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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출판사 3세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 

모바일에 콘텐트 얹어 97개국서 1등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는 2010년 모바일과 유아교육 콘텐트가 결합된 교육앱 ‘핑크퐁’을 선보이며 모바일 교육 시장을 개척했다. 그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중요한 것은 콘텐트”라고 강조한다. 전 세계 158개국, 5000만 회원이 핑크퐁을 이용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와 캐릭터 ‘핑크퐁’. 핑크 컬러의 폭스(여우)로 ‘빠르고 영악한’ 자녀를 바라는 요즘 부모의 마음을 담은 캐릭터다.
1세부터 5세 사이 유아들에게 여우 캐릭터 ‘핑크퐁’은 제2의 뽀로로로 불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핑크 컬러에 폭스(fox)와 폰(phone)의 발음을 조합한 이름이다. 이 캐릭터의 무대는 스마트폰, 패드, PC다. 아이들은 ‘핑크퐁 동요동화’ ‘핑크퐁 ABC파닉스’ ‘핑크퐁 스티커 색칠놀이’ ‘핑크퐁TV’ 앱을 통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사이 자연스레 언어를 익히고 감성이 발달된다. 캐릭터를 여우로 정한 이유? 빠르고 영악한 스마트폰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단다.

핑크퐁 앱을 운영하는 영유아교육 전문기업 스마트스터디는 삼성출판사의 자회사로 지난 2010년에 설립됐다. 자체개발한 1000여 편의 콘텐트를 전 세계 158개국 5000만명 회원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중 97개국에서 교육 앱 부문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매출 76억원 중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다. 물론 국내에서도 1위다. 서울 서초동 삼성출판사 사옥에서 만난 김민석 대표는 “창업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며 “1~5살 아이들은 나라별 문화 차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공통된 요소에 흥미를 가지는 연령대라 동일한 콘텐트로 글로벌 공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겨냥해 절반이 해외매출


▎부친인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는 출판의 타깃을 넓히고 유통채널을 다양화해 회사를 키웠다. 아들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의 모바일 사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었다.
고교 시절 정보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한 정보특기자로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민석 대표는 넥슨과 NHN에서 게임 개발과 마케팅, 기획 파트를 거친 후 2008년 부친 김진용 대표가 경영하는 삼성출판사에 신사업 담당자로 합류했다. 김봉규 창업주에 이어 1992년 사업을 물려받은 김진용 대표는 주력 분야를 문학에서 유아동·여성·교육으로 전환하고, 서점뿐 아니라 대형마트·홈쇼핑, 자체 인터넷몰로 유통 구조를 확대했다. 그 덕분에 출판부문 매출액이 2009년엔 5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불어 닥친 출판계 불황과 스마트기기 보급은 오프라인 출판사의 발목을 잡았다.

아버지가 김민석 대표에게 맡긴 임무는 유치원과 초등 영어학원에 영어강사를 파견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이었다. 김 대표는 “하루 10분 분량 3년 과정 프로그램을 만들고, 유아용 교구를 개발하면서 유아 교육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며 “책의 내용을 PC에 맞도록 옮기는 작업도 병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의 콘텐트를 PC로 옮기는 작업은 단순치 않았다. 책 속의 내용을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개발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했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는 그에게 해답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기능에 충격을 받은 그는 삼성출판사 내부에 모바일 대응팀을 꾸렸다. 그리고 정보특기자 동기들, 넥슨과 NHN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인터뷰에 동석한 박현우 부사장도 정보특기자 출신으로 대학 동기다. 이들은 오프라인의 교육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이라는 온라인에 넣자고 결정했다. 일종의 모바일 학원으로, 내용은 유아 교육용 콘텐트를 선택했다.

김 대표의 첫 작품은 동요 네 편을 담은 율동동요였다. 삼성출판사 동요책에 CD로 붙어있던 노래를 앱에 담고 1분짜리 율동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붙였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디자인, 화면 전환, 컬러, 음악 템포 등 모든 것을 모바일 환경에 맞게 개발했다”면서 “초기엔 삼성출판사의 콘텐트를 디지털화했지만 2년차부터는 자체적으로 콘텐트를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앱 프로그램 중 80%가 스마트스터디가 만든 콘텐트입니다. 모바일에 적합한 콘텐트는 따로 있거든요. 우리가 찾은 해답은 동영상 베이스의 스토리텔링 콘텐트입니다.”

게임 기획자 경력을 살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핑크색 여우 캐릭터 핑크퐁도 만들었다.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콘텐트 유료 결제가 늘기 시작했다. ‘핑크퐁 동요동화’ 등 4개의 종합 콘텐트를 갖춘 ‘중심 앱’과 수백 개의 ‘위성 앱’들을 포진시켰다. 위성 앱에는 중심 앱으로 사용자를 이끄는 요소들이 담겨 있고, 중심 앱은 또 다양한 위성 앱들을 써보도록 안내한다. 이런 ‘기지-위성’의 생태계 망이 구축되면서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마니아가 형성됐다.

최근엔 모바일 영역을 벗어나 율동교실, 캐릭터 사업, 유치원 교재, 도서출판 등 출판과 교육 등 오프라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출판에서 시작해 모바일로 결합하고 다시 교육사업으로 확장하는 셈이다. 그는 “모바일을 통한 매출은 정체기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인도 등 신흥시장이 떠오르고 있지만 IT 결제 서비스 인프라가 조성되지 않아 모바일 시장 형성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국·일본·미국·중국 등 IT 인프라가 갖추어진 나라는 이미 매출 한계에 이르렀고요. 그래서 모바일을 매출원이 아닌 수단으로 삼아야 합니다. 모바일 공간에서 인지도를 쌓고 그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영역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는 것이죠.”

스마트스터디의 매출을 보면 쉽게 이해된다. 글로벌 1위 기업의 연매출이 76억원 수준. 올해 최대 130억원을 예상하지만 김 대표는 “모바일에선 그게 한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규모가 작아 2등 기업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3년 전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던 교육 앱 서비스기업이 우르르 사라진 것은 경쟁에서 밀린 것이 아니라 시장 자체가 작아서 철수한 것”이라며 “한국에서 1년에 40만명 정도의 아기들이 태어나는데 이들의 부모가 월 1만원씩 모바일 앱에 지출한다고 해도 연 500억원 시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접목의 또 다른 이유는 교육 시장에서 종이매체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아무리 좋은 콘텐트도 스마트폰에선 가볍게 읽혀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교육기업은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며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유통을 최대한 줄이고 자체 사이트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대상은 모바일 앱에서 확보한 5000만명의 회원이다. 모바일을 통해 실시간으로 신제품을 홍보하고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근 IBK캐피탈과 KDB캐피탈로부터 100억원을 투자받았다. 국내 교육 벤처 중 100억원대 투자 유치는 거의 첫 사례라 업계의 관심이 컸다. 김 대표는 투자사에게 중국 시장에서의 가능성과 오프라인에서의 성장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투자금은 디지털 콘텐트 확장, 오프라인 제품 개발, 마케팅 등 세 분야에 쓸 것”이라며 “특히 중국 시장 투자에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8월 중순엔 중국 샤오미 앱스토어에 핑크퐁 시리즈 앱이 출시되고, 샤오미 인터넷TV에도 핑크퐁 채널이 들어간다.

“중국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갖추고 있고,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자사 홈페이지에서만 선보입니다. 그럼에도 수천만 개의 스마트폰과 샤오미 이름이 달린 에어컨 등이 팔려나갑니다. 궁극적으로는 디즈니 같은 교육과 캐릭터를 아우르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 대표는 할아버지, 작은 할아버지, 아버지 등 집안 어른 대부분이 사업가였던 탓에 자신의 피에도 ‘경영 DNA’가 흐를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며 “개발자 한 사람은 물리적 한계에 부딪치지만 그룹을 만들면 프로세스도 빨라지고 내용도 더 채워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인재를 중시한다.

직원 창의력 위해 ‘제도’를 없애다

그는 “스마트스터디의 작은 성공은 멤버들이 출판시장과 디지털시장을 모두 이해하는 사람들이어서 가능했다”며 “특히 8명의 창업 멤버들과는 마치 여덟 조각의 피자처럼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다”고 말했다. 박현우 부사장은 “우리 직원들은 ‘동기화’ ‘결을 맞추어 간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며 “자발성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결합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스마트스터디의 기업 문화는 독특하다. 지난 5월말 메르스가 발생하자 이튿날 대표부터 막내 사원까지 90여명의 직원이 4주간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평소에도 출퇴근시간 자율제, 휴가 무제한 등 개인에게 충분한 자율권을 준다. 김 대표는 “사람을 믿고 일을 하면 필요 없는 제도가 참 많다”며 “제도를 만들지 않는 것이 우리 제도”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단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08호 (20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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