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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 해외면세점 확대로 글로벌기업 시동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화두는 글로벌시장 진출이다. 면세점을 앞세워 동남아시장 공략에 나섰고, 호텔사업도 중국 상륙이 초읽기다. 


지난 2월 10일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서 열린 호텔신라의 화장품·향수 면세점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매장 재개장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그룹 동방신기, 중국 배우 안젤라 베이비의 모습을 보고 발걸음을 멈춘 여행객들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리서우향 창이국제공항 CEO의 입가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창이공항은 세계 4대 국제공항으로 면세 사업의 메카로 불린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0월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받고 3개월 동안 매장 리모델링 끝에 이날 3개 터미널(1~3 터미널)의 모든 화장품·향수 매장(19개 매장, 5575㎡) 영업을 시작했다. 182개 브랜드가 입점한 화장품·향수 매장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면세사업권 중 가장 크다. 운영권은 2020년까지로, 이 기간 동안 4조원대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창이국제공항 면세점을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제2의 K-코스메틱 쇼핑허브’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날 오픈식에서 이부진(45) 사장은 “창이 국제공항에 신라면세점이 오픈하는 것은 해외 면세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했다.

창이공항 면세점 사업은 듀프리와 DFS벤처싱가포르, 킹파워그룹 홍콩, 뉘앙스-왓슨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운영권을 따내어 의미가 크다. 이 사장은 면세점 입점과 리모델링 과정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CEO로서 능력을 보여줬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의 창이공항 입점은 CEO 이부진의 힘을 보여준 사례”라며 “2011년 그가 사장에 취임한 이후 호텔신라는 전통 내수기업에서 글로벌기업으로 변화 중”이라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크게 면세점 사업과 호텔 사업으로 구분된다. 실적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면세점 사업은 특히 중국인관광객의 수요가 폭증하면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2008년 오픈), 김포공항 면세점(2011년), 창이공항(2014년) 등에서 연 2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이 사장이 호텔신라 경영에 참여한 첫 해인 2001년의 매출은 4304억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2조908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사장은 2011년 호텔신라 최고경영자(CEO)로 올라서면서 면세점 사업의 글로벌화를 고민했다. 정부의 허가 문제와 독점 논란으로 인해 사업 확장의 한계가 분명했고 롯데, 신라호텔의 양강체제에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까지 뛰어들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해외에선 면세점 사업을 ‘트래블 리테일(TRAVEL RETAIL)’이라고 부른다. 시장 확장 가능성도 커 웬만한 글로벌 유통기업이라면 뛰어들었다. 현재 롯데가 글로벌 3~4위, 신라가 7위 정도다. 이 사장도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운영권 확보, 11월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점 오픈 등 중국인관광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가 장녀로서 ‘삼성’이라는 브랜드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최근엔 기내 면세점 분야 세계 1위 업체인 미국 디패스(DFASS)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영권 인수를 위한 막바지 가격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디패스의 연간 매출은 약 5500억원으로 전 세계 30여개 항공사와 제휴를 맺고 면세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또 미주 지역에 40여개 소규모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내 면세점은 전체 면세점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에 불과해 향후 성장성이 높은 분야”라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가운데)과 리서우향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CEO(이 사장의 오른쪽)가 지난 2월 10일 창이공항에서 열린 화장품·향수 면세점 ‘그랜드 오픈 기념식’에서 리본 커팅을 하고 있다.
‘신라스테이’로 비즈니스호텔 시장 개척

호텔사업에서도 비즈니스호텔을 늘리면서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3년 11월 경기도 화성에 ‘신라스테이동탄’을 열면서 비즈니스호텔사업에 첫 발을 내디딘 이 사장은 지난해 6월 지분 100%를 출자해 신라스테이를 설립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역삼동에 ‘신라스테이역삼’ 개관에 이어 올해 3월 제주시에 ‘신라스테이제주’를 오픈했다. 올해 3개, 2016년 4개를 더 추가할 계획이다.

비즈니스호텔 확대는 호텔사업 분야의 실적 저조 때문이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4분기에 호텔사업에서 매출 629억원을 올렸다. 2013년 4분기보다 11.9% 증가했지만 여전히 흑자전환에는 실패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특급호텔 시장이 연 0.9% 성장률을 보이며 사실상 정체됐다”며 “엔화 약세 현상이 계속되면서 비싼 특급호텔을 찾는 일본인관광객이 줄고 중저가의 숙박시설을 선호하는 중국인관광객이 늘면서 특급호텔도 비즈니스 호텔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사업의 해외 진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중국 산시성 시안 가오신구에 호텔신라 브랜드를 내걸고 호텔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직접투자보다 위탁운용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시안 삼성반도체 공장 주변에 장기 투숙객이 많아 수요가 충분하고, 진시황제의 병마용갱이 가까워 관광객 수요도 기대 한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이미 2006년 중국과 합작해 장쑤성 쑤저우에 진지레이크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4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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