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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nology] 비접촉식 지문인식기 - 손 안 대도 주인 알아보죠 

3차원으로 읽어 정확도 97%로 높아져…감염 위험없고 거울 활용해 경제성도 갖춰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평소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집의 안전’이다. 정작 예전처럼 사립문 안에 살 때는 문에 작대기 하나 걸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는데 탄탄하고 든든한 철문 안에 살게 된 요즘에는 오히려 더욱 철통 같은 수비가 필요하다. 간단한 자물쇠 하나만 믿고 며칠 동안 집을 비우기에는 왠지 꺼림칙하다. 그래서 첨단기법으로 무장한 최신형 자물쇠로 현관문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으니 이른바 사람의 신체를 열쇠로 사용하는 ‘생체 인식’이다. 이는 사람마다 고유한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기존 인식기 인쇄된 지문도 통과

생체 인식 기술에 쓰이는 신체 특징으로는 지문, 얼굴, 망막, 홍채, 혈관 등이 주목 받는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활용하는 생체 정보는 지문이다. 지문은 손가락 끝에 땀샘이 융기되어 형성된 손가락 무늬를 말한다. 손가락 무늬는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고 평생 동안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본인 인증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지문 인식을 통한 개인 식별 방법이 패스워드나 ID카드에 비해 갖는 장점은 실존(實存)에 의한 인증이라는 점이다. 신체의 일부인 지문을 사용하기 때문에 본인이 아닌 남이 대신 할 수 없다. 그래서 문 잠금 장치나 현금 자동 입출금기, 증명서 자동 발급기에 지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에 출시된 지문 인식 지갑도 생체 기술을 이용한 신종 지갑이다. 미리 입력해둔 사용자의 지문과 일치해야만 지갑이 열리도록 돼 있고 지갑이 사용자로부터 일정 거리(5m 안팎) 이상 떨어질 경우 휴대폰으로 경보음을 울려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지문인식기가 설치돼 손만 대면 문이 열리는 자동차도 등장했다.

지문인식 기술은 스캔을 통해 저장된 지문과 사용자의 지문이 일치하면 전기신호를 보내 0.1초 만에 모터를 작동시키는 원리로 가동된다. 광학 스캐너 방식은 촬영된 지문 영상에서 불필요한 이미지 등을 제거하고 지문만을 얇은 선으로 만든 다음 갈라진 점, 이어진 점, 끝점 등 특징이 되는 곳을 특이점으로 좌표를 잡는다. 그리고 각 특이점에서 지문선이 갈라지는 방향을 좌표 상의 데이터로 저장해 놓고 좌표와 함께 지문인식의 기본 데이터로 활용한다. 살갗에 이물질이 묻어 있어도 인식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문은 심한 노동을 하면 지워지기도 하고, 지문을 찍을 때 손가락이 닿는 면적이나 누르는 힘의 방향에 따라 지문인식기의 인식률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 여러 사람이 같은 곳을 만지기 때문에 세균 감염의 위험도 높다. 미국 퍼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사무실과 은행에 널리 보급되고 있는 지문인식 장치가 매우 불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피부나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포도상구균이나 대장균이 지문인식기나 손금인식기를 통해 전파되는 경로를 연구한 결과 이들 장치가 펜과 금속 문 손잡이, 엘리베이터 단추보다 훨씬 더럽다는 결과를 얻었다. 대부분의 생체 인식 장치는 손과 접촉하는 표면을 자주 소독하지만 손에 묻은 습기와 먼지, 기름이 남아 좀처럼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현재 사용하는 지문인식기는 적외선으로 지문의 모양만 판독한다. 따라서 지문이 끊어지거나 갈라지는 점 7, 8개만 일치해도 혹은 타인의 지문을 고무에 복사하거나 종이에 인쇄된 지문만 있어도 기존의 접촉식 지문인식 시스템은 진짜 지문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유리잔을 만지고 지문을 남겨둘 경우, 이를 복제해 사용하면 95% 가까이 통과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의 지문 위조 앞에서 보안이 생각보다 허술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최근 이런 단점을 개선해 손가락을 대지 않아도 정확하게 지문을 인식하는 기계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연세대학교 생체인식연구센터 김재희 교수팀이 9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비접촉식 지문인식기다. 이는 거울을 이용해 가짜 지문까지도 판별해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비접촉식 지문영상 획득 장치로 타인의 지문을 인위적으로 제작하거나 위조해 사용하는 위조지문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다. 위조 지문이란 사람의 실제 지문을 대신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거나 필름 등에 복사한 지문을 말한다. 파라핀 등을 이용한 지문 형태의 틀에 실리콘이나 고무를 넣어서 만들기도 하고, 단순히 지문 이미지를 종이나 필름에 복사하기도 한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비접촉식 지문인식기는 센서 입구에 손을 고정시키면 인식기 안에 들어 있는 카메라와 두 개의 거울이 손바닥의 모든 면을 촬영한다. 기존의 정면 방향 지문뿐 아니라 측면 영역의 지문까지 넓은 면적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손가락을 직접 대지 않아도 지문 모양을 3차원으로 읽어내기 때문에 속이기가 어렵다. 특히 얼굴을 가린 경우에도 CCTV에 손이 잡힌다면 손 영상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본인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기존의 지문인식기는 적외선을 이용해서 지문의 모양만 판독했다. 그런데 김 교수팀이 개발한 지문인식기는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동시에 이용해 스캔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가시광선으로 필름이나 실리콘, 고무를 찍으면 손가락 지문보다 더 선명하게 나오기 때문에 위조를 잡아내기 쉽다. 가시광선에 반사된 물체를 찍었을 때 드러나는 밝기를 비교해 물체의 재질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인식률 높아 가짜 지문도 판별

또한 김 교수팀이 개발한 비접촉식 지문인식기는 기존의 지문인식기보다 인식률이 2~3%P 더 높은 97%의 높은 인식률을 자랑한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는 금융거래, 공공기관의 출입, 인터넷 상의 공인 인증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지문인식 업체의 기술 수준은 전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이다. 실제로 이들 업체의 매출 중 70% 이상은 미국, 일본, 유럽 등 해외에서 거둔다. 시장 규모는 매년 1.5배 이상의 고속 성장하고 있다. 국제항공기구에서 모든 나라가 지문인식이 가능한 전자여권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등 활용 영역 또한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지문인식 기술이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되고 있는 흐름이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비접촉식 지문인식기는 카메라만을 이용하는 접촉식 기술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울을 활용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높다. 장치 크기를 소형화할 수 있다. 현재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상품화를 준비 중인데 이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기존의 지문인식 시스템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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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호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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