
고전과 현대음악 넘나들며 새로운 장르 개척해 주목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진솔 지휘자의 모습. / 사진:플래직
"현재 우리가 자주 듣는 클래식 음악들은 과거 그 당시에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새로운 음악이었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수많은 천재들이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한 결과물들이죠. 그리고 그들은 당대의 창조적 혁신을 해 온 위인들이었습니다. 당시의 혁신가인 셈입니다. 그들처럼 지금의 예술인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 새로운 예술세계를 개척해 나갈 때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 부문 수상자인 진솔 지휘자는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을 넘나드는 혁신가’라는 평가를 받는 여성지휘자다. 창조인상 수상 소감에서 진솔 지휘자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당대의 혁신가로 소개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그는 “과연 제가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스스로에게 자문했다”라며 일순 목이 메는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참석자들로부터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차분히 감정을 추스른 그는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면서 소감을 마무리했다.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진솔 지휘자는 3살 때 피아노를 시작할 만큼 음악과 함께 성장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독일 만하임국립음대를 졸업한 뒤에는 독일 바덴바덴 필하모니, 캄머오케스터 하일브론, 남독일 필하모니 콘스탄츠, 불가리아 플로프디프 주립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 해외의 수많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이런 거침없는 활약을 두고 독일 언론 슈배비슈(Schwäbische)지는 ‘앞으로 꼭 주목해야 할 지휘자이자, 지휘봉을 자유롭게 휘두르는 신예’라고 평했다.

온라인 게임 배경음악을 콘텐트화해 연주


▎진솔 지휘자가 창조인상 수상 직후 무대에서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장진영 기자
클래식 음악가인 그의 이름이 먼저 유명해진 건 뜻밖에도 ‘게임판’에서다. 게임 속 음악을 오케스트라 레퍼토리로 만든 것이다. 클래식 음악가로서 파격적인 행보였다. 해외 록밴드와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는 그동안 있었지만, 오케스트라가 온전히 온라인 게임의 배경음악을 콘텐트화해 연주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클래식과 게임이라는 장르 파괴와 융합의 배경에는 진 지휘자의 게임 사랑이 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어지간한 게임은 모두 베타테스터로 참여했을 만큼 게임을 좋아했다”고 밝힐 만큼 게임 마니아다. 그가 익숙한 게임 속 음악들을 실제 연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혔다. 게임 음악의 대부분이 음원만 있고 악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아예 회사를 차렸다. 2017년, 게임음악 전문 플랫폼 ‘플래직’의 탄생이었다.

진 지휘자는 플래직의 대표이사이자 예술감독으로서 게임에 삽입된 음악을 실제 연주가 가능하도록 저작권 확보, 편곡, 작곡, 연주자 그룹까지 세팅했다. 2019년에는 세계 최대 게임회사 블리자드와 계약을 맺고, 같은 해 게임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음악을 오케스트라 공연 무대로 올렸다. 게임 음악 콘서트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에서 KBS교향악단과 ‘롤’의 음악들을 연주하는 무대도 펼쳤다. 이후 카카오게임즈, 엔씨소프트, 포켓몬스터 등 국내외 여러 게임사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예술 장르 간 융합과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저작권(IP) 보호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자 저작권 클린 캠페인도 실천하고 있다.

현재 그는 민간 단체 최초로 말러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프로젝트 ‘말러리안’을 진행 중이다. 이미 해외 유수 오케스트라 지휘를 비롯해 국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클래식 전문 연주단체 아르티제 예술감독 등을 지내며 탄탄하게 쌓은 내공 덕이다. 당분간 분야를 가리지 않는 그의 맹활약은 계속될 듯하다.

※ 진솔(1987년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학사(지휘과/예술사), 만하임 음악대학 석사 ▶대구MBC교향악단 상임지휘자(2018~2024) ▶플래직 대표이사(2017~현재) ▶아르티제 예술감독(2012), 아르티제 상임지휘자(2016~현재), 말러리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2016~현재) ▶앙상블 아르티제 창단연주회(베어홀 2014) ▶제2회 앙상블 아르티제 정기연주회(예술의전당 IBK 챔버홀 2015) ▶아르티제 베토벤마스터즈 시리즈1(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17), 아르티제 D 말러리안 시리즈1,2(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2017), 이고르와 아르놀트(금호아트홀 2017) ▶아르티제 D 말러리안 시리즈3(KBS홀 2018)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 Live Concert(KBS홀 2019), 아르티제 D 말러리안 시리즈4(롯데콘서트홀 2019), 스타크래프트 라이브 콘서트(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9) ▶심포니 테일즈: 가디언 테일즈 오케스트라(코엑스 오디토리움 2022)

202407호 (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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