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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의 사소한 허물은 용서하라 

CEO의 바른 리더십 1
MANAGEMENT|민경조의 논어 경영학 


중국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공자가 쓴 〈논어〉는 유가의 성전으로 꼽힌다.

<논어>는 중국 주(周)왕조 동주(東周)시대 중에서도 기원전 479년 이후 춘추시대 말기에 나온 공자(孔子)의 어록이다. 공자가 태어난 춘추시대에는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제후들이 무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왕이라 칭했던 사회적 혼란기였다.

공자는 이런 시대를 문제로 인식하고, 백성을 위한 왕도정치를 이상으로 삼았다. 당시 공자의 생각과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얘기를 담은 책이 바로 <논어>다. <논어>는 유가의 성전으로 꼽히는 중국 최초의 어록이다.

<논어>의 전편에 흐르는 일관된 메시지는 한마디로 인(仁)이라 할 수 있다. 인의 내용을 두 가지로 논하면 충(忠)과 서(恕)다. ‘충’이란 자기 자신에게 성실함을 말하고, ‘서’란 자신이 중요한 만큼 나 아닌 남에게 배려하는 정신을 얘기한다.

결국엔 나와 남이 함께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이상적인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에 실린 주요 항목을 보면 정치의 기본을 백성으로 보고, 경영자들의 기본 자세를 담았다.

이는 기업을 경영하는 CEO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CEO가 기업을 잘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리더십이 필요하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땐 CEO들의 경영 능력이 더욱 요구된다.

바른 정치를 강조했던 공자의 얘기를 바탕으로 회사 경영에 필요한 인재경영과 CEO의 리더십을 살펴보자. CEO가 첫째로 갖춰야 할 요건은 바른 리더십이다.

지도자가 바르게 이끌면 명령이 없어도
구성원 스스로 이행한다.
子曰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논어 자로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지도자의 처신이 바르면 명령을 하지 않아도 따르지만, 지도자의 처신이 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해도 이행하지 않는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랫사람을 지도하거나 그들로 하여금 제대로 업무를 집행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느 사회에서나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그 구성원에게 하나의 행동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리더가 모범을 보이고 모든 일을 정당한 방법으로 수행하면 아랫사람들은 절대로 바른 길을 이탈해서 엉뚱한 짓을 하지 않는다.

CEO가 바른 길을 선택하면 임직원도 역시 같은 길을 동행하게 돼있다. 리더가 어떤 길을 가려고 하는가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게 임직원들이다. 자장편(子張篇)에도 ‘군자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서 잘못을 저지르면 모두가 이를 보게 되지만 그가 잘못을 고치면 모두 그를 우러러 본다(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고 적혀 있다.

기업의 리더는 모든 임직원의 감시 대상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요즘은 온라인으로 시시각각 리더의 하루를 임직원이 공유할 수 있는 시대다.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는 게 CEO의 일상인 것이다. 나 역시 해외 출장 중에도 임직원과 계속 온라인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출장 업무를 수행하곤 했다.

〈논어〉에는 공자의 사상과 제자들에게 가르친 어록이 담겨 있다.

요즘 젊은 세대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타이핑 속도를 높이고 인터넷 활용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결과다. 하루라도 결재 서류가 밀리는 일이 없도록 현지에서 전자결재를 했고, 출장 상황은 e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임직원에게 알렸다. 이러한 문화를 통해 임직원들은 대면을 하지 않고서도 결재를 주고받게 됐고, 컴퓨터에 익숙지 않던 일부 간부들조차 동조하게 되면서 업무 능률이 향상됐다.

윗사람이 솔선해서 바르게 행동하면 그 영향은 엄청나게 아래로 파급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시기였다. 한편 눈길을 인간이 아닌 자연으로 돌려봐도 이 원리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겨울철 도래지에 날아드는 철새들의 이동 상황을 보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리더가 제대로 이끌지 못하면 그 많은 새들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게 된다. 추위를 나야 할 철새들을 오히려 더 추운 곳으로 끌고 가는 철새의 리더가 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

정치(경영)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
季康子問政於孔子. 孔子曰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논어 안연편)
‘계강자가 정치에 대해 공자께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대가 바르게 이끌면 어느 누가 바르지 않겠는가?” ’


신하인 계강자가 군주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당시의 노나라 제후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놓고 마음대로 하던 시기다. 아마도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 때 흐트러진 사회질서를 바로잡고자 공자에게 자문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공자는 “위정자가 모범을 보이면 백성은 감히 바르지 않을 수 없다”고 들려줬다.

안연편 제17장에도 도둑이 들끓는 현실에 대해 걱정하는 계강자에게 공자는 ‘진실로 선생께서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 비록 상을 준다 해도 백성들은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季康子患盜, 問政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 不竊)’고 설파하고 있다. 윗사람이 욕심을 버려야 아랫사람도 따른다는 얘기다.

지금은 3기 연임을 끝으로 물러난 김홍식 전 장성군수의 ‘주식회사 장성군’ 이야기는 이런 점에서 모든 경영자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전통적으로 지역 세력의 영향을 받는 지방 행정에 기업가 마인드를 도입해 장성군 행정을 확 바꾼 김홍식 전 군수의 성공담은 우리 사회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큰 교훈을 준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군민은 주인이고 공무원이나 군의원은 주인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으로 ‘섬기는 행정’을 내세운 김 전 군수야말로 바른 정치를 선보인 리더라 할 수 있다. “지도자의 존재 가치는 스스로의 안위와 부귀영화보다 백성들의 편안함과 사람답게 살아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데 있다”고 한 맹자(孟子)의 말씀도 한번쯤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

전국시대 유가사상의 대표적 계승자였던 맹자는 나라의 구성 요소로 사직(社稷), 군주(君主), 백성(百姓) 등 세 가지를 꼽았는데, 그 중요도를 따져 ‘백성이 먼저이고 사직이 그 다음, 군주는 가장 나중(孟子曰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이라는 주장을 펴서 일찍이 민본주의 사상을 전파했다. 여기서 정(政)은 오늘날의 기업에서는 경영에 해당하는 말이다.

기업의 경우에도 CEO의 경영이 바르면 어느 임직원의 업무 태도가 비뚤어질 것인가? 훌륭한 지도자 밑에는 바르지 못한 부하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바르게 경영하는 기업의 경영 실적이 부실하다는 사례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정치도 기업경영도 바르게 하는 것이 가장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솔선하고 사소한 허물은 용서하라.
仲弓爲季氏宰 問政. 子曰 先有司 赦小過 擧賢才. 曰 焉知賢才而擧之? 曰 擧爾所知 爾所知 人其舍諸 (논어 자로편)
‘중궁이 계씨의 읍재(邑宰)가 돼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여러 관원에게 솔선수범하고 작은 허물은 너그럽게 용서해 주고 어진 이를 발굴해서 등용하라!” ’ ‘중궁이 다시 물었다. “어떻게 어진 이를 발굴해서 등용할 수 있습니까?” “네가 아는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면 네가 모르는 어진 사람들은 남들이 그냥 놔두지 않고 천거할 것이다.” ’


지도자가 솔선수범하고 어려운 일에 먼저 나서야 조직의 구성원들은 모두 따르고 나중에는 그들이 지도자보다 먼저 나서게 됨은 한마디로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부하들은 지도자가 보여준 만큼 혹은 그 이상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도자가 앞장서지 않으면서 부하들의 솔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나무에 올라가서 물고기를 얻으려 하는 격’에 해당하는 터무니 없는 희망이다.

하찮은 허물은 너그럽게 용서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때로는 화가 날 정도로 그 허물이 큰 경우에도 너그럽게 용서해 준다면 반드시 그 보답이 있게 마련이다. 초(楚)나라의 장왕(壯王)이 연회를 베풀 때, 바람에 등불이 꺼진 틈을 타 어떤 장수가 장왕이 총애하는 여인의 옷을 더듬다가 여인의 손에 갓끈을 끊긴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을 잡을 수 있는 증거인 갓끈을 확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장왕은 그 순간 모든 장수들에게 “갓끈을 끊지 않으면 그 연회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장수들이 갓끈을 끊은 후에야 불을 밝힌 후 그 연회를 마쳤다. 그 후 이웃 나라와의 전쟁 시 최전선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몸을 날려 혁혁한 공을 세운 장수가 있었다.

장왕이 그를 불러 물어보자, 지난번 연회에서 갓끈이 끊겼던 장수였다는 고백을 듣게 된다. 나라를 구한 그 장수야말로 너그럽게 용서한 임금에게 충성을 다함으로써 은혜를 갚은 것. 기업 경영의 성패 요건 중에 인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누가 훌륭한 인재인지 알아서 등용할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에 우선 네가 아는 훌륭한 사람을 등용하면 네가 알지 못하는 훌륭한 인재를 남들이 그냥 놔두겠느냐?”라고 공자는 답했다.

아는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나 등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훌륭한 사람을 골라서 등용하라는 말씀이고, 그런 인재 등용을 알게 되면 남들이 정말 훌륭한 사람을 추천하게 된다는 것이 공자 말씀의 참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민경조 코오롱그룹 고문은
서울 경복고를 나와 서울상대를 졸업했고, 서울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67년 산업은행에 입사해 10년간 근무했고, 77년 코오롱그룹이 기획조정실을 만들면서 직장을 옮겨 서른 아홉에 이사가 됐다.

99년 코오롱건설 사장을 지냈고, 2007년부터 2년 동안 코오롱그룹 부회장을 맡았다. 그는 1000번 이상 <논어>를 읽으며 얻은 깨달음과 오랜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CEO에게 자신의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재계에선 그를 ‘논어 경영인’이라고 부른다.


200904호 (200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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