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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명예 2위 | 에이치엘비] 바이오주 열기 식자 주가 곤두박질 

고평가 논란에 시가총액 반 토막 … 중장기 신약 기술 수출 추진은 호재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381%. 구명정 제조 업체인 에이치엘비의 지난해 연초 이후 6개월 간 주가 상승률이다. 급격하게 오른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꺾였다. 4만원까지 올랐던 주가(지난해 6월 말 기준)는 1년 새 반 토막 났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약 6000억원이 사라졌다. 영업손실 폭도 커졌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을 1년 전과 비교한 영업이익률 변동치는 마이너스 27%포인트에 이른다. 미저리 지수 -62점으로 200대 상장사 중 불명예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악영향을 준 건 주가 급등락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제약·바이오주 관련 종목에 불을 지피면서 신약 개발 관련 회사들이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하나가 에이치엘비다. 에이치엘비는 주식 시장에서 본업보다 미국에서 신약을 개발하는 LSK바이오(이하 LSKB)의 모(母)회사로 더 유명하다. 노경철 SK증권 연구위원은 “LSKB는 암세포만 골라서 치료하는 표적항암제 ‘아파티닙(Apatinib)’을 미국에서 임상시험 중”이라며 “이 신약은 중국에서는 이미 임상시험을 거쳐 지난해 500억원가량 판매됐고 미국에선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너무 급하게 오른 탓일까. 에이치엘비는 바이오 붐 덕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조정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제약담당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붐이 잦아들자 중국의 임상시험을 믿을 수 있는 지 등 성장성에 의구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앞으로 주가는 뚜렷한 실적이 나타나야 움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장기 전망은 긍정적이다. LSKB의 신약 기술이 한미약품처럼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될 가능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에이치엘비 관계자는 “아파티닙은 지난해 말 미국 임상시험(2상)에서 위암 환자에게 효능이 관찰됐고, 올 4분기 중엔 미국·유럽·일본 등지의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안정성과 효능을 시험(3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에이치엘비는 지난해 10월 코스닥 상장사 에너지솔루션(현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을 인수했다. 또한 에이치엘비생명과학과 자회사인 라이프리버를 합병할 것으로 보인다. 라이프리버는 급성 간부전으로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사망률을 낮추는 세포치료제 ‘바이오인공간’을 개발하는 회사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증 간질환은 간 이식 외에 치료제가 없어 간 기능을 보존하는 바이오인공간에 대형 제약사의 관심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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