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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학각색(各學各色)’ | 한국의 미래 흔드는 저출산 해법은 - 사회학] 저출산은 ‘문제’가 아닌 ‘문제의 결과’ 

 

묘수 없는 구조적 현상… 특정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려워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정책수단은 무엇인가? 답은 이미 정부가 2006년부터 추진해온 저출산 대책에 잘 나타나 있다. 결혼·출산·양육 부담 경감, 양성평등 확립, 일·가정 양립 등의 중점 과제를 실천하기 위한 세부 정책 또는 프로그램이다. 전달 방식에 따라 현금지원 방식, 조세 방식, 사회보험 방식, 제도 개선, 환경 조성 등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저출산 정책에 대한 평가는 항상 부정적이다. 출산율이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극복 정책에 대한 언급에서 항상 등장하는 것은 “그렇게 막대한 예산을 사용했는데 출산율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비판이다. 정책 담당자 역시 이런 지적에 곤혹스러워 한다. 아마 정책담당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은 과거 출산억제정책과 출산율 감소 추이를 떠올리면서 저출산 대책을 시작하기만 하면 곧 출산율이 다시 빠르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또 저출산을 극복했다고 평가받는 스웨덴과 프랑스의 저출산 대응 관련 정책을 우리 사회에 도입하면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저출산 추이는 하락세다.

이런 결과에 대해 많은 사람이 기존의 저출산 대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실패했다고 비판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저출산 정책 무용론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화의 문제이고, 단기간에 요구되는 성과에 대한 조급함이라고 볼 수 있다. 정책 자체의 실패라기보다는 출산을 꺼리고 실제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구조와 문화 그리고 나아가 출산율 감소와 병행해 공고히 형성된 가치관을 몇몇 정책만으로 바꾸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출산 대책은 어떻게 마련하고 시행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저출산 정책에 ‘묘수’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은 교육·문화·고용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의 결과물이지, 어떤 한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저출산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개인주의 가치관의 확산과 공동체적 가치관의 퇴색, 이혼율, 동거율, 혼외 정사의 증가 등 가치관적 요인을 ‘정책’으로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북유럽이나 프랑스만을 쳐다보면서 양성평등 정책, 육아 및 보육 지원정책 등을 접목시키면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믿어서도 곤란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는 구조적으로 고착화돼 있어 특정 정책의 시행으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저출산을 문제가 아닌 ‘문제의 결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고용·주거·교육 등 사회·구조적 문제와 함께 아이들이 불행한 교육환경, 여성들이 ‘독박육아’ ‘경력단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차별적 구조와 인식, 다양한 가족 형태나 비혼 출생 등을 인정하지 않는 비포용적 사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이제부터라도 단기간에 그리고 몇몇 정책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진정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저출산 극복은 고용·교육 등 구조적 문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본질에서 벗어나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더욱 많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출산율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또 저출산을 탈출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이며 ‘저출산의 덫’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은 아이를 안 낳는 데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만드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를 개선하지 않고선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정성호 교수는… 한국인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저출산 문제와 지방소멸 위험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1515호 (201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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