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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구 클래스팅 대표 

구글 회장을 반하게 했던 특별한 스타트업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클래스팅은 요즘 교육계에서 가장 핫한 교육용 SNS 서비스다. 교사 출신의 창업가가 교육 현장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크게 사랑받고 있다.

▎멘사 회원이기도 한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의 꿈은 대학 교수가 되는 것이었다. 서울교대 대학원에서 석사논문 주제로 ‘교육용 SNS’를 연구했고, 이 결과물이 클래스팅으로 이어지게 됐다.
예상보다 높은 인기에 어리둥절했다. 2012년 3월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하면서 만들었던 ‘클래스팅’이라는 교사·학부모·학생을 위한 SNS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고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갔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서비스를 위한 서버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엔지니어도 고용해야 했다. 인건비와 서버 비용은 교사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교사 생활과 클래스팅 서비스 유지를 병행하는 게 힘들었다.

전화번호 공개 없이 소통가능

요즘 교육용 SNS 서비스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클래스팅 창업가 조현구(32) 대표가 일찌감치 교단을 떠나 창업을 한 이유다. 대구교대와 서울교대 대학원을 나와 흔히 말하는 평생직장인 초등학교 교사가 됐을 때 그의 부모님은 너무나 좋아했다. 그런 아들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강하게 반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부모뿐만 아니라 주위의 지인들도 하나같이 ‘의미는 좋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전해줬다.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만, 2012년 7월 클래스팅 법인을 설립했다. 2013년 2월 수업까지 모두 마치고 같은 해 3월 클래스팅 앱을 공식 론칭했다. “클래스팅 서비스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많은 이들에게 클래스팅 서비스를 전달하려면 결국 회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교사 출신 창업가라는 특수성을 살려 클래스팅은 현장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교사나 학부모, 학생의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는 점이다. 교사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카오톡 같은 것을 통하지 않고도 학부모와 학생은 클래스팅만으로 대화할 수 있다. “교사나 학부모가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지 않고도 클래스팅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래스팅 서비스에 가입한 후 앱을 처음 구동하면 이용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교사가 클래스팅을 만들고 초대 코드를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전송한 후부터 본격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클래스에 가입된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반 전체에게 글과 사진, 영상, 파일, 링크 등을 공유할 수 있다. 학급 공지도 클래스팅을 통해 공지할 수 있다. 클래스팅에 마련된 무료 SMS로도 공지사항이 전달된다. “학부모나 학생이 교사에게 사적으로 전달하는 통로를 원할 것 같다”는 지적에 “물론 1:1 비밀 대화 기능도 있다. 비밀상담은 교사만 볼 수 있다”고 대답했다. 비밀 대화는 학부모나 학생 모두가 교사에게 신청할 수 있다. 운동회, 체험학습 같은 이벤트 별 앨범 게시판을 만들어 관리할 수도 있다. 한번 만들어진 클래스는 계속 유지되는 것도 장점이다. 마치 과거 ‘아이러브스쿨’과 같은 동창회 기능으로 계속 이용하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저작도구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클래스팅 안에서 바로 PPT 자료를 만들 수 있는 도구다.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싶은 교육 정보나 주제가 있으면 PPT로 바로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클래스끼리 ‘반팅’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클래스팅만의 기능이다. 클래스팅에 개설된 다른 클래스와 교류를 신청하고 수락이 되면 두 반의 구성원이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해외 클래스와 클래스팅을 맺어 영어로 대화하는 곳도 있다”고 조 대표는 자랑했다. “해외에서 한국 교육 열기에 대해 관심이 높다. 해외 교사들이 클래스팅을 이용해 한국의 교육 정보를 많이 얻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교사 출신의 창업가가 운영하는 에듀테크(Edutech)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초기부터 높았다. 2012년 12월 베타 서비스 기간에도 9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2013년 12월에는 회원수가 35만 명을 넘어섰다. 2016년 6월 현재 클래스팅 가입자는 275만 명이고, 27만 개의 반이 생성되어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클래스팅을 이용하는 학교도 다양하다.

클래스팅은 창업 초기부터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 5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교육장관 회의에서 클래스팅을 활용한 수업시연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구글과 한국 정부기관이 함께 개최한 2012 Global K Start-up 대회에 출전해 우수상과 구글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구글이 해외진출을 돕는 한국의 스타트 업으로 주목 받았다. “최근에도 구글 익스퍼트 프로그램에 우리를 선정해서 네트워크라던지 사업 노하우 등 다양한 것을 도와주고 있다. 2013년 10월 에릭 슈미트 당시 구글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특별 기고를 통해 클래스팅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3년 소프트뱅크벤처스의 10억 투자를 시작으로 2014년 12월에는 파트너스인 베스트먼트로부터 3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면서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 7월에는 미국, 중국, 일본에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해외 진출의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클래스팅 서비스를 론칭했다. “해외 사용자 비율은 5% 수준이다. 해외 서비스를 론칭하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클래스팅에서 일하고 있다”며 조 대표는 웃었다.

지금까지 클래스팅의 매출 수익은 거의 없다. 클래스팅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투자에 집중했다. 심지어 광고도 클래스팅 서비스에는 올리지 않았다. 대신 조 대표가 내놓은 지속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은 지난 6월 28일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러닝카드’다. 쉽게 말해 교육 콘텐트 장터라고 이해하면 된다.

‘러닝카드’로 제 2의 도약

교육 관련 기업이 이 플랫폼에 교육 콘텐트를 올리면 소비자인 학생과 교사가 유료로 구매해 이용하는 식이다. 벌써부터 EBS, 디즈니, 대교, YBM, 윤선생 등 국내 최고의 교육 회사가 교육 콘텐트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러닝카드는 클래스팅에서 발생하는 학생의 소셜 데이터와 러닝카드에서 나오는 학습 성취도를 콜라보레이티브 딥러닝(Collaborative Deep Learning) 기술로 분석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콘텐트를 추천해주는 인공지능 학습비서 서비스다. 러닝카드는 교육계의 넷플릭스라고 보면 된다”고 조 대표는 자랑했다.

7월 말 정식 버전을 론칭할 계획이다. 한국의 이러닝 시장 규모는 3조원이고, 이 중 교육 콘텐트 규모는 2조원이나 된다. 클래스팅이라는 독특한 서비스를 통해 조 대표는 빠른 시간 안에 교육 콘텐트 시장에 안착할 계획이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사진 박종근 기자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선택한 이유: 클래스팅은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한 경험이 있는 조현구 대표를 비롯하여 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팀이라고 판단했다. 클래스팅이 교육용 SNS로 시작했지만, 앞으로 스마트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201608호 (2016.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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