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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한 아시아 억만장자들 

 

최영진 포브스 차장 임채연 포브스코리아 기자·고윤아 포브스코리아 인턴기자
올해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아시아 억만장자가 급성장했다. 특히 중국과 홍콩의 부동산 부자들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의 억만장자도 지난해에 비해 3명이 늘어난 30명이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다수의 한국 억만장자들의 자산총액은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가운데)을 꼽을 수 있다.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은 올해 처음으로 세계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29회를 맞이한 포브스 선정 ‘2015 세계 억만장자’ 순위가 발표됐다. 올해 눈에 띄는 현상은 아시아의 급부상이다. 올해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린 이는 1826명인데, 이 중 아시아 억만장자는 562명이다. 세계 억만장자 중 31%의 비율을 차지했다. 2014년의 경우 세계 억만장자는 1645명, 아시아 억만장자는 444명(27%)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아시아 억만장자가 확연히 많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억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단연 미국으로 536명이나 된다. 그 뒤를 이어 중국에서 213명의 억만장자가 나왔다. 세계 억만장자들의 자산총액은 7조1000억 달러로, 지난해 억만장자 자산총액 6조4000억 달러에서 10%가 증가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올해 세계 최고 부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위를 지켰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있지만,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21년 동안 16번이나 세계 최고 부자로 선정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15억 달러에 이르는 마이크로소프트 지분 1.93%를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했다. 하지만 올해 자산총액은 32억 달러나 늘어나 792억 달러(약 79조원)에 달한다.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은 올해도 2위를 차지했다. 3위에 오른 억만장자는 지난해 4위를 차지했던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였고,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의류브랜드 자라의 아만시오 오르테가 회장은 한 계단 떨어졌다.

억만장자 순위에 새롭게 올라온 신흥 부자들은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캐나다의 가렛 캠프(36)다. 스텀블어폰(Stumbleupon)을 창업해 이베이에 매각했고, 이후 우버를 창업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 인사가 됐다. 캠프는 자산총액이 5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포함됐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를 2학년 때 중퇴하고, 스타트업 테라노스(Theranos)를 창업한 엘리자베스 홈스도 신흥 여성 부호로 눈길을 끌었다. 31살의 이 여성은 테라노스 지분의 절반을 가지고 있고, 자산 가치가 45억 달러에 이른다. 올해 360위를 차지했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주 브라이언 체스키(33)는 19억 달러로 1006위, 스냅챗 창업주 에반 스피겔(24, 자산총액 15억 달러)은 1250위, 빅 데이터 업체 팰런티어(Palantir)를 창업한 알렉산더 카프(47)도 1533위를 차지해 신흥 부호로 떠오르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 부호들은 심한 부침을 겪었다. 중국의 반부정부패 정책이 강화되면서 홍콩의 루시와(Lui Che Woo) 갤럭시엔터테인먼트그룹 회장의 자산은 지난해에 비해 85억 달러나 감소했다. 지난해는 아시아 부자 2위였지만, 올해 18위로 떨어졌다. 마카오에 카지노를 가지고 있는 미국 셀던 아델슨(Sheldon Adelson)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 회장의 자산도 66억 달러나 감소했다.

카지노 재벌이 울고 있을 때, 웃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아시아의 부동산 부자들이다. 올해 세계 억만장자 중 부동산 부자들, 특히 홍콩과 중국의 부동산 억만장자가 급부상했다.

2015년 세계 억만장자 중 157명이 부동산 부자로 꼽히는데, 이중 96명이 아시아인이다. 올해 억만장자 리스트에 새롭게 진입한 신흥 부동산 부자 23명 중 18명이 아시아 부자들이다. 18명의 아시아 부동산 억만장자 중 중국인이 7명이나 차지했다.

중국·홍콩은 부동산 억만장자 늘어


세계 최고 부동산 부자는 홍콩의 리샤우키(Lee Shau Kee) 핸더슨랜드 회장(자산총액 248억 달러)으로 세계 억만장자 순위 27위를 기록했다. 알리바바 그룹 잭 마 회장(세계 33위)보다 자산총액과 순위가 더 높다. 리샤우키 회장은 홍콩과 중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홍콩의 IFC(International Financial Center) 투자다. 이곳은 홍콩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영화관과 대형 쇼핑몰 등이 들어서 있다. 그 뒤를 잇는 부동산 거물은 중국의 왕젠린(Wang Jianlin) 완다그룹 회장이다. 왕젠린 회장은 200개가 넘는 백화점과 쇼핑몰, 호텔을 가지고 있다. 해외 투자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의 랜드마크인 스페인빌딩을 3억5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중국인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 붐은 거세다. 2014년 중국 부동산 투자자들은 미국 부동산에 220억 달러를 썼다. 전년 대비 2배가 늘어난 금액이다. 이런 대규모 투자가 호주, 미국, 영국과 홍콩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억만장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4년에는 27명의 한국인이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올해는 30명으로 늘어났다. 한국 억만장자의 자산을 모두 합하면 775억 달러로 지난해 자산총액 604억 달러보다 20%가 많아졌다.

한국 억만장자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자산총액 113억 달러를 기록해 세계 110위에 이름을 올렸다. 2위부터 5위까지의 순위는 지난해와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4위로 내려앉았다. 현대·기아차의 실적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정 회장은 현대차(5.17%), 현대모비스(6.96%), 현대제철(11.84%)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가치가 자산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9.2%나 하락했고, 기아차는 전년대비 19%나 감소했다. 201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부진과 한전부지 인수 여파로 현대차 주가가 하락한 것이 자산총액이 급감한 이유다.

서경배 회장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억만장자


▎왕젠린(왼쪽) 완다그룹 회장은 세계적인 부동산 억만장자로 꼽힌다. 31살에 여성 억만장자가 된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오른쪽)는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부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3위에 올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위로 상승했고, 지난해 5위를 기록했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자산총액 72억 달러로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공동 2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서 회장의 자산은 28억 달러였다. 1년 만에 3배 가까이 자산이 늘어난 것. 포브스는 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한국인 억만장자로 서 회장을 선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식 등 자산총액이 35억 달러로 한국 억만장자 6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순위를 이어갔다. 한국의 억만장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대부분 자산총액이 상승했다. 이에 반해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 등은 자산총액이 감소했다.

올해 한국 억만장자 순위와 지난해 순위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2014년 세계 억만장자 1442위를 기록했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올해 순위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이 의장을 대신해 4명의 새로운 억만장자가 한국에서 나왔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올해 처음 억만장자 순위에 오른 김범수 의장의 자산총액은 29억 달러로 세계 628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억만장자 중에서는 8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뤄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덕분에 김 의장은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화려하게 데뷔를 했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 게임으로 대박을 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도 처음으로 억만장자 대열에 들어섰다. 2006년 출시한 ‘크로스파이어’를 중국 인터넷 회사 텐센트와 손을 잡고 중국에 출시하면서 권 회장의 성공이 시작됐다.

눈에 띄는 새로운 한국의 억만장자는 최기원 행복 나눔 재단 이사장이다. 최 이사장의 자산총액은 11억 달러로 세계 1638위의 억만장자로 기록됐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으로 재단 활동 외에는 SK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최 이사장이 한국의 억만장자에 오른 것은 SK C&C 지분 10.5%를 소유해 최태원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억만장자 리스트에 오른 것도 깜짝 놀랄만한 소식이다. 태광그룹 창업주 고 이임용 전 회장의 3남으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태광그룹 회장을 지냈다. 횡령과 배임혐의로 기소가 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전 회장의 자산총액이 상승한 이유는 56.3%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흥국생명보험의 실적이 좋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포브스는 세계의 억만장자 순위를 매기기 위해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상장(비상장 포함) 회사의 주식수와 지분율을 가지고 개인 자산총액을 계산한다. 부동산과 요트, 미술품이나 현금 뿐 아니라 예상 가능한 부채도 포함한다. 다만 로얄 패밀리나 독재자는 억만장자 순위에서 제외한다. 그들은 직위나 권력을 이용해 부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임채연 포브스코리아 기자·고윤아 포브스코리아 인턴기자

201504호 (2015.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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