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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포커스] “한양증권의 빛나는 봄” 이룬 임재택 대표 

위기를 기회로… 부동산 PF 불황에도 역발상 돌파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레고랜드 사태 뒤 철저한 리스크 관리 통해 PF 우발부채 ‘제로’
‘프로세스 오너십’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이 휘젓는 운동장 조성


▎한양증권이 임재택 대표 취임 이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사람이 기업의 미래’라는 임 대표의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6년간 끊임없이 변화를 추진한 덕분이다. / 사진:한양증권
한양증권(대표 임재택)이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2018년 3월 ‘임재택 체제’ 이후 6년간 한양증권의 자기자본은 2699억원에서 4964억원으로 83.9% 증가했다. 증자나 자본증권 발행 등 별도의 자본증식 없이 이익금만 적립해 이뤄낸 결과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에서 10.8%로 6배 이상 상승했다. 영업이익과 조직 규모도 크게 늘었다. 임 대표 취임 직전 6년간 연평균 8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499억원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조직은 10본부, 19부서, 227명에서 24본부, 78부서, 517명으로 확대됐다.

한양증권의 드라마틱한 성장 배경에는 ‘사람이 기업의 미래’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추진한 임 대표의 리더십이 자리해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발상 매직’도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임 대표가 취임 뒤 가장 강조한 것은 ‘프로세스 오너십’이다. 임직원 각자가 자신이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업무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가장 먼저 변화를 준 건 딱딱한 ‘회의문화’다. 임 대표는 특정인이 회의를 주도하는 관행부터 바꿨다. 모두가 1/N으로 동등하게 참여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발언권이 없어 무력감에 빠져있던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회의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임 대표는 CEO가 주도적으로 이끌던 임원회의 타이틀도 ‘경영회의’로 바꾸고, 본부장이 돌아가면서 회의를 주재하도록 했다. 임원들이 수동적 자세에서 탈피해 경영자로서 한 단계 도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임 대표는 주니어 육성에도 ‘진심’이다. 월간 경영 성과를 리뷰하는 경영회의 뒤 열리는 특강은 주니어 직원들의 몫이다. 사업부서 담당 임원이 모두 배석한 자리에서 연단에 선 주니어들은 “현재 시장 상황을 분석했을 때 조금 더 보수적 운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식의 과감한 발언을 할 만큼 파격적 분위기 속에서 특강이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가 MZ세대 직원들을 경영에 적극 활용하는 사례는 한양증권 내부에선 익숙한 광경이다. 2022년을 시작하면서 구성한 ‘조직진단 TFT’만 봐도 그렇다. 당시는 전년 대비 ROE 증가율이 30.0%에 육박하는 놀라운 기록을 달성한 직후였다.

MZ에 조직 진단 맡기는 등 주니어 ‘중용’

회사 분위기는 더없이 좋았지만, 임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페이스를 조절하고 전열을 정비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할 때라고 판단했다. 놀라운 점은 조직의 감항성 유지를 위한 정밀 검진을 주니어 직원들에게 맡겼다는 점이다. 인사를 담당하는 HRM부, 전략을 담당하는 기획부,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BM부 등 3개 지원 부서에서 선발한 4명의 MZ세대 직원들이 ‘Space-X’라는 이름으로 진단에 나섰다. 일론 머스크의 혁신성과 빈틈(Space)이 없다는(X) 의미를 담은 명칭이었다.

임 대표는 약 3개월에 걸친 Space-X의 조직 진단 결과를 반영해 파격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조직이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케케묵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힌트도 얻었다고 한다.

한양증권은 최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한 6급 사원의 승진 시 필요한 최소 소요 연한 조건을 기존 7년에서 4년으로 단축시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학력 구분 없이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도록 하기 위해서다.

관련해 영업추진부에서 근무하는 김화영 사원(22)은 최근 한양증권의 공식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김 사원의 취미가 동영상 제작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 임 대표가 발탁했다고 한다. 기획과 카피라이팅 역시 직원들에게 맡겼다. 단순히 비용을 아끼는 차원의 결정이 아니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외주 프로덕션을 통한 영상 제작에는 통상 2~3억원이 드는 반면 내부 제작에 소요된 비용은 저작권 비용 100만원 가량에 불과했다”며 “무엇보다도 제작 과정에서 직원들의 경험을 통한 성장은 가치를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라고 했다.

한양증권이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임 대표의 역발상 전략도 크게 작용했다. 일례로 한양증권은 올해 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다운사이징 대신 면역력을 키우는 방향을 택했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규모를 축소하는 흐름과는 정반대의 선택이었다. 한양증권은 업계 우수 PF 인력을 적극 영입했다. 이는 임 대표의 ‘곡선주로 승부론’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는 경영을 쇼트트랙에 비유하곤 한다. PF 사업 전략과 관련해서도 “몇 년간 대형사의 독주를 허용할 수밖에 없던 직선주로에서 곡선주로로 바뀌는 전환점이 승부를 바꾸거나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한양증권은 재작년 ‘레고랜드 사태’를 기점으로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PF 우발부채를 제로(0)에 가깝게 줄인 상태다. 우수 인재 영입은 물론 PF 플레이어들이 활약할 수 있는 좋은 운동장을 구축할 수 있게 된 원인이다. 임 대표는 지난 4월 경영회의 스피치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몰려 생명력이 넘쳐남과 동시에 더 큰 도약을 위한 꿈틀거림이 느껴진다”면서 “한양증권에 빛나는 봄이 왔다”는 표현으로 기대감을 표현했다.

한양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 채권, 운용, 기업금융(IB) 등 3개 부문에서 호실적을 기록했다. 채권 부문은 금리 변동성에 효율적으로 대응해 수익성을 높였다. 운용 부문은 시장 상황에 적합한 전략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 IB 부문의 경우 회사채 발행 수요가 증가하고, 여전채 등 니치마켓을 적극 공략하면서 성과를 달성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한양증권은 올해 채권, 운용, IB의 삼각편대를 견고히 유지한 채 부동산 PF 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408호 (202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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