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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안탈리아 - 지중해의 훈풍에 깃든 고대도시의 전설… 휴양의 땅 

 

안탈리아(터키) = 글·사진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터키 남부 안탈리아(Antalya)는 지중해가 잉태한 휴양의 땅이다. 연중 300일 태양이 내려 쬐는 짙푸른 해변에는 이슬람 미나레(첨탑)와 성벽이 어우러지고, 고대도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유적들은 바닷가에서 시작해 바닷속, 토로스 산맥 줄기까지 우윳빛으로 단장하며 신비감을 더한다.

안탈리아 구도심인 칼레이치의 골목을 서성이는 것은 설렘이다. 비좁은 골목길에서는 즉석 야외음악회가 열리고, 모퉁이를 돌면 물담배인 시샤를 피우는 노인들의 담소가 파도처럼 흐른다.


▎1800년 세월의 원형극장이 옛 모습 그대로 남은 아스펜도스.
칼레이치는 안탈리아를 찾는 이방인들이 가장 서둘러 닿는 골목이다. 터키식 빵인 에크멕을 머리에 이고 다니거나, 염소젖으로 빚은 돈주르마 아이스크림을 군것질로 먹는 모습은 칼레이치에서 만나는 흔한 일상이다. 도심 한 편에서 그려지는 한가로운 포구 풍경은 지중해에서 누릴 수 있는 단상을 더욱 여유롭게 채색한다. 포구는 낚싯대를 기울이는 청춘들의 세상이다.


▎신비스러운 유적을 간직한 안탈리아는 지중해가 잉태한 휴양의 땅이다.
낯선 칼레이치 산책은 4,5km 성벽 길을 향해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문에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드리아누스의 문은 기원후 130년에 로마 황제인 하드리아누스의 방문을 기념해 시민들이 건립했는데 아치형 장식이 도드라진다.

십자군전쟁 때의 중간기지, 오스만제국과 몽고 지배의 과거를 지녔던 지중해 최대의 포구 도시는 소담스런 가옥과 이슬람, 로마의 혼재된 유적들을 간직한채 성벽안에 웅크리고 있다. 칼레이치의 이정표인 이블리 미나레와 케식 미나레는 홈이 파이고 상단부가 잘려나간 생채기가 아련하다. 이 첨탑의 사원들은 비잔틴 시대 때는 교회로 이용됐다.

휴양의 땅 안탈리아는 본래 ‘여러 종족의 땅’의 의미를 지닌 ‘팜필리아’의 도시였다. 한때 알렉산더 대왕의 영토였다가 로마의 의해 페르가몬 왕국에 넘겨지기도 했다. 페르가몬 왕국의 아탈로스 2세는 지중해를 대표하는 항구도시로 안탈리아를 택했고 포구 주변에 성벽을 쌓았다. 안탈리아라는 이름도 아탈로스의 도시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터키식 빵인 에크멕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칼레이치 주민.
칼레이치의 좁은 골목을 내려서면 흰 돛단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로 연결된다. 해상 돌무쉬(미니버스)나 요트를 타고 지중해의 바다로 나서는 것은 안탈리아 여행의 백미다. 포구에서 멀어질수록 드러나는 성벽의 자태는 아름답고 절벽위에 매달린 숙소들과 그 아래에서 한가롭게 자맥질을 하는 휴양객들의 모습들도 선명하다. 선상에서 기울이는 홍차 한잔은 지중해의 훈풍처럼 따사롭게 몸을 감싼다.

안탈리아는 훈훈한 휴양도시 이전에 고대유적 투어의 기점으로의 의미가 깊다. 서쪽 리키아 땅으로 발길을 옮기면 케코바, 뮈라 등이 이어지고 동쪽으로 향하면 시데, 아스펜도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신비스럽고 깊은 유적을 간직한 마을들이다.

서쪽 리키아로 향하는 길은 지중해의 숨겨진 보석들과 알현하는 여정이다. 한적한 어촌 풍경을 간직한 위츠아즈는 바닷속에 수몰된 유적인 케코바를 품은 어촌이다. 옛 리키아 연합에 부속됐던 시메나의 유적들은 코발트블루의 바닷속에서 고요히 숨쉬고 있다. 로마시대의 성벽으로 둘러싸인 칼레성은 성 아래 붉은 펜션들과 어우러져 엽서같은 풍광을 만들어낸다. 석굴 무덤이 인상적인 뮈라는 산타클로스의 유례가 담긴 성 니콜라스의 유적으로 생경한 사연들을 쏟아낸다.


▎구 도심에는 아폴론 신전의 흔적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안탈리아 동쪽 마을들은 노천박물관에 들어서듯 찬란하다. 시데는 ‘석류’라는 도시의 의미처럼 들어설수록 매혹적이다. 코린트식의 기둥들은 고대도시 입구부터 나란히 도열해 있다. 유적이 늘어선 돌길을 걷다 보면 고대 원형극장과 아고라가 나오고 비치가 모습을 드러낸 뒤 신전이 다시 나타나는 과정이 반복된다.


▎안탈리아 마을은 매혹적이고 아이들은 해맑다.
클레오파트라의 사연이 깃든 신전


기원전 7세기 이오니아의 식민지였던 시데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와 로마의 안토니우스가 함께 일몰을 바라봤다는 전설이 깃든 땅이다. 해변가에는 아폴론 신전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데 신전 앞에서 조우하는 시데의 일몰은 클레오파트라의 전설까지 덧씌워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1800년 세월의 원형극장이 옛 모습 그대로 남은 아스펜도스에서는 매년 여름이면 오페라, 발레축제가 열린다. 특별한 음향시설을 가미하지 않은 채 천년 유적 안에서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대를 넘어선 감동으로 다가선다.

안탈리아 북쪽 으스파르타는 에이르뒤르 호수를 조망하거나 장미소스가 곁들여진 터키식 만두 괴즐레메를 맛보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산 정상위에 들어선 외딴 사갈로소스의 유물들은 지중해의 해변과는 또 색다른 진기한 풍광들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 안탈리아(터키) = 글·사진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201503호 (2015.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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