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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윌리엄스 UL 회장 & 대표이사 

“UL 마크는 한국 제품의 글로벌 진출 위한 여권” 

글 유부혁 기자·사진 김성룡 기자
UL은 글로벌 안전 인증 기업이다. UL코리아 설립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키스 윌리엄스 회장은 “UL이 안전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소비자와 기업간 신뢰의 다리를 놓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안전 인증 기업 UL의 키스 윌리엄스 회장. UL은 최근 무선통신 인증 시험 서비스뿐 아니라 신용카드 보안, 전자결제, 인증 시스템과 같은 IT 역량을 강화했다.
120년 역사의 UL은 4년 전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전환했다. 기술 발달로 안전 인증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이 이유라고 UL 측은 설명했다. 안전 인증 규격의 객관성과 신뢰를 위해 규격 개발 부문은 비영리로 남겼다. 지난 5년간 UL은 35개 정도의 기업을 인수합병하는데 약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UL 설립 후 115년 동안 단 2건의 인수합병이 있었다는 점에서 UL이 얼마나 큰 변화와 혁신을 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UL은 최근 무선통신 인증 시험 서비스뿐 아니라 신용카드 보안, 전자결제, 인증 시스템과 같은 IT 역량을 강화했다. 보안 인증 기업이지만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UL은 18명 임원 중 12명은 프랑스, 네덜란드,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 임원도 있었다. UL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와 역량을 발휘한 덕분에 세계 최대의 안전인증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UL이 한국에 진출한 지는 올해로 20년이다. UL 본사는 최근 5년간 UL코리아의 성장세를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임직원 수에 비해 약 2% 정도인 230명 직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1인당 생산성도 UL글로벌 대비 2~3배에 달한다. 지난 5월 18일, 서울 역삼동 UL코리아 회의실에서 키스 윌리엄스 회장을 만났다.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키스 윌리엄스 UL 회장도 UL코리아의 성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직원들과의 소탈한 대화에서 그의 UL코리아에 대한 신뢰를 알 수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UL 회장에 취임한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다.

앞선 변화는 내가 CEO로 취임 후 일어난 변화다. 하지만 내가 11년 전에 처음으로 CEO로 부임하면서, CFO에게 가장 먼저 했던 질문이 내부 인력 교육 예산에 대한 것이었고, 이후 매출의 2%를 내부 인력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위해 투자한다. 가끔 인재가 회사를 떠나면 손해가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반대로 나는 “만약 투자를 하지 않아 제대로 교육 받지 못한 사람이 회사를 떠나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답한다.

UL인증이 왜 필요한지 그 중요성에 대해 한마디로 소개해 달라.

UL 마크는 한국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여권’ 같은 역할을 한다. 사실 우리가 한국에서 하는 모든 비즈니스 활동의 목적이 한국 기업들의 제품이 북미,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더 용이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UL의 바람이기도 하다.

UL이 주도한 혁신 사례가 궁금하다.

1894년 UL이 시작된 건 창립자인 윌리엄 헨리 메릴이 전기와 화재와 관련된 안전 과학에 대한 관심과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UL은 전문성을 계속 강화했다. 8년 전에는 대만에 배터리 연구소를 설립했다. 사용량이 늘어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연구를 위해서다. 당장 비즈니스 모델보다 시장의 필요성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런데 얼마 후 항공 화물 내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로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와 협력하여 화물 내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UL은 한국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해 2015년 UL의 국내 첫 무선 시험소를 수원에 설립하였다. UL 무선 시험소 개소식 기념 테이프 커팅식에 참여한 UL 컨슈머 테크놀리지 사업 스티븐 커크 부사장, UL 컨슈머 사업부문 사지브 제수다스 사장, UL 키스 윌리엄스 회장, UL 아태지역 제이슨 피셔 사장, UL코리아 황순하 사장(왼쪽부터)
매출의 2%를 직원 교육과 훈련에 투자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의 조력자 역할을 해온 UL 코리아의 설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사내 행사가 열렸다. 왼쪽부터 UL 코리아 황순하 사장, UL 커머셜 및 법무 총괄 테리 브래디 사장, UL 코리아 김상옥 차장(2015년 Employee of the Year), UL 키스 윌리엄스 회장, UL 컨슈머 사업 부문 사지브 제수다스 사장
또 다른 예로 방재, 화재 예방 부문이 있다. UL 시험소 내모형 주택을 짓고 화재 안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주목하는 점은 50년 전과 최근 10년을 비교해 보았을 때, 집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건축 소재들이 상당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50년 전 가정에서 사용하던 가구는 주로 목재나 천연재료로 만들었지만 요즘은 대부분 합성소재를 사용한다. 이는 화재 발생시 연기의 성질이나 행태 등이 어떻게 다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화재 감지 기술이나 시스템, 규격 등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UL 마크는 어디에나 있지만 쉽게 발견하긴 어렵다. 대중적인 인지도에 대한 고민은 없나?

물론 고민하고 있다.(웃음) 미국에서는 가구 당 평균 125개의 UL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인지도도 높다. 매년 약 200억 개의 제품이 UL 마크를 달고 생산, 출시된다. UL이 타이틀스폰서로 공식 후원하고 있는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국가대항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는 모습을 많은 한국인들이 지켜보면 좋겠고, 동시에 이를 통해 UL이 어떤 기업이고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한 여정의 좋은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본다. 얼마 전 한국의 중소기업 분들을 만났는데 UL이 미국 정부 기관이며 한국 제품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오해하고 있더라. 그 얘기를 듣고 UL이 인지도 강화를 위해 좀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기자는 그 말을 듣고 기자가 사용하는 노트북의 전원 연결선을 들어 보였다. 제품에 CE 마크는 잘 보이는데, UL 마크는 상대적으로 작게 표시돼 있었다. 키스 윌리엄스 회장이 활짝 웃으며 한 손으로 이마를 감쌌다. 그는 “나라마다 안전 인증 마크가 다르고 위치나 크기도 제조사가 결정한다”면서 “CE의 경우 제조사가 해당 기준을 충족한다는 자기 인증인 반면 UL은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이 인증했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안전 인증에 있어 화두는 무엇인가? 눈여겨봐야 할 관련 산업은?

IoT분야다. 2020년까지 IoT, 즉 인터넷으로 연결, 사용되는 기기들이 250억 개로, 인터넷에 연결된 IoT 센서는 1조 개로 증가할 것이다. 2025년까지 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동차(Connected car)는 약 2억 5천만 대까지 늘어날 것이다. 이와 관련한 많은 기업의 CEO들이 사이버 보안에 대해 우려하면서, 내부 시스템이나 생산 제품에 있어 사이버 보안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찾고 있다.

안전인증마크 위변조 사례가 늘고 있다. 어떤 분야가 UL 마크를 위변조하는지 궁금하다.

전기 제품이 대표적이다. 크리스마스 전구, 다양한 전선으로 연결되는 전선 장치, 작은 소형 가정 기기, 조명 제품도 여기에 포함된다. 고위험군이라고 분류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홀로그램이나 화폐 인쇄 시 사용되는 특수 잉크 등 보다 정교한 특수 UL 마크를 적용한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들도 다수 포함된다. 위변조된 제품들을 테스트해보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UL 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기술 발달에 따라 안전의 영역도 더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실내 공기질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가정 내에서 사용되는 제품의 소재들이 천연소재에서 합성소재로 변화한 점 때문이다. 10여 년에 걸친 연구 결과, 미국 가정 내에서 평균 300가지 이상, 많게는 500가지의 VOC(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방출된다. 이러한 VOC는 실내 공기나 부엌, 식기 등 곳곳에 존재한다. 이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매하는 물건이나 내부를 꾸미기 위해 사용하는 페인트나 방향제 등으로부터 유입되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보통 실내 공기질이라고 하면 보통 가정이나 사무 공간을 생각하기 쉬운데, 자동차 내 공기질 역시 중요하다. 자동차 내장품도 화학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제품 기획이나 생산 단계는 물론, 전 세계 대학 및 연구기관과 함께 실내 공기질이 환경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의 대학들도 이러한 연구에 참여하여 공공 보건 및 안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인터뷰에 배석했던 황순하 UL코리아 사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자동차 내 실내 공기질을 VIAQ(Vehicle Indoor Air Quality)라고 한다. 자동차 내 사용된 플라스틱이나 합성 소재들은 고온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 경우 특히 많은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UL은 이러한 실내 공기질에 대한 규격을 만들거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한국, 유럽 등 유명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실내 공기질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과 아시아 시장에 대한 현황과 전망은 어떠한가?


▎기술 발달에 따라 안전의 영역도 더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UL의 사업 영역도 늘어났다. 최근 화두로 등장한 실내 공기질 문제를 거론하는 UL의 키스 윌리엄스 회장.
내가 어릴 때 TV, 자동차, 옷은 대부분 미국산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일본 제품이, 이제는 한국 기업 제품이 많이 등장했다. 덕분에 UL 임직원 40%가 아시아 지역에 근무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이 무섭게 변했다. 2년 전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 품질회의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리커창 총리가 “중국은 지적 재산, 고품질, 글로벌 브랜드, 수출 등 혁신의 중심지로 변모할 것”이라고 한 말이 인상에 남는다. 통신 부문이나 소비자 기기, 항공운항 등에 있어서 중국산업이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의 사용자 수는 8억3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몇 년 전에 차이나 모바일이 4g LTE를 채택한 이후, 1년 만에 기지국을 100만 개 늘렸다. 지금은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5g 기술 채택 및 적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김성룡 기자

201607호 (20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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