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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미술 선구자 김구림 개인전 ‘음양 Yin and Yang’ 개최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가나아트센터 8월30~9월22일... 회화 17점, 오브제 13점 전시
김구림, 백남준 다음으로 영국 테이트 모던미술관에 작품 소장


▎ 김구림 개인전을 알리는 포스터. ⓒKim Kulim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한국을 대표하는 제1세대 전위 예술가이자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金丘林, 1936~)의 대표 연작인 ‘음과 양(YIN AND YANG)’ 30여 점이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Space 97’에서 8월 30일부터 9월 22일까지 개최된다.

김구림은 회화, 판화, 설치미술 비롯하여 한국 최초의 일렉트릭 아트, 메일아트, 실험영화, 대지미술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무려 70여 년 한국의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로 총체적 예술을 굵직하게 선보여 왔다.

이번 전시는 2021년 가나아트에서의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전시로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그의 대표 연작인 ‘음양(Yin and Yang)’ 30여 점이 공개되며, 2024년의 신작 '음양'도 함께 선보인다.

김구림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결국 하나다”, “‘있음’은 곧 ‘없음’의 상대 개념이지만 ‘있음과 없음’은 더불어 존재한다.”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음양 개념은 김구림의 작업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평생의 화두이자 핵심이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이미지와 선명한 붓질의 아날로그적 질감 등의 요소들로 ‘대립’과 ‘조화’를 엿보게 한다. 또한 음양의 상대성을 빌려 만물의 생성과 소멸의 개념적 접근을 통하여 현대 사회의 물질주의와 허영심을 드러내며, ‘포용’과 ‘화해’를 거부하는 현대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비판한다.


▎김구림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가나아트센터 전시장. ⓒKim Kulim (이미지 제공: 가나아트)
김구림은 1936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정규 미술을 거부하며 미술 대학을 중퇴했다. 이후 1959년 대구 공회당 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점차 앵포르멜 추상 작업을 본격화하고, 기존의 사회적, 문화 예술적 가치와 관심에서 탈피한 작품들로 거장의 저력을 유감없이 펼쳐보였다.

김구림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1969), ‘제4집단(1970)’ 등을 결성하여, 한국 미술계와 전위예술사에 큰 족적을 남기며 전위적인 활동을 펼쳐 왔다. 1981년 동판화 메조틴트 기법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등 국내 판화 역사에도 한 획을 그었다. 또한 1992년 백남준과 2인전을 개최하였고, 백남준의 작품 ‘피아노 위의 정사(1970)’는 김구림의 연출로 발표 된 바 있다.

사실, 김구림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회화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실험미술 운동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그의 작품을 경험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는 반면, 해외에서 그의 전위예술 작품은 제7회 파리비엔날레, 제12회 상파울루비엔날레, 제2회 국제 임팩트 아트 비디오-74(스위스 로잔) 등 활발하게 소개 되었다. 2012년 영국 테이트 모던의 초대로, 잭슨 폴록, 이브 클라인, 쿠사마 아요이, 앤디 워홀 등과 함께 ‘A Bigger Splash Painting after Performance’ 그룹전 등 대규모 전시에 초대 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영국 테이트 모던(Tate Modern Museum)에 ‘태양의 죽음 13-64, Death of Sun 13-64’(1964)과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에 ‘상황,Circumstances’(1971)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미술관에 작품이 영구 소장되었고,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테이트 라이브러리 앤 아카이브(Tate Library and Archive) 스페셜 컬렉션에 ‘김구림 아카이브’가 소장되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외에서 먼저 각광을 받게 되자 한국 화단에서 관심을 보이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2017년 은관문화훈장 수훈을 받으며 비로소 한국 전위 예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제1세대 전위 예술가이자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 / 사진:조정화
김구림의 이번 '음양' 연작은 크게 회화 작업과 오브제 작업으로 나뉜다. 직관적인 붓질과 물감의 우연적 흐름과 더불어 대중매체 이미지 콜라주로 본래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다시 재구성한 회화작업과, 캔버스와 나무 패널 위에 금속, 케이블, 바이올린 등 평면적인 화면 위에 다양한 오브제를 재조합하여 ‘일상성’과 ‘현재성’을 드러낸다. 이번 ‘음양’ 연작은 평소 “예술이란 앉아서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내 생활, 내 자체가 예술이다.”라고 말하는 김구림의 예술철학이 고스란히 담겼다.

가나아트는 이번 전시를 통해 김구림의 ‘음양(Yin and Yang)’ 연작의 성격과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조명한다. 처서가 지난 가을, 김구림이 작품을 통하여 말하는 “시대성, 즉 항상 현재를 말하는 지금이라는 현재성, 그 시대적 담론”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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