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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독선적 리더십보다 불완전한 리더십이 더 낫다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상사들은 일방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뒤 부하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하나하나 지시하고 확인함으로써 자신이 회사에 큰 기여를 했고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독단·독선적 리더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지난해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인한 경영위기 상황에서, 폭스바겐의 종업원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경영진은 제대로 된 답변도 주지 않고 무관심하며 독선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진은 지난해 국회 국감장에서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 코리아 사장이 증인으로 출두해 인사하는 장면. / 중앙포토
직장에서 맺는 인간관계가 개인의 일에 대한 의욕과 업무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들여다본 연구가 있다. 컨설팅, 투자자문, 석유화학 회사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들의 의욕과 성과를 저하시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사들은 일방적으로 목표를 설정한 뒤 부하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일일이 하나하나 지시하고 확인함으로써 자신이 회사에 큰 기여를 했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독단·독선적 리더십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 있다.

독단·독선적 리더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무조건 자기방식을 고집한다. 목표나 계획설정 등의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려놓고 부하 직원들에게는 사후통보만 하거나 형식적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척 한다. 이처럼 리더가 자신의 방식만을 강요하면 직원들은 자연히 자기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시키는 대로만 일하게 되니 책임의식이 약해진다.

지난해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인한 경영위기 상황에서, 폭스바겐 60만명의 종업원은 물론 수많은 관련업체 종사자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위기타개 노력에 동참해 주기를 요청하기는커녕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도 주지 않고 무관심하며 독선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술 더 떠서, 오히려 배기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된 직원들을 고소하겠다며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이와 대조적으로 GM 자동차의 경영진은 작년에 점화스위치 결함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직원들을 화상으로 연결하여 안심시키고, 회사를 위하여 다시금 힘을 모을 것을 독려하는 공감과 동참의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독단·독선적 리더의 두 번째 특징으로, 자신의 결정을 지지해 주는 의견이나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또는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관점을 잘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주장을 어떻게 관철시킬지만 골똘히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권력욕구나 성취욕구가 강한 사람에게서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쉬운데,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행사 함으로써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기 때문이다. 성취 욕구가 강한 경우 기대수준이 높고 부하 직원들의 역량을 믿지 못하는 경향으로 인해 본인이 모든 일을 주도하려고 한다. 논리적으로 반박 당하면 자신의 체면이 깎이고 리더십이 손상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은 좀 다르다. 부하 직원들은 독단·독선적인 리더보다 반론을 개방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한계나 잘못을 흔쾌히 인정할 줄 아는 리더를 더 높이 평가한다. 상사와 부하 직원들 간에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부하 직원들을 참여시킬 때 업무학습, 업무열의 및 몰입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 그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개념이 바로 자율성(autonomy) 및 임파워먼트(empowerment)다. 선택의 기회가 자신에게 있고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으로, 업무수행 방식이나 과정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더욱 의욕적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하 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새로운 의견에 개방적이며 자신이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리더십이 발휘될 때 가능해 진다.

이런 맥락에서 리더들은 MIT 교수진이 제안한 ‘불완전한 리더(incomplete leader)’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능한 리더(incompetent leader)’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불완전한 리더는 자신이 잘 하는 것과 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타인과의 협력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고 약점을 보완할 방법을 모색한다. 존 리드 전 시티은행 회장은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탐문하기로 유명하다. 부동산 시장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그는 상황을 보다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 공무원, 이사회, 투자자, 경제학자, 부동산 전문가들을 만나서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고 한다. 수 차례에 걸친 미팅 끝에 그는 문제를 더욱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었고 보다 더 예측력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리더가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과 열린 소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한 리더십 포럼에 모인 경영자들이 리더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리더들은 큰 그림을 보는 동시에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인재양성 노력은 물론 이들에게서 성과를 이끌어 내도록 동기부여 해야 한다, 열정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 있어야 한다” 등등 리스트는 점점 길어져만 갔다. 그 와중에 포럼 참가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든 생각은, 사람들이 리더에게 기대하는 능력은 리더 한 개인이 감당하기 벅찬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리더는 완벽해야 한다는 환상을 버려라


▎이승윤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5년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 <팀 안에 공유된 긍정적 감정이 팀의 창의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경영학회 조직행동 분과에서 ‘최고 박사학위 논문상’을 수상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팀 매니지먼트, 리더십, 조직행동, 인적자원관리 등이 주 연구분야이다.
그 어떤 훌륭한 리더도 완벽할 수는 없다. 공감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비전으로 회사경영은 물론 세상에 변혁을 일으킨 고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에서 배울 점도 많지만, 그의 오만함이나 부하 직원들에 대한 직설적 비방, 소통의 부재 등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최고의 리더들은 완벽해 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연마, 개발하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데 집중한다. 부하 직원이 상사인 나보다 더 뛰어난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적이 있다든지, 업계 최근 동향을 잘 모르면서 마치 다 알고 있는 것처럼 아는 척 했던 적이 있다면, 당신은 어쩌면 아직도 무결점의 완벽한 리더의 모습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급변하는 복잡한 경영현실 속에서 그 어느 누구도 전지전능할 수는 없다. 리더는 완벽해야 한다는 환상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아집과 독단, 독선의 울타리에 가두게 될 따름이다.

최고경영자들을 위한 한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마지막 날, 어떤 중견 제조업 회사의 경영자가 자신의 두 가지 모습을 종이에 그렸다. 왼편에는 세상에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으로, 큰 체구에 험악한 얼굴로 큰 주먹을 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오른편에는 자기가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으로, 작은 얼굴에 겁먹은 큰 눈을 하고 머리는 쭈뼛 서 있고 공포에 질린 표정의 사람이었다. 이 일화는 어쩌면 많은 리더들이 매일매일 겪고 있는 괴리감, 완벽한 리더여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리더 자신은 물론 조직을 위해서도 완벽하고 전지전능한 리더의 가면을 벗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할 조력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승윤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602호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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