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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슈페리어 대표 

패션 브랜드 뛰노는 플랫폼 만든다 

조득진 포브스 차장 사진 전민규 기자
두어 번의 시련은 그에게 훌륭한 거름이 됐다. 세 짝 신발로 이슈를 만들고, 브랜드 론칭에 성공해 명예회복 했다. 최근 브랜드 라이선스 시장에 뛰어든 김대환 슈페리어 대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대환 슈페리어 대표는 사진 촬영 시 다리를 꼬아 달라 했더니 무척 난감해했다. 자신만만하던 오너 2세의 실패 경험은 그에게 겸손을 가르쳤다.
패션유통기업 슈페리어가 젊어지고 있다. 20~30대를 타깃으로 글로벌 브랜드 론칭에도 적극적이다. 슈페리어 브랜드가 갖고 있는 ‘올드’한 느낌을 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엔 패션 브랜드 라이선스 전문 업체인 유나이티드브랜딩그룹을 설립해 판권 거래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랙마틴싯봉, 마틴싯봉 프리베, SGF67 등 자사가 보유한 10여 개의 브랜드로 내년부터 판권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13년부터 슈페리어 경영을 맡고 있는 김대환(40) 대표의 승부수다. 슈페리어 창업주인 김귀열 회장의 아들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에서 MBA를 수료한 뒤 2003년 입사한 그는 경리팀, 전략기획실, 해외사업부 등을 거치며 차근차근 경영 수업을 밟아왔다. 9월 중순 서울 강남구 삼성역 사거리 슈페리어타워에서 만난 김 대표는 “IT기술과 SNS의 발달로 패션 브랜드의 생명이 짧아지고 있다”며 “단순히 해외의 유명 브랜드 물건을 들여와 팔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창업자 김귀열 회장이 국내 최초 골프웨어 브랜드 슈페리어로 ‘한 우물’을 팠다면 아들 김대환 대표는 ‘다양성’으로 변화를 준 것이다.

라이선스 사업으로 영역 확장


패션업계에서 그는 ‘준비된 경영인’으로 꼽힌다. 2000년대 중반 홀로서기를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그는 이후 ‘블랙마틴싯봉’을 론칭하며 핸드백·구두 등 잡화시장의 스타 브랜드로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패션업계에서 김 대표처럼 젊은 나이에 실패와 성공을 모두 맛본 인물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그가 전개할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브랜드 라이선스업계 1세대들과는 차별화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형 패션 유통사는 판권을 소유한 브랜드 제품을 매장에서 파는 ‘공간’의 접근이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를 원하는 사업자에게 판권을 판매하는 ‘거래’의 개념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일종의 브랜드 플랫폼인 셈이죠.” 일반적인 사업 다각화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브랜드 부가가치를 키우고, 해외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라이선스 사업을 준비해 왔다”며 “경쟁력이 있는 제조업체를 선정해 폭넓은 브랜드와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유명 브랜드 판권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 지난 3월 ‘엘르 슈즈’에 이어 6월엔 프랑스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라크르와’ 하이엔드 잡화 라인을 론칭했다. 내년에는 대중적 브랜드 ‘크리스찬 라크르와 파리스’ 등 10개 이상의 참신한 중저가 프랑스, 이탈리아 브랜드를 발굴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변화하는 유통의 패러다임, 다양한 고객의 성향을 반영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유통 매장도 늘리고 있다. 잡화브랜드 ‘블랙마틴싯봉’ 매장을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로 업그레이드한 대형 편집숍(다양한 라이선스 브랜드를 판매하는 매장) ‘메종 스토어’를 곧 론칭할 계획이다. 현재 ‘메종 스토어’의 미니 버전인 ‘블랙마틴싯봉 백스테이지’로 코엑스점과 압구정점에서 테스트를 벌이고 있다. 자체 유통망 ‘스타일 아울렛’은 400평 이상으로 매장을 넓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PB상품 론칭을 준비 중이다. 또 자사 모바일 쇼핑몰 개설과 함께 전용 브랜드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그의 행보를 보면 라이선스 사업으로의 영역 확장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가 추진한 사업 상당 부분이 브랜드 라이선스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브랜드 ‘블랙마틴싯봉’ 론칭 성공이다. 김 대표는 2011년 12월 프랑스 유명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인 ‘마틴싯봉’의 한국 판권을 인수한데 이어 2013년에는 본사와 52개국 세계 판권을 인수했다. 그리고 서브 브랜드로 ‘블랙마틴싯봉’을 론칭했다. 김남주 슈즈, 수지 백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이 브랜드를 착용하면서 단기간에 이슈 브랜드로 떠올랐다. 특히 세계 최초로 선보인 3짝이 한 세트인 론니슈즈는 블랙마틴싯봉의 대표 아이템으로 큰 화제가 됐다. 톡톡 튀는 컬러와 디자인의 가방도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롯데백화점에 입점했다.

김 대표는 “패션잡화 쪽은 그야말로 브랜드 홍수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며 “블랙마틴싯봉 론니슈즈를 신었다면 ‘나는 굉장히 트렌디하고 시크한 사람이다’라는 무언의 말을 하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흔히 여성복을 취급하면 여성복 시장 조사를 하죠. 하지만 이는 단순하고 자기중심적인 생각입니다. 패션이 아닌 다른 영역에도 호기심을 가지고 이를 패션과 매칭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성복의 유행이 바뀌면 여성복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핸드백과 신발도 마찬가지고요.” 블랙마틴싯봉 브랜드는 수많은 잡화류 제조업체에 라이선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 가을엔 메트로시티, 코스모폴리탄, 소다 등의 패션시계를 주요사업으로 하는 에스투콜렉션이 ‘블랙마틴싯봉’ 시계 라인을 론칭한다.

기업의 모태사업인 골프웨어에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표 골프의류 브랜드인 ‘SGF슈페리어’를 ‘SGF67’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SGF슈페리어’는 올드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5년여 전부터 젊은 감성의 고기능성 라인 SGF67의 비중을 키워왔는데, 고객의 반응이 좋아 아예 브랜드명 교체를 결정했다. 새 BI는 슈페리어를 상징하는 기존 월계수 심벌을 살리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예정이다. 이번 BI 교체는 슈페리어-SGF슈페리어-SGF67로 세 번째다. 김 대표는 “학교 졸업 후 슈페리어에 입사하면서부터 우리 브랜드의 올드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며 “젊은 골프인구가 늘면서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수요가 세분화되고 있어 이런 트렌드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월 청도 하이센스 백화점에 ‘블랙마틴싯봉’ 매장을 오픈한데 이어 최근엔 톈진에 2호점을 열었다. 김 대표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의 상해 론니패션과 향후 10년간 직수출 및 중국 내의 제조 및 유통에 대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상해론니패션은 5년 내 400개 매장의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현장에 나간다


“지피지기에서 중요한 말은 지기(知己)인 것 같습니다. 제가 중국 전문가가 아닌 이상 좋은 파트너를 통해 진출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 됩니다. 그게 바로 브랜드 라이선스 사업입니다.”

최근 김 대표의 승승장구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얻은 선물이다. 2000년대 중반 남성 타운 캐주얼 ‘프랑코페라로’ 론칭 성공으로 의기양양했던 그는 유니섹스 캐주얼 ‘페리앨리스’의 론칭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100억원 손실로 끝났다. 한동안 얼굴을 들 수 없었고, 자괴감에 회사 근처엔 얼씬도 못했다. 그는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리더가 판단을 잘못하고 그로 인해 실패했을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깨닫게 됐다”며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무수히 겪다보니 성공하는 법은 몰라도 실패하지 않는 법은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닥’을 칠 때까지 손 놓고 계셨던 아버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됐어요. 제가 제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파악하기를, 그리고 겸손해지기를 기다리셨던 거죠.” 그는 이후 ‘최경주 골프’의 홈쇼핑 비즈니스가 대박이 나고 ‘블랙마틴싯봉’ 론칭에 성공하면서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현장을 중시한다. 슈페리어 매장뿐 아니라 백화점 전체를 훑는 일이 많다. 어려서 부친의 해외출장 길에 따라나서 쇼핑몰이나 상가를 돌아다니던 버릇이 도움이 된다. 그는 “유행이 빠른 나라나 도시의 백화점, 번화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들이 입고 들고 신고 있는 제품들의 교집합을 발견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 또한 준비된 사람에게만 보이기 때문에 늘 공부하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201510호 (2015.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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