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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구룡포 문어 - 제철 문어의 쫄깃한 매력 

5~6Kg 짜리가 맛 일품…산후조리식으로도 인기 

글·사진 김영주 일간스포츠 기자

요즘 경북 포항 구룡포는 문어가 제철이다. 구룡포는 울진·영덕과 함께 3대 대게 산지로 유명하다. 허나 5월이 되면 대게 배는 서둘러 조업을 파하고, 문어잡이 통발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동해안 지역에서 문어는 흔한 어족이지만, 귀한 대접을 받는 음식이다. 주로 잡히는 문어는 참문어·왜문어·큰문어 등이다. 특히 돌문어로 불리는 왜문어는 그 중 맛이 좋기로 이름나 있다. 돌에 바짝 붙어 서식하기 때문에 흔히 돌문어로 불린다. 돌문어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바위틈이나 수중동굴에서 주로 서식한다. 주로 야행성으로 낮에는 잘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다리를 포함한 길이가 약 50cm로, 크기로 치면 중급에 속한다. 삶아 먹기 딱 좋은 사이즈다.

문어는 생긴 것은 흉악하지만, 알고 보면 기특한 놈이다. 암놈은 산란 이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키며 굶어 죽을 만큼 모성애가 강하다. 별난 면도 있다. 수족관에 있는 문어는 대개 어망에 한 마리씩 담겨 있는데, 이는 온전히 보전하기 위한 방책이다. 여러 마리의 문어를 한데 수족관이 넣어두면, 남의 다리는 물론 자기 다리도 뜯어먹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상도 지역의 보양식
문어 산지는 울릉도를 비롯해 강릉 동해 삼척 포항 등 우리나라 동쪽 해안선에 고루 퍼져 있다. 그래서 강원도·경북지역 사람들에게 문어는 간고등어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해산물이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 문어는 전라도의 홍어만큼이나 귀한 것이다. 전라도나 서울 지역과는 달리 제사상에 큼지막한 문어를 올리기도 한다. ‘어물’이라 명태 대구 가자미 등과 같은 생선을 쌓은 다음, 맨 위에 삶은 문어를 쫙 펼쳐 놓으면 최고의 제사상이 완성된다. 또 귀한 손님이 왔을 때는 어김없이 삶은 문어를 내놓는다. 삶은 문어를 ‘자숙’이라고 하는데, 특히 타 지역 출신 사위들이 왔을 때 가장 먼저 내는 1순위 음식으로 유명하다.

문어는 난소가 성숙할 때인 겨울철이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으나, 본격적인 조업은 초여름부터 시작된다. 사철 잡히지만, 주로 여름에 조업이 활발해 이때가 사실상 제철이라 할 수 있다. 포항 구룡포항에서 대게 자망과 문어 통발 조업을 하는 박철규 선장을 따라 바다로 나섰다. 문어잡이 배는 이른 아침에 나가, 하루 전에 뿌려둔 통발을 거두는 동시에 다시 빈 통발을 바다에 던져 놓는다.

구룡포 돌문어는 먼 바다에 있지 않다. 보통 수심 150m 이상 깊은 바다에서 사는 다른 문어와 달리 돌문어는 수심이 얕고 물살이 센 곳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먹이가 바위에 붙어사는 성게 멍게 등이기 때문이다. 문어를 꾀는 미끼로는 정어리가 흔히 쓰인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아지’로 불리는 정어리는 비린내가 심한 생선으로 문어를 유인하기 위한 미끼로는 최적이다. 꽃게잡이 통발보다 훨씬 큰 통발 안에 정어리를 가득 넣고 문어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박 선장은 “구룡포 돌문어는 물살이 센 지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육질이 단단해 삶아 놓으면 맛이 좋다”고 자랑했다. 요즘 잡히는 돌문어는 작은 놈은 1kg, 큰 놈은 10kg에 육박한다. 어부들은 “보통 5~6kg짜리가 가장 맛이 좋다”고 했다.

문어는 낙지와 마찬가지로 타우린이 풍부해 몸이 허하거나 식욕이 없을 때에 먹으면 식욕을 북돋워 주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육질이 단단해 과다하게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조선 후기 빙허각 이씨가 쓴 규합총서에 의하면 ‘문어(文魚)는 북도(北道)에 나는 것이다. 돈 모양으로 썰어 볶으면 그 맛이 깨끗하고 담담하며, 그 알은 머리·배·보혈(補血)에 귀한 약이므로 토하고 설사하는 데 유익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동해안에서는 문어를 잡자마자 삶는다. 구룡포 돌문어는 삶은 이후에도 크기가 줄지 않고 맛이 쫄깃쫄깃하다. 문어 삶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흔히 머리라고 부르는 내장 부분을 까뒤집은 뒤 내장을 칼로 도려낸다. 시커먼 내장 먹물이 터지면 삶을 때도 애를 먹고, 국물 또한 시커멓게 변하기 때문이다. 문어를 삶을 때는 소금을 살짝 넣는 게 좋다. 삶았을 때 문어 색깔이 발갛게 나오고, 육질도 연해진다.

상회에서 택배로 부칠 때도 산 채로 보내기보다는 한번 삶는 게 일반적이다. 살짝 데치는 것인데, 운송 중에도 상하지 않고 오래 간다.
요즘 구룡포 돌문어는 수협 위판장에서 1kg당 2만~2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그날 위판장에 나오는 양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하다. 소매가는 경매 낙찰가에 따라 정해지지만, 대체로 1kg당 3만원~3만5000원 선이다.

김치·돼지고기와 함께 볶아
문어 숙회가 가장 대중적이다. 특히 문어를 삶고 난 육수에 타우린 성분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 있다. 문어전문점은 많지 않다. 구령포의 횟집에서 제철이 되면 숙회를 낸다. 구룡포항에 있는 한나루횟집(054-276-2190)·재성횟집(054-276-2252)에 가면 먹을 수 있다. 1접시에 3만~5만원을 받고 있다.

삶은 돌문어를 김치·돼지고기와 함께 볶은 돌문어두루치기도 인기다. 구룡포의 아낙들은 산후 조리로 돌문어미역죽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돌문어를 삶은 육수에 잘게 썬 돌문어와 미역을 함께 넣어 죽을 쑤면 최고의 보양식이 된다. 제주에서는 문어로 쑨 죽을 ‘문게죽’이라 하여 역시 최고의 산후조리식으로 친다. 택배로도 받아볼 수 있다. 푸른바다수산(054-285-5369)에서는 삶은 문어를 택배로 보내준다. 산 채로 배달받을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익일 배달되기 때문에 죽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구룡포 가는 길
익산포항고속도로 포항IC에서 나와 포항 시내를 거쳐 방장선터널 진입 후 포스코대로를 따라 국도 31선을 타고 20여 분을 간 뒤, 구룡포 호미곶해맞이광장 반면 우측으로 빠져나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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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0호 (201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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