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스마트폰 빨리 분실해야 보험덕 본다 

시간 흐를수록 고객이 내는 실질 부담금 커져…보험사 측 “적자만 700억원, 어쩔 수 없다” 

장원석 이코노미스트 기자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다. 숫자가 느니 얘깃거리도 많아졌다. 특히 고가의 스마트폰을 분실해 속을 끓이는 사람이 늘었다. 크기가 작아 가볍게 여기는지, 할부라 체감이 덜한지는 모르지만 사실 스마트폰은 어지간한 노트북 한 대 값이다. 컴퓨터 한 대를 사면 4~5년 동안 거뜬히 쓰지만 스마트폰은 2년의 약정기간을 채우기도 버겁다. 손과 생활이 적응해 버린 탓에 새 스마트폰을 구입하지만 잃어버린 단말기의 할부금은 고스란히 남는다.

고객 두 번 울리는 분실지원금

이럴 경우에 대비해 스마트폰 분실보험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매달 일정액을 보험료로 내면 분실 시 보험사에서 보상금을 지원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최근 이 분실보험을 두고 말들이 많다. 꼬박꼬박 보험금을 냈는데 보상을 받으려 하니 통신사들이 규정을 내세워 고객의 자기부담금을 더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기사 제보만 10여 건. 특히 한진희(가명·31) 씨의 사연은 억울할 만했다.

2011년 7월 SK텔레콤에서 갤럭시S2를 개통한 한씨는 분실보험에 가입했다. 두 달 뒤 해외 출장 길에 오른 한씨는 현지에서 스마트폰을 도난 당했다. 귀국 후 분실신고를 하고 보험처리를 하려 했더니 SKT 측에서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해외 분실의 경우 보험 처리대상이 아니라는 것. 한씨는 그렇게 중요한 약관을 어떻게 설명도 없이 보험에 가입시키냐며 따졌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SKT는 해외분실을 보상하지 않고 있다. KT는 지난해부터 해외 분실에 대해서도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LGU+ 역시 올 5월 22일 이후 가입자부터는 보험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객이 해마다 늘어나는데 해외 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시대 흐름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SKT 관계자는 “보험사와의 계약 조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향후 10개월 간은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구입 당시 보험 관련 약관은 종이로도 본 적이 없고, 설명을 들은 적도 없지만 나도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잘못이 있어 참았다”고 말했다. 보상을 받지 못한 한씨는 다시 한 번 갤럭시S2를 구입했다. 하지만 올해 9월 초 한씨는 다시 스마트폰을 분실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지점을 찾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당시 한씨가 가입한 보험상품은 ‘폰세이프25’(2011년 12월 이후 가입 중단)다. 2500원의 보험료를 내면 분실 시 최대 70만원까지 분실지원금을 주는 상품이다.

자기부담금은 5만원이다. 그런데 한씨가 보상을 받으려 하니 통신사 측은 단말기의 출고가가 84만7000원이니 최대 보상금액 70만원을 뺀 14만7000원을 고객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가 자기부담금까지 더해 총 19만7000원을 내라는 소리다. 한씨는 “갤럭시S3가 출시된 마당에 1년도 더 된 구형모델로 바꿔주면서 그 돈을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시간이 흐르면 스마트폰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보험은 출고가 만을 고집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의 주장은 제품주기가 짧은 스마트폰의 특성상 신제품이 출시되면 구형 단말기의 실질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출시된 지 1년 5개월 여가 지난 9월 21일 갤럭시S2의 출고가는 84만 7000원으로 출시 당시와 동일하다. 하지만 시장 거래가는 전혀 다르다. 갤럭시S3가 출시된 올해 7월경 갤럭시S2의 할부원금(할인을 받은 뒤 고객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10만원대로 떨어졌다. 온라인에서는 공짜폰도 쏟아졌다. 이 가격이라면 24만7000원을 내고 갤럭시S2를 받느니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선택하거나 동급의 다른 스마트폰을 선택해 신규로 가입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보험료를 열심히 납부하고도 보험 혜택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최근 느는 이유다. 유일하게 LGU+만 고객의 자기부담금을 현금으로 정해뒀다. SKT와 KT는 보상금액의 일부를 고객 부담금으로 요구한다. SKT의 경우 올해 7월부터 기존에 있던 ‘스마트세이프’를 ‘스마트세이프50’이란 이름으로 바꿨다. 모두 매달 5000원의 보험료를 내면 85만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같다. 하지만 내용을 따져보니 고객이 감당할 부담금은 크게 늘었다. 기존의 스마트세이프는 1차 분실 시 15만원, 2차 분실 시 30만원으로 자기부담금을 확정해 뒀지만 스‘ 마트세이프50’은 1차 분실 시 보상지원금의 30%, 2차 때는 40%를 부담해야 한다.

분실한 단말기의 출고가가 80만원이라면 기존에는 15만원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24만원(80만원의 30%)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출고가가 최대보상액을 넘어서면 그 차액도 고객이 부담한다. 통신사 측의 설명은 다르다. SKT 관계자는 “보험 처리를 하지 않고 새로 살 경우 구입비용과 남은 단말기 할부금을 모두 내야 하지만 자기부담금을 내고 보험 혜택을 받으면 남아있던 할부금이 없어진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언뜻 불합리해 보일 수 있지만 어떻게 계산해도 보험 적용을 받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대리점 직원은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잃어버려야 그나마 덜 손해를 보는 게 현행 제도”라며 “가입기간 18개월이 거의 다 된 고객들은 혜택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상대적으로 늦게 잃어버린 고객은 할부금 면제 혜택도 적게 보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다. 이에 대해 한 보험 관계자는 “보험료를 더 많이 낸 시점에 손해가 발생했으니 고객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보험의 기본 생리가 아니냐”며 “게다가 현재의 보험료는 스마트폰의 감가상각을 충분히 반영한 가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씨는 “늦게 잃어버려 보험료를 더 많이 냈으니 억울하다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느냐”며 같은 가입기간 내에서 언제 잃어버렸느냐에 보상액이 달라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등과 비교해 감가상각이 빠른 만큼 떨어진 가치를 반영해 고객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통신사와 보험사도 할 말은 있다. SKT 관계자는 “우선 스마트폰 분실보험은 수익을 위해 운영하는 제도가 아님을 분명히 해달라”며 “게다가 제도를 운영하는 보험사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5개 보험사들은 스마트폰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약 718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성장동력일 거라는 예상에 뛰어들었는데 현실은 달랐다는 게 보험사 측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도입 초기 보험료를 낮게 설정한 것도 문제지만 보험 가입자들의 분실률이 지나치게 높아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일반 사용자의 분실률은 6개월에 2% 정도지만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은 분실률이 5.5%에 달한다”고 말했다. 계약기간(18개월) 전체로 환산하면 전체의 15%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다는 뜻인데 이 중에는 분실보험을 악용하는 블랙컨슈머가 상당수 포함돼 있다.

보험사 “보험가입자들 분실률 5.5%에 달해”

사실 통신사들의 이러한 정책 변화에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경계심이 담겨 있다. 도입 초기 허위로 분실 신고를 하고 기기를 팔아넘기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곤란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만 해도 분실 시 추가비용이 5만원에 불과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고객도 통신사도 보험사도 모두 곤란한 처지가 된 셈이다. 문제가 확산하자 7월 초 감독기관과 통신사, 보험사 등이 모여 해결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통신사를 배제하고 소비자와 보험사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이 경우 보험사가 보험료율 현실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게 돼 보험료만 올려놓는 꼴이 될 수 있어 신중한 상황이다. 3월 기준으로 스마트폰 분실보험 가입자는 약 870만 명이다. 조만간 1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1159호 (2012.10.2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