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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성 와디즈 대표 

신뢰가 신용을 대체합니다 

글 양미선 인턴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다.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서 다소 후발 주자였지만 어느새 업계 1위, 모금 성공률 70%를 자랑하는 회사가 됐다. 지난 5월 11일 와디즈 신혜성 대표를 만나 크다우드 펀딩에 대해 들어봤다.

▎해외에서 정립된 크라우드 펀딩의 운영 방식을 한국식으로 수정·보완해 와디즈를 창업한 신혜성 대표.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자리잡은 신혜성(37) 대표의 사무실은 채광이 좋았다. 책상에 놓인 ‘2015 대한민국 경제리더 창조경제 부문 대상’ 액자가 자랑스럽게 빛났다. 지난 5월 9일은 와디즈가 설립된 지 4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와디즈는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서 다소 후발 주자였지만 어느새 업계 1위, 모금 성공률 70%를 자랑하는 주목받는 회사가 됐다. 그럼에도 크라우드 펀딩은 한국에서 아직 생소하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말 그대로 대중(crowd)이 함께 만드는 기금(fund)이다. 크게 기부형, 후원형,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으로 나뉜다. 기부형 프로젝트는 철거 위기에 놓인 유기견 보호소 이사 비용마련 등 공익성이 다분하다. 후원형은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신제품을 론칭하기 전 수요 예측이 가능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얻는 마케팅 효과는 덤이다. 마지막으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은 일반 투자자가 적은 돈으로도 스타트업 회사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와디즈는 정부가 지정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 다섯 개 중 하나다.

신혜성 대표는 현대자동차 마케팅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은 왠지 번듯한 대기업에 가야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일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럴 듯한 명함 하나 때문에 적성에 안 맞는 일을 계속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앞뒤 보지 않고 나왔다. 이후 동부증권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했고, KDB산업은행에서 계속 경력을 쌓았다. 그렇게 10년 동안 금융권에서 여러 업무를 두루 거치며 일했던 경험이 와디즈 창업의 밑거름이 되었다.

안전을 추구하되 안정을 버려야 성공한다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서 다소 후발 주자였다가 업계 1위의 회사가 된 데는 SNS 활용 등 한국 실정에 맞는 비즈니스 방법을 개발한 신혜성 대표의 공이 컸다.
디지털혁명을 거치며 핀테크 시대가 오자 금융권 직장인들도 다른 분야의 직장인들처럼 창업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신 대표도 공동창업자와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보다가 크라우드 펀딩을 구상했다. 자료를 조사해 보니 해외에선 이미 크라우드 펀딩의 성공 사례가 있더란다. 와디즈는 해외에서 정립된 크라우드 펀딩의 운영 방식을 한국식으로 수정·보완해서 탄생한 모델이다.

신 대표는 자신을 ‘지독한 리스크 회피형’이라고 소개했다. 나름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와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인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을 하는데 리스크 회피형이라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리스크 회피형은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와 같은 말이라고 부연했다. ‘안전을 추구하되 안정을 버려라.’ 신 대표는 안전해지기 위해 안정을 깼다고 했다. 이 같은 확고한 가치관 덕분에 창업 준비 과정에서도 그는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았다. 그는 KDB산업은행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공기업 특유의 보수적인 풍토나 안정 추구에 물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했다.

정작 신 대표가 심적으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2년째 계류 중이었을 무렵이다. 당시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의 론칭을 고대해온 신 대표에겐 법안 통과가 절실했다. 다행히 2015년 7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와디즈는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로 선정됐다. 만약 자본시장법이 개정되지 않았다면 와디즈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뻔 했다. 다만 투자 한도 총액이 적어 굉장히 아쉬웠다고 했다.

신 대표는 “사실은 지금이 가장 위기”라고 말했다. 네이버 공감펀딩,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 등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와디즈의 핵심 가치만 잘 지킨다면 흔들림 없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크리우드펀딩쇼 SBS <투자자들> 제작 지원

사실 미국형 크라우드 펀딩 방식은 전통적인 한국 정서에는 좀 낯설다. 미국인은 혁신적인 신제품의 가능성을 보고도 투자하지만 한국인에게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인은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회적 문제도 해결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서 와디즈는 프로젝트 개설자에게 스토리텔링 기법을 사용하여 투자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라고 권하고 있다.

또 하나, 제품의 생산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미국 소비자들(Prosumer)과 달리 한국 소비자들의 참여도는 대체로 낮은 편이다. 그래서 와디즈는 기업의 성장과 목표 달성을 응원하는 지지서명을 추가해 ‘쉬운 참여’를 유도한다. 지지서명을 하면 페이스북으로 프로젝트 링크가 공유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과 신뢰의 결정적 차이는 보증서의 유무다. 와디즈는 후원형의 경우 신제품 개발자에게 보증서를 받지 않는다. 대신 SNS를 분석해 개발자를 신뢰할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신뢰가 신용을 대체한 것이다. 사회적 유대감(social tie)을 기준으로 SNS를 분석하기 때문에 추천수를 조작해 올리는 것은 금방 간파할 수 있다고 한다. 와디즈의 ‘SNS 기반 사회적 유대감 분석’은 특허까지 받은 기술이다. SNS는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는 장(場)이 되기도 한다.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론칭하기 전, 와디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100인의 배심원단’으로 선정했다. 배심원단의 역할은 일반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결정을 돕는 것이다. 그들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질문하고 기업 정보를 파헤친다. 기업은 이렇게 투자자들과 소통하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개선점을 찾기도 한다. 일반투자자들은 기업의 진정성 있는 모습과 정보의 투명성을 믿고 투자 결정을 내린다. 자연히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는 신뢰가 쌓인다.

와디즈는 현재 4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이 IT 인력이다. 올해 말까지 인력을 최대 1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 목표로 하고 있는 모금액은 350억원. 투자자에게 더 세심한 투자 정보를 유료로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수익 모델에 추가할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SNS 상의 사회적 유대감을 더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 크라우드 펀딩 문화가 정착하지 못한 아시아 지역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는 것도 신 대표의 당면 과제다.

와디즈는 지난 5월 15일부터 SBS와 함께 <투자자들>이라는 크라우드 펀딩쇼를 만들어 매주 일요일 11시에 방송에 내보내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투자자가 돼 투자 아이템을 찾고 와디즈에서 투자 유치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청자들도 방송에 나오는 회사에 직접 투자할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이 이제 예능 프로그램까지 진출하다니, 4년 전에 비해 크라우드 펀딩이 한국 사회에 많이 알려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신 대표는 말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 글 양미선 인턴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606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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